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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 참느라고 덜덜 떨렸어" 대변 묻힌 채 집으로 온 아이

중앙일보 2019.02.21 13:00
[더,오래]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14)
이야기만 나와도 아이를 꺄르르 웃게 만드는 단어, '똥'. 달콤이는 그렇게 '똥'을 좋아하면서도 5살이 끝나갈 때까지도 어린이집에서 대변을 본 적이 없다. 달콤이가 그린 똥 그림. [사진 서영지]

이야기만 나와도 아이를 꺄르르 웃게 만드는 단어, '똥'. 달콤이는 그렇게 '똥'을 좋아하면서도 5살이 끝나갈 때까지도 어린이집에서 대변을 본 적이 없다. 달콤이가 그린 똥 그림. [사진 서영지]

 
오늘은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면서도 일부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소재로 써볼까 한다. 그렇다. 바로 ‘똥’이다. 4~6세쯤 되는 아이들은(더 안 키워봐서 몇 살까지 이 얘기로 까르르 웃는지는 모르겠다) ‘똥’ 한 글자만 나와도 배를 잡고 웃는다. 우리 아이도 6살이 된 지금까지도 맨날 ‘똥’ ‘방귀’ 타령이다.
 
그렇게 ‘똥’을 좋아하는 아이지만 5살이 끝나갈 때까지도 어린이집에서 대변을 본 적이 없단다. 늘 집에 와서 대변을 보곤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응가 마려울 때 없었어?”라고 물으면 늘 “안 마려워”라고 답했다. 선생님께 여쭤 봐도 대변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대변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게 참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지난해 가을의 일이다. 저녁에 집에 돌아와 아이랑 노는데 자꾸 구리구리한 냄새가 났다. 아이의 입 냄새인가 싶어서 입을 확인해봤지만,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잘못 맡았나 싶어 한참을 더 놀다가 화장실에 갔더니 글쎄 팬티에 대변이 한바닥 묻어있는 게 아닌가!
 
이상한 냄새는 대변이 말라서 나는 냄새였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에나 맡아봤던 냄새라 잠시 잊고 있던 바로 그 냄새였다. 상태를 보니 얼마 되지 않은(?) 변이 아니었다. 최소 몇 시간은 굳었을 법한 자태였다. 놀라서 “언제 응가 했어? 팬티에 묻었으면 (봐주시는) 이모한테 얘기를 해야지” 했더니 “몰랐다”고 한다. “응가는 언제 했는데?” “안 했어.” “팬티에 묻은 거 몰랐어?” “몰랐어.”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서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더니 팬티에 대변이 한바닥 묻어있었다. 어른도 대변을 참는 게 쉽지 않은데 혼자서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진 pixabay]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서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더니 팬티에 대변이 한바닥 묻어있었다. 어른도 대변을 참는 게 쉽지 않은데 혼자서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진 pixabay]

 
일단 씻기고 재우려고 누웠다. 어른도 대변을 참는 게 쉽지 않은데 혼자서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응가 마려운 거 참느라 힘들었겠다.” “몸이 덜덜 떨렸어.” “왜? 어린이집에서 응가 하는 게 무서워서?” “아니, 응가 참느라고.”
 
아니 이런 웃픈(웃기고 슬픈) 일이 있나….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어린이집에서도 응가 해도 돼. 선생님이 잘 도와주실 거야. 친구들도 거기서도 응가 해. 선생님도 하고. 엄마도 어린이집 화장실에서 한 적 있어. 기억나지? 어린이집에서나 밖에서 응가 해도 되는 거야~” 하고 잠이 들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엄마들의 비슷한 고민이 많았다. 어떤 아이는 초등학생인데도 그렇다고, 또 어떤 엄마는 ‘저는 아직도 밖에서 화장실 가기가 힘들어요’라고 했다. 밖에서 대변을 꺼리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고3 때 단짝도 학교에서는 대변을 보지 못해 변비에 걸린 채로 수능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어린이집 선생님께 문의했다. “요즘엔 달콤이가 어린이집에서 대변을 보나요?” “네. 그전에는 참는 것 같더니 지난해 하반기쯤부터는 가끔 보더라고요.” 휴….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도움말: 정현숙 달팽이상담센터소장
대변을 참는 아이, 왜 그러는 걸까? 보통은 생후 15개월을 전후로 배변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양육자가 조급한 마음으로 강요한다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그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대변을 참는 아이, 왜 그러는 걸까? 보통은 생후 15개월을 전후로 배변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양육자가 조급한 마음으로 강요한다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그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사진 pixabay]

