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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싫든 절대 잊지 못한다, 아일랜드 골프 코스 발리뷰니언

중앙일보 2019.02.21 01:00
아일랜드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장으로 꼽히는 발리뷰니언. 높은 둔덕 사이로 페어웨이가 있다. [중앙포토]

아일랜드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장으로 꼽히는 발리뷰니언. 높은 둔덕 사이로 페어웨이가 있다. [중앙포토]

발리뷰니언. 
아일랜드에서 가장 장엄한 모래언덕에 세워진 골프장으로 꼽힌다. 발리뷰니언의 최초(1893년) 설계자는 명확하지 않다. 디 오픈 네 차례 우승자인 톰 모리스라는 설도 있고, 다섯 차례 우승자인 제임스 브레이드라는 설도 있다. 그게 누구든 이 웅장한 둔덕을 크게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다. 포클레인도 없던 시절이다. 코스의 진정한 설계자는 자연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모래언덕이 장엄하다는 것은 바람이 많이 분다는 뜻이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장
발리뷰니언 골프장. 언뜻 자연 그대로의 초원 같다. [중앙포토]

발리뷰니언 골프장. 언뜻 자연 그대로의 초원 같다. [중앙포토]

2011년 기자가 발리뷰니언에서 라운드할 때 폭풍이 불었다. 끌고 다니는 카트가 바람에 밀려 혼자 움직이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벙커에 처박히기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1998년 이곳에서 평소 타수만큼 멀리건을 썼다고 한다. 골프 코스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발리뷰니언을 두고 “공정하고 다양한 도전과 스릴을 준다”고 말한다. 이 골프장의 캐디 파드릭은 더 쉽게 말했다. “아일랜드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장이다.”
 
1번 티 옆에는 공동묘지도 있다. 잭 니클라우스는 이 홀에서 티샷을 무덤으로 보냈다. 그를 지켜보던 동네 사람이 “우리는 묘지로 공을 보내는 사람들을 많이 봤으니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세요”라고 소리쳤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웅장한 사구(砂丘) 때문에 깊은 계곡을 걷는 느낌이 난다. 둔덕에 자라는 풀은 모래를 붙들어 놓는 역할을 한다. 잘못 친 골프공도 날름날름 잡아먹는다. 휘날리는 풀잎과 빨리 움직이는 구름을 보면, 둔덕을 타고 계곡으로 휘돌아 나가는 바람이 눈에 보이는 듯도 하다. 그러나 거대한 성(城)처럼 보이는 모래언덕 사이로 공을 날려 그린에 올릴 때의 짜릿함은 비할 바가 없다.  
 
발리뷰니언은 전 세계 골프장 랭킹 16위(골프다이제스트), 17위(골프매거진)로 평가된다. 매니큐어를 바른 것처럼 예쁜 코스가 아니어서 아무래도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는 못한다. 강풍이 불 때는 난공불락의 코스다. 소총으로 탱크와 맞서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는 하드코어 코스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좋아하든 싫어하든, 결코 잊지 못할 코스는 분명하다.  
 
 19번 홀을 아시나요 
발리뷰니언 골프장. 아일랜드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라는 평처럼 코스가 험하다. [중앙포토]

발리뷰니언 골프장. 아일랜드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라는 평처럼 코스가 험하다. [중앙포토]

‘스코틀랜드가 골프를 만들었으나, 신은 가장 완벽한 골프 코스를 아일랜드에 줬다.’ 
골퍼 사이에 내려오는 말이다. 중앙일보 테마여행이 5월 아일랜드 골프 투어를 한다. 발리뷰니언도 경험한다.  
 
스코틀랜드는 골프와 위스키로 유명하다. 위스키의 원조는 스코틀랜드가 아니다. 아일랜드다. 5세기 성직자를 통해 중동의 증류 기술이 아일랜드에 전해진 후 스코틀랜드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일랜드는 맥주 기네스로도 유명하지만, 위스키도 일품이다. 피트향이 적어 묵직하며 전통의 맛을 고수한다. 아일랜드인은 “스코틀랜드에 갈 때는 아일랜드 위스키를 가지고 간다”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발리뷰니언에서 기자와 함께 라운드한 동네 사람들은 “딱 한 잔만 하고 가라”고 권했다. 한 잔 들이키고 일어서려는데 “아일랜드에는 딱 한 잔이라는 말 따위는 없다”며 정색했다. 걸쭉한 기네스 맥주와 짜릿한 위스키를 거푸 들이켰다. 
 
서양에서는 골프 라운드 후 술을 마시는 걸 ‘19번 홀’이라고 한다. 아일랜드는 골프장 수준도 최고지만, 19번 홀도 최고다. 아일랜드인도 음주가무를 좋아한다. 우리처럼 역사에 한이 많아서인가 보다.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는 “펍을 피해 더블린을 걷는 것은 퍼즐을 푸는 것 같다”며 “아일랜드를 지탱하는 것은 술과 문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음주문화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한국 술집처럼 아일랜드 펍도 소란스럽다. 중앙일보 테마여행은 물론 아일랜드의 19번 홀도 경험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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