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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조성길 딸 북송…이탈리아 의원 "장애인 딸 버린것" 주장

중앙일보 2019.02.21 05:18
지난해 11월 부인과 자취를 감춘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부인과 자취를 감춘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잠적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평양으로 송환됐다고 이탈리아 정부가 공식 확인했다. 이탈리아 정가에서는 북한 정보기관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강제로 데려간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송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의회 보고도 추진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잠적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딸 북송, 정가에 파문
"北 정보기관이 이탈리아서 납치했다면 엄중한 사태"
집권 오성운동 중진, 살비니 부총리에 의회 보고 요구
친북 라치 전 의원은 "조성길 부부가 장애인 딸 버려"

 이탈리아 외교부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북한 측이 지난해 12월 5일 보낸 통지문에서 조 전 대사대리와 그의 아내가 11월 10일 대사관을 떠났고, 그의 딸은 11월 14일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측은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조부모와 함께 있기 위해 북한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대사관 여성 직원들과 동행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지지하는 시민연대 결성 기자회견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운데)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지지하는 시민연대 결성 기자회견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운데)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한국 정부 당국자는 “조 전 대사대리가 행방불명된 직후 평양에서 조직지도부 등 추격조가 현지에 파견됐다. 조 전 대사대리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자 대사관에 남아있던 그의 딸을 데리고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북한으로 압송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성길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더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교부가 조 전 대사대리 딸의 북송 사실이 한국에서 공개되자 공식 확인을 해준 것이다. 이에 대해 만리오 디 스테파노 이탈리아 외교차관은 “조성길의 딸이 북한 정보기관에 의해 이탈리아에서 납치됐다는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전례 없이 엄중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 스테파노 차관은 또 “이탈리아는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보호했어야 한다. 그의 딸이 세계 최악의 정권 가운데 하나로부터 고문을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 로마 교외 주택가에 위치한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의 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 김성탁 기자

이탈리아 로마 교외 주택가에 위치한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의 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 김성탁 기자

 
 집권 '오성운동' 소속인 디 스테파노 차관은 특히 이번 사건을 카자흐스탄 야당 지도자 출신인 무흐타르 아블리아조프의 부인 알마샬라바예바와 그의 6살 딸이 2013년 이탈리아에서 카자흐로 강제 송환된 사건과 비교했다. EU의 합법적 거주자였던 샬라바예바와 딸은 당시 이탈리아 경찰의 협조 속에 정당한 절차 없이 강제 추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이탈리아 당국의 노력으로 6개월 뒤 이탈리아로 돌아왔다.
 
당시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이던 디 스테파노 차관은 “이번 일과 비슷한 샬라바예바 사건 당시 나는 카자흐스탄으로 가서 그녀를 만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했다. 당시 내무장관이던 안젤리노 알파노의 책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베네토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조 대사대리의 오른쪽은 이탈리아 상원의원 발렌티노 페린, 왼쪽은 파라 디 솔리고의 교구 사제인 브루노네 데 포폴 신부. [연합뉴스]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베네토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조 대사대리의 오른쪽은 이탈리아 상원의원 발렌티노 페린, 왼쪽은 파라 디 솔리고의 교구 사제인 브루노네 데 포폴 신부. [연합뉴스]

 
 오성운동의 중진 정치인인 마리아 에데라 스파도니 의원도 “북한 정보기관이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을 납치한 것이냐. 이는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오성운동과 연정을 맺은 동맹당 대표로서 정보기관을 관할하고 있는 마테오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이 문제에 대해 의회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현지 안사통신은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이 17살이고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엔조모아베로 이탈이라 외교부 장관은 현재 입장을 밝힐 게 없고 사건을 조사 중이라며 “추후 합당한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실린 인터뷰에서 안토니오 라치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이 잠적한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라 레푸블리카=연합뉴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실린 인터뷰에서 안토니오 라치 전 이탈리아 상원의원이 잠적한 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라 레푸블리카=연합뉴스]

 이와 달리 이탈리아 정가에서 북한과 가장 교류가 잦은 안토니오 라치 전 상원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장애가 있는 딸을 혼자 버려두고 자취를 감췄고, 새로 부임한 대사대리가 그의 딸을 평양으로 돌려보냈다고 주장했다. 일간 일조르날레 등에 따르면 라치 전 의원은 “이번 일은 납치나 강제 송환이 아니다. 조 전 대사대리의 딸은 평양에서 조부모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렴치한 부부가 장애를 지닌 미성년 딸을 버렸다. 그러니 후임자가 딸을 조부모에게 돌려보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치 전 의원은 부모가 잠적한 상황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그의 딸을 보호해야 할 의무는 없다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그는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딸을 데려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장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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