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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체질과 맞기 때문? 그건 아니죠

중앙일보 2019.02.21 16:13
[더,오래]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8)
8체질 진료는 문진, 맥진, 체질침시술, 체질식·체질한약·체질차 순으로 진행된다. [사진 차움 한방진료센터 제공]

8체질 진료는 문진, 맥진, 체질침시술, 체질식·체질한약·체질차 순으로 진행된다. [사진 차움 한방진료센터 제공]

 
“꼭 자다가 깬단 말이야. 화장실 다녀와서 다시 누우면 바로 잠도 안 오고, 그래서 아침까지 뜬 눈으로 지낸 적이 한 번이 아니야. 그러다 보니 오후가 되면 너무 피곤하고.” “나도 그래. 그래서 새벽에 영화 한 편 보는 게 한동안 습관이었다니까. 1일 1영화! 하하하.” “정말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도 초저녁만 되면 기운이 쭉 빠져서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 친구들과 모여 각자의 몸 상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이러니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걱정이다. 정말이지 올해부터는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워봐야겠다. 몇 달 전 지인이 했던 조언이 떠올랐다.
 
“퇴근할 때쯤이면 진이 쫙 빠지고, 너무 힘들었어요. 저녁때는 아무도 못 만나겠고 무조건 집으로 가서 쉬었죠. 주말에도 문밖으로 안 나오고. 움직일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그때 8체질 진단과 식사법을 추천받았는데 반신반의하면서 가봤죠. 체질 진단받고, 약도 먹고, 침도 맞고, 무엇보다 나한테 맞는 음식을 골라서 먹는 데 집중했더니 정말 놀랍게도 기운이 다시 나는 거예요.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좋아졌어요. 사람도 만나고, 주말에도 여기저기 다닐 정도가 됐으니까요.”
 
나보다 한두 살 많은 그는 자신의 변화를 강조하며 꼭 한번 진단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그래, 근본적으로 나를 챙겨보자! 음식과 생활습관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체질 진단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역시 건강에 관해서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방법을 찾는다. 후배에게 8체질 진단을 받으려 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자기도 계속 감기를 달고 살고 기운이 도통 없어 몇 년 전에 한의원에 가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금음체질’이라고 들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능한 육식을 멀리하는 등 음식에 신경을 쓰며 지내고 있는데, 정확하게 지키기는 힘들지만 가능한 자신에게 좋은 음식을 먹고 좋지 않다고 말하는 음식은 멀리하는 것만으로도 컨디션을 지킬 수 있으며, 이렇게만 해도 자연스럽게 혈색도 좋아지고 살도 빠졌다는 팁까지 전해주었다. 건강과 미용을 동시에! 시도 안 해 볼 이유가 없었다. 후배에게 추천받은 한의학 교수를 찾아갔다.
 
작성한 문진표를 검토하고 왼쪽과 오른쪽 손목의 맥을 한참 짚은 후 그 교수는 나의 체질을 ‘토양’이라고 진단했다.
 
[자료 김현주, 제작 조혜미]

[자료 김현주, 제작 조혜미]

 
“8체질에 대한 진단은 양쪽 맥을 보고 맥상을 조합해 판단합니다. 체질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8개의 체질 맥상을 기반으로 하지요. 오른쪽 맥이 좀 약하기는 하지만 토양체질로 진단됩니다. 나갈 때 섭생법 받으시겠지만 이 체질은 매운 음식이 해가 됩니다. 우리나라 음식이 매운 음식이 많아서 신경을 쓰시는 게 좋습니다. 육류 중 닭고기는 안 좋습니다.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살코기 위주로 드세요. 곡류 중에서는 현미가 안 맞고 콩, 보리, 팥은 좋습니다. 바다에서 나는 것 중에서는 미역, 다시마는 안 좋고, 김은 괜찮습니다. 과일류 중에서는 사과, 귤, 오렌지가 좋지 않습니다. 감, 참외, 딸기, 수박, 바나나 등을 드세요. 그리고 인삼, 홍삼, 꿀이 안 맞는 체질이니 건강식을 드실 때도 신경 쓰셔야 합니다.”
 