 
대변 참는 아이, 왜 그러는 걸까요?
어린 아동은 처음에는 배변 기능을 거의 통제하지 못합니다. 배변훈련은 아이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조절 능력이 발달한 후에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마다 신체조절 발달 시기가 달라서 개인차가 많기 때문에 배변훈련을 시작하는 시기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은 생후 15개월을 전후로 배변훈련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양육자가 조급한 마음으로 강요한다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 그 시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이 시기를 항문기라 하였으며 배설을 통해 아동은 긴장과 불편감이 감소하는 쾌감을 느끼며, 항문과 관련된 행동을 통하여 인성이 발달하는 시기라고 했습니다. 또한 에릭슨은 이 시기에 아동이 자기조절을 훈련하면서 자율성을 획득하는 시기라고 하였다. 따라서 배변훈련에 대한 양육자의 태도는 아동의 인성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이들은 왜 대변을 참는 거죠? 어떻게 도와줘야 변을 잘 볼 수 있을까요?
프로이트는 그 이유를 배설과정이 즐거운 것으로 여길 수 있는 것과 같이 배설물을 보유함으로써도 쾌감을 느낄 수 있는데, 변을 참았다가 배설하면 쾌감이 더 커지는 동시에 사회적 승인 역시 커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변을 참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배변에 대한 양육자의 지나친 간섭을 경험한 아이는 양육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 변을 참습니다. 자존심이 강하고 예민해서 과도하게 자신을 통제하는 경우, 배변에 대해 수줍음이 많은 아이도 대변을 참는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또한 변비로 인해 항문에 심한 통증을 경험한 아이는 통증이 두려워서 변을 참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변을 참는 이유를 잘 살펴서 양육자가 지나치게 통제적이지는 않은지, 대변을 참고 있는 고통에 대한 공감과 배변을 하고 난 후에 칭찬에 인색한 것은 아닌지, 생리적으로 변비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살피고 민감하게 아이를 보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에 몇 번씩 배변 연습을 시키거나 변기를 바꾸어 주거나 배변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하거나 배변을 시도하고 성공했을 때 각각 상을 주는 등의 방법을 고려한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밖에서 대변 보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같은 이유인 건가요?
어른의 경우 여행 중에나 집 안에 행사가 있어 손님이 많을 때, 또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할 경우에 배변하지 못하거나 참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변을 참는 아동의 경우와 매우 다릅니다. 아동이 대변을 계속 참아 성인이 된 후에도 만성적인 변비가 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책임감이나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감으로 인해 배변하지 못하거나 수줍음 때문에 대변을 참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복식호흡과 긴장 이완 훈련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사연을 받습니다

서영지의 엄마라서 아이라서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아이를 키우면서 닥쳤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냈거나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여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아이와 관련한 일이라면 어떤 주제라도 좋습니다. 그 이후로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 그 사건을 겪으며 느낀 생각과 깨달음, 그로 인한 삶의 변화 등을 공유해주세요. 같은 상황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선배 엄마의 팁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영지 기자의 이메일(vivian@joongang.co.kr)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보내실 때는 이름과 연락처를 꼭 알려주세요. 사진과 사진 설명을 함께 보내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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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지 서영지 더,오래 팀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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