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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자유한국당은 역시 폐업이 답이다

중앙선데이 2019.02.23 00:20 624호 29면 지면보기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8개월 전, 그러니까 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난 뒤 나는 “자유한국당은 폐업하는 게 답”이라고 썼었다. 선거에서 참패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참패가 익히 예상되던 것이었기에 그랬다. 뻔히 알면서 스스로 참담한 패배의 심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게 기가 막혔던 까닭이었다.
 

6·13 참패 때보다 반동 더 심화
5·18 망언처럼 대놓고 뒷걸음질
통합은커녕 여당 견제도 어려워
쪼개져 각자의 길 걷는 게 낫다

그렇다고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장렬한 전사(戰死)도 아니었다. 가치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내 몫을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아무 것도 안 하고 구차하게 목숨을 연명하는 선택을 한 거였다. 뭐, 어때. 지방선거일 뿐인데. (내 자리가 걸린) 총선은 좀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어떻게 되겠지.
 
이후 이 당은 면모 일신을 위해 당 대표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을 외부 영입했다. 경선을 치러 원내대표도 바꿨다. 그리고 당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잔치를 앞둔 집에 하기 민망한 말이지만) 여전히 “폐업만이 답”인 것 같다.
 
8개월 전에 비해 달라진 게 하나도 없으니 하는 말이다. 달라지기는커녕 상태가 더 악화됐다. 추락한 가문을 다시 일으키려는 잔치에 집안을 풍비박산 낸 탕아가 제 패거리를 끌고 와 행패를 부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위세에 눌려 가장이 되겠다는 사람조차 꼬리를 내리고 스스로를 부인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형편이다.
 
선데이 칼럼 2/23

선데이 칼럼 2/23

자기 당 의원 60명 이상의 표가 있었기에 대통령 탄핵이 가능했던 거 아닌가.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게 잘못됐다고 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하고 뭐가 다른가 말이다. 그러니 폐업이 정답인 거다. 자기는 책임이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오히려 자신은 탄핵 국면에서 특검수사 연장을 불허했으니 누구보다 박근혜를 도운 사람이라고 말하나 보다. 그러면 그런 사람이 탄핵에 찬성한 정당에 왜 가입하고 왜 대표가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의아할 것도 없다. 딱 한가지 그 이유를 대한민국 국민이면 다 안다.
 
8개월 전 칼럼에서 한국당은 보수 아닌 반동이라 썼었다. 정치학자 출신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의 입을 빌렸다. “급진주의자는 너무 멀리 간 사람이고, 보수주의자는 충분히 가지 않은 사람이며, 반동주의자는 아예 가지 않으려는 사람”이라는 윌슨의 분류 말이다.
 
그때만 해도 한국당은 보수인 척이라도 했다.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은 지금도 그렇게 한다. 한국당 당대표 선거에 대해 한 후보가 “개혁 보수 대 정통 보수의 대결”로 정의하는 것도 다 그런 거다. 그런데 요즘은 아예 대놓고 반동 짓을 한다. 가지 않으려는 것을 넘어 뒷걸음질까지 친다.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사법적 판단을 짓밟는 ‘5·18 망언’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다. 5공(共)을 지나 3공까지 향할 정도다. 그들에게는 그게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당은 폐업밖에 답이 없다. 누가 당 대표가 된들 뭐가 다르랴. 누구도 박근혜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전당대회가 끝나고서도 탄핵이 옳다 그르다, 석방해라 마라, 사면을 해라 마라 다투고 또 다툴 텐데 말이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보수 통합이란 게, 2% 태극기 부대조차 감당 못하는 사람들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대열로는 보수 통합은커녕 여당 견제 조차 어렵다. ‘릴레이 단식’ 같은 조롱거리나 재생산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자기 식구 살리겠다고 사법부에 판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여당의 오만불손이 그래서 나올 수 있는 거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줄줄이 실패해도, 블랙리스트 같은 전 정부의 악폐를 베끼듯 따라 해도, 걸그룹 얼굴까지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오지랖을 떨어도, 지지가 옮겨오지 않는 것은 그래도 반동 정당이 집권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대안부재 탓이다.
 
이래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나. 안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권력이 우리한테 넘어올 테니까? 천부당 만부당한 소리다. 단언컨대 권력이 이런 모습의 한국당에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령 간다 해도 지금처럼 신발을 거꾸로 신고 대권을 위해 뛰는 사람들에게는 가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만 봐도 그렇고, 그리스의 ‘시리자’나 이탈리아의 ‘오성운동’도 방향만 다르지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문을 닫는 게 맞다. 태극기당이든 박근혜당이든, 네 개든 다섯 개든 쪼개져서 각자의 길로 가는 게 낫다. 그래서 눈치 보지 말고 오락가락하지 말며 선명하게 제 주장하는 게 낫다. 안 믿겠지만 오히려 그래야 더 집권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 몇이라도 제 정신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훈범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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