“네? 지금껏 좋아하고 꾸준히 먹었던 음식이 저와 맞지 않네요.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닭고기도 많이 먹고, 미역국도 제일 즐겨 만들었고, 냉장고에는 늘 사과와 오렌지가 있거든요.”
 
“좋아하는 음식이 체질적으로 유익하다고 판명이 되면 이 세상에 병이 없어야 하겠죠. 이곳에 오신 분들은 질병을 안고 오시는데, 체질 진단 후 상담을 하다 보면 음식을 거꾸로 드시고 계신 경우가 많았습니다. 음식이 질병의 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환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반대로 ‘우연이겠지만 내가 좋아했던 것을 주로 먹으라고 하네’하는 분들은 상당히 건강하십니다.”
 
음식은 매끼 먹고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 질병과 가장 크게 연관돼 있다고 교수는 덧붙였다. 자신의 몸 상태에 해로운 것이 있으면 유익한 것도 있다. 해로운 것을 피하는 것과 유익한 것을 골고루 잘 먹는 게 중요한데, 그렇게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불균형이 초래되지는 않는다면서 말이다.
 
5장5부의 강약에 따라 사람의 체질을 수양, 수음, 목양, 목음, 금양, 금음, 토양, 토음으로 나누어 진료한다. [일러스트 차움 8체질 클리닉 제공]

5장5부의 강약에 따라 사람의 체질을 수양, 수음, 목양, 목음, 금양, 금음, 토양, 토음으로 나누어 진료한다. [일러스트 차움 8체질 클리닉 제공]

 
8체질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신체 장기, 5장 5부의 강약배열에 따라 정해진다는 내용을 읽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음식을 권해주시는 것이 타고난 장기 상태와 관련이 있는 거죠? 토양체질은 어떤가요?”
 
“8체질을 나누는 중요한 기준은 5장 5부의 강약 배열인데, 이 배열은 말씀하신 대로 선천적으로 타고 난 거라 평생 바뀌지 않습니다. 강한 장기부터 약한 장기의 배열이 있는 거죠. 이렇게 우리는 장부 간의 적당한 불균형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것에 따라 체질별로 생리적인 부분과 병리적인 부분이 차이도 나고요.”
 
이 교수는 체질별로 타고난 적불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음식이나 생활습관으로 강한 장기가 지나치게 강해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약한 장기는 지나치게 약해져 과불균형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가 됐을 때 우리 몸에 질병이 오는 거죠. 이것을 다시 음식과 체질 침을 통해 적불균형 상태로 만드는 게 8체질 치료입니다. 토양체질은 신장이 가장 약하고, 췌장이 강합니다. 약한 장부와 관계성을 갖는 음식이 유익한 음식이고, 강한 장부와 관계성을 갖는 음식이 해로운 음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먹는 것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않는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체형도, 피부도, 성격도 달라진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체질로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쉬웠다.
 
8체질의 5장 5부는 심장, 폐, 췌장, 간장, 신장, 소장, 대장, 위, 담낭, 방광을 발하는데 개인별로 이 장기들의 강약배열이 태어나면서부터 다르다는 것이고, 이 배열의 구조를 8가지로 나누어 치료한다는 것이 8체질 의학의 기본개념이다.
 
