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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법 수출로 망신당한 한국에 몰려오는 선진국 쓰레기

중앙일보 2019.02.21 00:20 종합 29면 지면보기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한국은 지금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이 2018년부터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촉발된 전 세계적인 쓰레기 관리 위기와 한국 내부의 누적된 쓰레기 관리 구조의 위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소를 다시 잃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 전면 금지 이후
한국은 아직도 쓰레기 대란 진행중
플라스틱 수출입 혼재한 한국은
수출입 현장감시를 한층 강화해야

고속 경제 성장 와중에 중국은 2000년 이후 전 세계의 폐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2018년 이전까지 지구촌에서 거래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50%가 중국으로 수입됐다. 선진국에서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중국에서 재활용되는 국제적인 쓰레기 처리 메커니즘이 형성돼 있었다. 중국은 선진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해 재생원료로 가공한 뒤 저가의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해 다시 선진국으로 수출해왔다. 한국의 경우에도 연간 약 20만 t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중국으로 수출했다.
 
하지만 2018년 1월부터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제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중국으로 가지 못하는 선진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새로운 수요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남아메리카·북아프리카 등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선진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지역으로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몰려드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놀라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수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으로는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수입과 수출이 혼재하는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으로 가지 못하는 선진국 플라스틱 쓰레기, 특히 일본의 페트병 선별품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국내에서 수집된 재활용품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재활용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 배출된 이물질이 적은 양질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해 재생원료로 가공한 뒤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시론 2/21

시론 2/21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선진국에서 수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수록 한국에서 수집된 플라스틱 재활용품의 재활용 기반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한국이 선진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해서 중국에 재생원료를 공급하는 기지로 전락한 데 대한 국민감정도 무시할 수 없다.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에 대한 위생기준 설정 등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에서 분리배출하는 재활용품의 품질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재활용 현장의 의견을 잘 수렴해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이 잘 될 수 있도록 플라스틱 제품의 재질구조를 개선하고 소비자들은 분리배출을 잘 해야 한다.
 
한편으로 한국에서 갈 곳을 잃은 저급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재활용을 빙자해 동남아시아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로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7만t이다. 중국으로 수출되던 플라스틱 쓰레기 중 약 3분의 1이 이제는 동남아시아로 수출되고 있다. 현장의 증언에 따르면 플라스틱 원료제품으로 위장해 수출되는 양도 있어 실제 수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재활용 목적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신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소각하거나 에너지 회수시설에서 태워야 할 것들이다. 한국에서 처리 단가가 크게 오르면서 싼 가격으로 처리하기 위해 재활용품으로 둔갑시켜 불법으로 수출하고 있다. 나라망신일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방치된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우리 식탁을 위협할 수도 있다.
 
불법수출을 막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에 대한 현장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싼 가격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유인 구조가 형성돼 있는 한 불법 수출은 끊임없이 시도될 것이다. 수출되는 쓰레기는 검사관이 현장에서 육안으로 전수조사하도록 하고 검사 수수료는 수출업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감시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시설 용량을 확대해 쓰레기 처리 단가를 낮추는 근본적인 대책도 시급하다.
 
2018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쓰레기 대란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쓰레기를 쉽게 버리고 쉽게 처리할 수 있었던 ‘쓰레기 잔치’는 끝났다. 쓰레기를 줄이고, 쓰레기가 발생하는 지역에서 자원으로 순환해야 한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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