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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긴급 구조번호 ‘119’ 만든 이스라엘, “전 국민 사용 가능”

중앙일보 2019.02.23 10:00
이스라엘 컴퓨터 긴급구조팀(CERT) 상황실의 모습. [이스라엘 CERT 동영상 캡처]

이스라엘 컴퓨터 긴급구조팀(CERT) 상황실의 모습. [이스라엘 CERT 동영상 캡처]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해킹 긴급 구조번호를 도입했다. 번호는 119. 한국 소방청의 응급 전화번호와 숫자가 똑같다.
 

이스라엘 해킹 긴급대응 시스템 구축
시민들 해킹 의심되면 119에 바로 신고
“원격 대응, 필요할 경우 대응팀 출동”
“일반 시민도 해킹대상 철저히 대비해야”

일반 시민이 컴퓨터나 전자기기 사용 중 해킹이 의심되는 상황과 마주하면 119로 전화를 걸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원격 대응이나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긴급 구조팀이 현장에 파견된다. 민간 기업도 도움 요청이 가능하다.
 
‘해킹 긴급구조 번호’를 도입한 이스라엘 컴퓨터 긴급 구조팀(Computer Emergency Response Team·CERT) 책임자 라비 쇼태머 국장은 지난달 30일 기자와 만나 “긴급 구조번호는 이스라엘 시민 모두에게 해킹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 했다. 
 
쇼태머 국장은 “이제 해킹 위협에는 국가와 민간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일반 시민도 주요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지난달 31일 이스라엘 베르셰바(Beer Sheva)에 위치한 CERT 본부를 찾아 이스라엘 해킹 대응 시스템을 살펴봤다. CERT의 상급 기관으로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을 책임지는 이스라엘 국가 사이버국(INCD) 이갈 우나 국장에게 CERT 도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어봤다.
 
이스라엘 국가 사이버국 이갈 우나 국장. [이스라엘 외교부 제공]

이스라엘 국가 사이버국 이갈 우나 국장. [이스라엘 외교부 제공]

우나 국장은 “119 대응 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국회로부터 예산낭비라는 지적은 없었나”는 질문에 “오히려 국회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우나 국장과 쇼태머 국장은 기자에게 수차례 ‘경각심(awareness)’라는 단어를 꺼내며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시스템 특징을 강조했다. 국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이 일상생활을 위협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과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CERT의 상황실을 직접 찾아가 보니 상황실 맨 앞에 위치한 전광판에는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 현황이 실시간으로 체크되고 있었다. 해커의 공격 지점은 미국과 유럽, 아랍 국가 등 다양했고 공격 방식도 형태에 따라 분류됐다. 
 
쇼태머 국장은 “사이버 위협과 관련해 수집한 정보는 미국 등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정보 공유의 수준은 국가별 협력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상황실에는 또한 엔지니어들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서며 해킹 대응 전화를 받고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던 시간은 오전 11시경이었는데 이때는 5명의 엔지니어들이 대응 센터에서 전화 대응 업무를 하고 있었다.
 
CES 2019 벤처 전시관의 모습. 이스라엘관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권혁주 기자

CES 2019 벤처 전시관의 모습. 이스라엘관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권혁주 기자

긴급번호(119)가 도입되고 “그냥 컴퓨터가 고장난 시민들까지 전화를 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쇼태머 국장은 “자연스럽게 해킹 대응 중심으로 정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모든 전화에 요원들이 출동하지는 않는다. 사안에 따라 효율적으로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긴급 번호를 도입하고 본격적인 홍보전을 펼치기 전까지 일반 정부 내선 번호를 통해 시민들의 신고 접수를 받았다. 매달 500여건 정도의 신고가 들어왔고 이 중 200여건이 실제 해킹 시도였다고 한다.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대응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사이버 보안을 챙긴다는 것이다. 국가 사이버국 역시 총리실 산하로 되어있다. 이갈 우나 INCD 국장은 “사이버 안보가 국가 안보가 직결되어 있기에 총리실에서 직접 챙기며 대응을 강화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1위 사이버 기업인 체크포인트의 본사도 이스라엘에 있다. 매년 2월 열리는 사이버보안 컨퍼런스인 '사이버테크(CyberTech)'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참여해 즉석 프레젠테이션으로 연설을 한다.
 
올해 행사에도 네탸나후 총리가 참석해 “사이버 보안은 이제 세계 모든 기업에 중요한 문제가 됐다”며 “사이버 보안은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해 이스라엘에 정부에서 총력을 다해 지원 중”이라고 강조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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