8체질별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와 체질적 성향. 일반적인 특성을 설명한 것으로 절대적인 특성은 아니다. [일러스트 차움 8체질 클리닉 제공]

8체질별 강한 장기와 약한 장기와 체질적 성향. 일반적인 특성을 설명한 것으로 절대적인 특성은 아니다. [일러스트 차움 8체질 클리닉 제공]

 
간은 강하고 폐는 약한 ‘목양체질’, 담이 강하고 대장은 약한 ‘목음체질’, 췌장은 강하고 신장은 약한 ‘토양체질’, 위장은 강하고 방광은 약한 ‘토음체질’, 페는 강하고 간은 약한 ‘금양체질’, 대장이 강하고 담은 약한 ‘금음체질’, 신장은 강하고 췌장은 약한 ‘수양체질’, 방광이 강하고 위장은 약한 ‘수음체질’. 이렇게 본래 타고난 체질에서 부조화가 심화하면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장기의 이상 기능이 발생하며 자율신경실조를 초래해 육체적 정신적 병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원래의 체질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하는 것이 8체질 의학으로 권도원 박사가 1965년 발표한 이래 후학에 의해 전파되고 있다.
 
“8체질 의학은 제선한의원의 권도원 박사가 주창한 의학입니다. 한의학의 한 범주이지만, 한국에서 시작된 새로운 의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박사님 연세가 99세예요. 진료를 2017년까지 하셨을 정도로 건강하십니다. 8체질 의학은 앞으로 더 많이 알려져야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8가지 체질의 범주로 나눌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으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의학이 될 것으로 봅니다.”
 
아, 저녁때면 기운이 확 빠지고, 자다가 화장실을 가게 되는 증상에 대해서도 물어야 했다.
“갱년기 증상인 것 같기도 한데, 8체질에서 이야기한 장기의 균형 맞추기와 갱년기를 맞게 되어 호르몬이 불균형해지는 것도 같이 치료할 수 있나요?”
 
“호르몬의 균형은 장부와 밀접하게 영향이 있습니다. 호르몬의 변화는 노화의 한 과정입니다. 질병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으로 봐야죠. 그래도 그것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때 체질 침으로 사용하죠. 침으로 호르몬 조절도 하지만 증상으로 나타나는 장부의 변화를 체질별로 판단해서 불균형을 조절하는 겁니다. 오장 오부와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그 불균형을 조절해주는 방법으로 보면 됩니다.”
 
갱년기에 좋은 음식은 많지만 자신에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토양체질의 경우 홍삼은 좋지 않지만 석류는 좋다. [사진 pixabay]

갱년기에 좋은 음식은 많지만 자신에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토양체질의 경우 홍삼은 좋지 않지만 석류는 좋다. [사진 pixabay]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는 음식들이 있잖아요. 이것도 체질별로 다를까요?”
“갱년기에 좋은 음식이 많습니다. 그중에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드시면 되지요. 토양체질은 홍삼은 안 좋습니다. 석류는 좋아요. 항암 음식, 항노화 음식도 마찬가지예요. 자기가 그 증상에 있다고 해서 다 먹기보다 그중에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선택했을 때 알려진 효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토마토도 리코펜 성분이 있어 전립선 있는 분, 갱년기 분들도 많이 먹는데 토양체질은 안 좋습니다. 건강 보조제, 약도 원료에 따라 분류할 수 있고요.”
 
교수는 8체질에 맞춘 생활을 하다 보면 갱년기 여성은 물론 노인, 어린이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가고 있는 야생동물은 아프거나 병들어 죽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태어난 체질에 맞춰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쌀통에서 현미를 걷어내고, 보리를 좀 사두어야겠네. 오이를 조금 더 자주 먹고, 토마토보다는 참외를 즐겨봐야지. 매운 음식도 가능한 한 멀리하고. 아, 그런데 나의 소울푸드 떡볶이는 어떡하지? 쉽지는 않겠지만 건강을 위해 아주 특별한 날에만!
 
김현주 콘텐트 크리에이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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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김현주 우먼센스 편집국장 필진

[김현주의 즐거운 갱년기] 전 코스모폴리탄 편집장, 현 우먼센스 편집장. 20~30대 여성으로 시작해 30~40대 여성까지,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삶을 주목하는 일을 25년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나이 또래인 50대 '갱년기, 중년여성'의 일상과 이들이 마주하게 될 앞으로의 시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더오래’를 통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호르몬의 변동기인 이 시기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모색하며 동년배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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