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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영변핵 동결’ 스몰딜땐 역풍…비핵화 로드맵 나와야

중앙선데이 2019.02.23 00:21 624호 10면 지면보기
[배명복의 사람속으로]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노이 담판’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의 이목이 북·미 정상의 두 번째 대좌(對座)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스몰딜(small deal)’에서 ‘빅딜(big deal)’까지 온갖 설(說)과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지역 연구와 국제관계를 결합한 독특한 시각에서 북한과 한반도 평화 문제에 천착해온 구갑우(54) 북한대학원대 교수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와 한계를 짚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중앙일보 본사에서 진행됐다.

하노이 담판
북, ICBM 반출 카드 쓸 가능성
미, 연락사무소 설치 제시할 듯

북핵 문제
북, 핵우산·주한미군 철수 주장
한반도 비핵화 개념 여전히 논란

북한 경제
김정은 1인 권력체계 유지 위해
북한 베트남식 개혁·개방 힘들 것

남북 경협
북한 도로·철도 등 인프라 투자는
동북아 협력 차원 공동 참여해야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추상적 목표의 실천 프로세스로 가는 첫 관문이 이번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라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차원의 신뢰 구축에 회담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추상적 목표의 실천 프로세스로 가는 첫 관문이 이번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라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차원의 신뢰 구축에 회담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뭐라고 보나.
“북·미 간 신뢰 구축의 새로운 단계 진입 여부가 이번 2차 정상회담의 핵심 관전 포인트라고 본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거의 70년 만에 처음 만나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공통의 목표를 정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나온 세 가지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였다. 두 정상이 합의한 추상적 목표의 실천 프로세스로 가는 첫 관문이 이번 2차 정상회담이고, 그 성패는 양 정상 차원의 신뢰 구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미국은 각각 어떤 협상 카드를 내놓을 거로 보나.
“영변 핵 시설,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풍계리 핵 실험장의 검증 가능한 폐기를 위한 신고와 사찰이 북한이 내놓을 협상 카드가 될 것으로 본다. ‘플러스알파’ 차원에서 미 본토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카드를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종전선언, 연락사무소나 이익대표부 설치, 인도적 지원 재개, 일부 제재의 유예나 완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도 나와야 성공
 
하노이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협상 중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2일 숙소인 호텔 파르크 하노이 식당을 찾아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하노이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협상 중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2일 숙소인 호텔 파르크 하노이 식당을 찾아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연합훈련은 이미 중단되지 않았나.
“2017년 말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조치로 시작된 한반도 평화 과정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데는 한·미 양국의 연합훈련 유예·조정 조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한·미 연합훈련과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문제를 거론한 것은 그만큼 그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연합훈련을 재개하려는 기류가 한·미 양국 일각에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은 다시 한번 트럼프의 확약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김정은은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동결이나 ICBM 능력 제거에만 초점을 맞춘 이른바 ‘스몰딜’ 가능성은?
“스몰딜이라고 해도 로드맵이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신고, 검증, 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로드맵이 도출된다면 대성공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평화체제 로드맵도 같이 나와야 할 것이다. 로드맵 없이 스몰딜로만 끝난다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도 국내정치적 역풍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설사 로드맵이 나오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험난한 추가 협상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나.
“물론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두 가지가 같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여러 워킹그룹을 만들어 실무적 논의를 동시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굉장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트럼프는 자기 임기 내에 해결하고 싶겠지만, 그의 재선 여부가 관건적 문제다. 재선에 실패할 경우에도 그가 한 약속이 지켜질지 의문이다. 한국 역시 5년 단임의 한계를 갖고 있다. 트럼프와 문재인 정부를 넘어서는 긴 시간의 지평 속에서 바라볼 문제다.”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91년 남북한이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지금까지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정확한 개념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군의 전술핵 철수 이후 남한에는 핵무기가 없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한다는 게 한·미의 입장이라면 한·미 동맹에 기초해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는 핵우산까지 그 개념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북한 입장이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의미한다. 핵 항공모함, 핵 잠수함, 핵 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은 물론이고, 핵 사용권을 가진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포함하는 개념일 수 있다.”
 
