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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미투' 거셌던 부산 처벌도 강했다…계기는 4년전 사건

중앙일보 2019.02.21 15:34
[연합뉴스]

[연합뉴스]

2017년 6월 20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양(17)은 담임교사 B씨(56)로부터 두 달 동안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당하고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 상담 교사에게 털어놨다. 학교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자 A양은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산교육청은 해당 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교사 C씨(49), D씨(48), E씨(36)가 학생을 상대로 신체접촉을 일삼아 온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부산교육청은 교사 4명을 모두 해임했다. 해임되면 3년간 공무원으로 다시 임용될 수 없다.
 

신고된 교내 성범죄 81건 가운데 37건 징계
서울보다 신고건수 적지만 징계는 훨씬 많아
교육청, 2015년 성범죄 추방 종합대책 시행
“올해부턴 가해 교원 교육·상담 의무화도 ”

스쿨 미투(교사로부터 당한 추행이나 학대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 바람이 거셌던 부산은 처벌도 강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스쿨 미투 신고 건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던 부산이 징계 건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21일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3년간 접수된 성비위(성폭행, 성추행, 성차별 발언) 신고는 81건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152건)에 이어 두 번째로 신고 건수가 많았다. 신고된 81건 가운데 징계로 이어진 건 37건(46%)이다. 서울은 신고 152건 가운데 징계는 5건(3%)에 그쳤다.  
 
부산은 징계 수위도 높았다.  37건 중 파면 1건, 해임 17건, 정직 9건으로 73%가 중징계를 받았다. 경징계는 감봉 3건, 견책 7건에 지나지 않았다. 부산이 유독 처벌이 강한 이유는 뭘까.  
2018년 11월3일 청소년페미니즘 '스쿨미투' 집회 장면. 김정연 기자

2018년 11월3일 청소년페미니즘 '스쿨미투' 집회 장면. 김정연 기자

2015년 6월 한 고등학교가 교내 성희롱 사건을 은폐하려다 발각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문규 부산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사무관은 “교사가 학생 10명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희롱을 했는데 교사가 사직하는 것으로 무마하려 했다”며 “학교 교장이 ‘해당 교사가 사직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성범죄 대응 지침을 강화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부산교육청은 2015년 8월 ‘교내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학교 성범죄 추방 종합대책’을 내놨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성범죄 신고창구 단일화, 성범죄예방 정책자문단 등을 구성했다. 또 ‘성폭력을 묵인하거나 축소한 경우 교장을 해임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교사는 물론 행정직원, 학생을 대상으로 성교육도 강화했다.  
 
부산교육청은 교사가 성비위 사건에 연루가 되면 즉시 직위 해제한다. 이후 성범죄 처리지원단을 해당 학교에 파견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다. 지원단에는 최대 8명이 투입된다. 전수조사를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시민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장학사가 조사 내용을 직접 감사한다. 내·외부 인사 9명으로 구성된 징계위원회가 감사 내용을 바탕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강여순 부산교육청 인사과 장학사는 “타 시·도와 비교해 징계 수위가 높아 내부적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며 “교육부가 정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기준’에 맞춰 징계 수위를 정한다”고 말했다.  
[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 미투']

[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 미투']

부산교육청은 올해 더 강화된 성폭력 근절대책을 마련 중이다. 권진옥 부산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장학사는 “올해부터 성범죄 가해 교원의 상담과 교육을 의무화하고, 징계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보할 방침”이라며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전 학교로 확대해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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