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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수소차 vs 전기차'…공존의 미학

중앙선데이 2019.02.22 16:09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를 기억하십니까. 1990년대 중반 가장 주목받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웹브라우저)이었습니다. 파란 바탕 화면에 N자가 깜빡거리면서 천천히(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느린 속도지만) 인터넷의 바다로 이끌어가는 장면, 떠오르시는지요. 넷스케이프사는 1995년 미국 주식시장에 데뷔하며 닷컴(인터넷벤처) 붐을 일으킨 주역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비게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자사의 운영체제인 윈도와 통합해 공급하면서 시장에서 급속히 밀렸습니다. 겨우 명맥을 유지하다 2008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익스플로러가 시장을 압도한 것도 아닙니다. 
 
한때 웹브라우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던 익스플로러도 최근에는 크롬에 밀려 위태롭습니다.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입니다. 기업은 살아 있는 유기체 같기 때문이죠. 움직이지 않으면 숨이 멈춥니다. 너무 앞서 움직여 에너지를 과다 소모해도 역시 숨이 끊어집니다. 민첩하게 판단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장수하는 법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자동차 '넥소'  [중앙포토]

현대자동차의 수소자동차 '넥소' [중앙포토]

웹 브라우저 시장 변천사를 떠올린 건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데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해서입니다.  ‘수소자동차 대 전기자동차.’ 자동차의 미래를 놓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수소 경제 전략보고회’를 열고 “2030년 수소차(정확히는 수소연료전지차)와 연료전지 시장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게 목표”라고 밝히면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은 시간문제입니다. 예컨대 가솔린 엔진이 바퀴에 전달하는 에너지는 연료 전체 에너지의 21% 수준이라고 합니다. 79%는 낭비되는 것이죠. 여기에다 소음, 공해물질 배출 등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에너지 전달 효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친환경인 수소차와 전기차가 차세대 주자로 부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관심은 과연 어떤 차가 ‘왕좌의 게임’에서 승리할 지입니다.
 
한국에서 이 논쟁이 특히 뜨거운 건 한국 자동차기업의 특수성이 반영돼서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수소차 넥소를 상용화했습니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그런데 현재 수소차를 만드는 회사는 현대와 도요타, 혼다 정도입니다. 수소차를 만드는 회사가 적다는 건 뒤집으면 시장이 아직 여물지 않았다는 말도 됩니다. 전기차의 보급 속도는 빠른데 수소차는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렇다고 승부가 난 것은 아닙니다. 이제 본격적인 대결이 이루어지는 형국이지요.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든다. [사진 현대차]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든다. [사진 현대차]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환경성입니다. 환경 측면에서 수소차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수소는 원자 수 기준으로 우주의 92%를 차지하지만,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게(수전해 방식) 가장 친환경적인 방식이지만 효율이 떨어집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의 양은 전기분해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보다 적다고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죠. 결국 수소는 유기물에서 추출해야 하는데 석유를 정제하거나 천연가스를 분해해서 얻어야 합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밖에 없죠. 
 
둘째는 경제성입니다. 수소원료 가격은 아직 비쌉니다. 수소 충전소와 전용 수송관을 구축해야 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습니다.  
 
그런데도 수소차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근거는 뭘까요. 수전해 기술이 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다면 극강의 친환경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수소 연료의 가격은 내려가고, 충전소 인프라 확충도 가능합니다. 수소차는 충전시간이 짧고 한 번 충전으로 전기차보다 멀리 갑니다. 버스나 트럭처럼 덩치 큰 자동차를 기동시킬 때는 수소연료전지가 더 효율적입니다. 
 
 [자료=현대자동차·테슬라·삼성증권,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 업계 종합, 산업통상자원부]

[자료=현대자동차·테슬라·삼성증권, 혁신성장관계장관회의, 업계 종합, 산업통상자원부]

덧붙여서, 기술이 발전했다고 시장을 압도하는 건 아닙니다. 내비게이터 사례도 있고 ‘VHS와 베타’의 비디오테이프 표준전쟁 교훈도 있습니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경쟁을 통해 한쪽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수도 있지만 공존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기업이 어떤 혁신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쪽으로 올인이 아니라 적절한 자원 배분과 분산 전략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현대차는 전기차의 경쟁력도 갖췄습니다. 시장의 미래를 꿰뚫어 보고, 혁신을 통한 경쟁이 가속할 때 수소차의 미래도, 전기차의 전망도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때 정부는 업체들이 시장에서 맘껏 겨루라고 공정한 룰만 적용하면 됩니다. 심판이 선수가 돼 운동장을 헤집으면 경기는 엉망이 됩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고삐 없는 혐오사회로 치닫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그려봤습니다. 영혼 파괴로 이어지는 혐오 문화를 바로 잡기 위한 첫걸음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건강한 논쟁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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