이런 입장차를 그대로 둔 채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닌가.
“결국은 미국이 가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금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남·북·미 3국과 중국 사이에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 정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미 연합훈련 유예 및 조정을 계기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중단된 것은 이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주한미군 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주한미군 문제는 70년대 초 미·중 데탕트 시기에도 큰 쟁점이 됐던 사안이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제4조 60항에 규정된 외국군 철수 조항을 근거로 북·중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반면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배치된 주한미군은 정전협정과 무관하다는 것이 한·미의 입장이다. 지금도 두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북한은 최근 외무성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전협정의 이 조항을 다시 소환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군은 58년 공식적으로 철수했기 때문에 북한에는 외국군 문제가 없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이런 역사적 쟁점이 비핵화의 개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쟁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 아닐까.
“사실 ‘비핵화(denuclearization)’란 말은 한반도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다. 핵 문제 해결 방식은 보통 ‘폐기(dismantlement)’ 아니면 ‘군축(disarmament)’이다. 비핵화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없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차원에서 북한이 핵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까지 비핵화를 이유로 막을 수 있느냐가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의 범위도 문제다. 북한이 가진 핵 시설, 핵 물질, 핵 무기, 핵 능력 등 네 가지를 다 제거하는 것이 비핵화인지, 앞의 세 가지만 가리키는 것인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끝이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래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2차 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리면서 북한의 베트남식 개혁·개방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베트남 방식을 따르기는 어렵다고 본다. 베트남은 점(點)에서 시작해 면(面)으로 확대된 중국과 달리 처음부터 면 중심의 전면적 개방 방식을 택했다. 북한이 지정한 20여 개의 경제특구는 점의 개념이다. 김정은 1인 중심의 권력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베트남과 달리 점 중심의 개혁·개방이 불가피할 거로 본다.”
 
극심한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가 굴러가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90년대 초부터 ‘북한 붕괴론’이 나왔다. 그런데도 아직 북한이 버티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정권 들어 나름대로 실시한 국영기업 개혁 조치가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국영기업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기업 책임 관리제’다. 기업 단위별로 성과를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회주의 경제를 표방하는 북한으로서는 놀라운 변화다. 또 다른 이유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혁신 노력이다. 4차 산업혁명의 북한식 용어인 ‘새 세기 산업혁명’이란 말이 보편화할 정도로 정보통신 위주의 기술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의 고속성장과 맞물려 대외교역이 생각보다 활성화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본다.”
 
장마당 경제 덕에 북한이 지탱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장마당 경제를 이끌어가는 ‘돈주’들도 사실은 당과 정부와 결탁해 사업을 하고 있다. 국유 경제와 장마당 경제가 공존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가 높이 평가하는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뭐라고 보나.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외부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필수적이다. 미국과 수교를 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 있고, 그래야 정상적인 대외경제 활동이 가능하다. 중국이 만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나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대미(對美) 관계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 경제 재건의 관건은 대미 수교
 
문재인 정부는 활력을 잃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남북 경협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이 남북 경협의 모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철도나 도로 건설 같은 인프라 투자도 한국이 중국보다 경쟁력을 가졌다고 말하기 힘들다.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보다 동북아 협력 차원에서 AIIB나 ADB를 매개로 다른 나라들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본다. 북한 내 경제특구에 대한 투자는 국내 대기업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본다. 어떤 경우든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배명복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bae.myungbok@joongang.co.kr
구갑우 교수 1965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정치학 석사. 영국 셰필드대 대학원 Mpil 과정 수료. 서울대 정치학 박사. 99년 경남대 북한대학원 조교수. 2010년 북한대학원대교수. 『비판적 평화연구와 한반도』(2007), 『국제관계학 비판』(2008) 등 저서. 『북한연구방법론』(2003), 『남북한 관계론』(2005), 『북한 도시의 위기와 변화』(2006) 등 공저. ‘아일랜드 섬 평화 과정과 네트워크의 형태 변화’, ‘북한 핵 담론의 원형과 마음 체계’, ‘제2차 북·미 핵 갈등의 담론적 기원’ 등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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