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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는 주택 증여 러시…“4월 공시가격 폭탄 맞기 전에 물려주자"

중앙일보 2019.02.21 06:00
서울 주택 보유자는 올해 단독주택 공시 가격이 급등으로 세금 부담이 늘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평창동 일대의 단독주택 모습. [중앙포토]

서울 주택 보유자는 올해 단독주택 공시 가격이 급등으로 세금 부담이 늘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평창동 일대의 단독주택 모습. [중앙포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 모(66) 사장은 올 초 본인이 거주하는 강남구 아파트와 임대료를 받는 상가를 제외하고 주택 한 채를 아들에게 증여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의 19억원 상당의 단독 주택이었다. 상속ㆍ증여를 고심하다 지인의 소개로 은행 세무사에게 상담을 받은 직후였다. 김 사장은 “지금은 증여세로 5억8000만원을 내지만 5월 이후에는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세금이 30~40% 이상 더 나올 거란 얘기에 곧바로 증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주택 증여에 대한 고액 자산가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택 공시가격이 인상되기 전에 증여하면 세 부담을 낮출 수 있어서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가격 공시일은 4월 30일이다.  
 
김근호 세무법인 오름 세무사(전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장)는 “지난해 말부터 자산가의 증여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상당수가 다주택자로 주택 공시가격이 오르면 양도소득세는 물론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상속ㆍ증여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단지. [중앙포토]

고급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단지. [중앙포토]

 
전문가들은 4월 말까지 자산가의 ‘증여 행렬’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서 서울은 1년 전보다 18%가량 상승했다. 전국 평균보다 8.6%포인트 높다. 이는 국토부가 전국 단독ㆍ다가구주택 중 대표성이 있는 20만여 가구를 뽑아 평가한 가격이다. 나머지 주택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 특히 강남ㆍ마포ㆍ용산구 등지 표준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30% 넘게 뛰었다. 이곳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고민이 많다.  
 
 
특히 주택 공시가격은 단독ㆍ다주택을 증여할 때 세금의 기준이 된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 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일반적으로 주택을 상속ㆍ증여할 때는 실거래가격으로 과세한다”면서 “하지만 다가구나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실거래가액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아 주택 공시가격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초부터 증여 거래는 급증했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전체 주택 증여 건수는 2457건으로 1년 전(1892건)보다 30% 늘었다. 매매 건수는 같은 기간 60% 쪼그라들며 6040건에 그쳤다. 주택 매매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증여 수요가 커지고 있다.
 
 
자료: 한국감정원, 국토교통부

자료: 한국감정원, 국토교통부

 
 
앞으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급등한 주택은 증여세 부담도 커진다. 세무법인 서광에 의뢰해 표준 단독주택 기준으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강남권 주택의 증여세 변화를 살펴봤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A 다가구 주택(건축면적 약 150㎡)은 지난해 15억4000만원에서 올해 20억10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30%가량 올랐다. 증여세는 6억528만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1억8200만원(43%) 늘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중학교 인근의 B 단독 주택(124㎡)은 1년 전보다  77% 급등하면서 처음으로 32억원을 넘었다. 증여세는 최고세율 50%가 적용됐고 세금도 2배로 불어났다. 지난해 5억원 수준이었던 증여세는 올해 11억원으로 늘어난다.
 
 
양경섭 서광 세무사는 “최근 자산가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상속ㆍ증여 플랜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독주택은 사업용 건물로 용도 변경이 가능해 투자가치가 크다”고 덧붙였다.  
 
 
증여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4월 말 전에 증여등기 접수를 끝내야 한다. 그래야만 지난해 개별주택가격을 적용받아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주의할 점이 있다. 요즘 자녀에게 전세보증금 등 부채를 끼고 넘겨주는 부담부증여가 늘고 있다. 부채를 제외한 금액에만 증여세를 부과하고 나머지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돼 자녀의 증여세 부담을 낮출 수 있어서다.
 
김근호 세무사는 “하지만 다주택자가 서울에 보유한 주택을 부담부증여로 물려주면 양도소득세 중과로 통째로 증여하는 것보다 세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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