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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이재웅이 걱정이다

중앙일보 2019.02.21 00:18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번엔 쏘카 대표 이재웅이다. 택시업계가 ‘타다’를 검찰에 고발했다. 타다 서비스가 운수사업법 제34조 ‘유상 운송 금지’ 조항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는 이재웅 대표가 지난해 10월 출시했다. 택시업계를 의식해서인지 ‘승차 공유 서비스’와는 살짝 거리를 뒀다. 국토교통부는 “현재로서는 적법하다”고 했다. 택시업계도 처음엔 가만있었다. 올해 들어 타다가 큰 인기를 끌자 얘기가 달라졌다. “(차량 공유 플랫폼인) 차차크리에이션이나 카카오카풀과 다른 게 뭐냐”며 문제 삼기 시작했다. 택시업계에 위협이 된다고 본 것이다. 카카오카풀마저 꺾어놓은 판에 이재웅의 타다만 물리치면 당분간 ‘한국형 우버’가 등장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장관부터 뒷걸음치는데
승차 공유 활성화되겠나

이재웅 대표는 그러나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1995년 토종 포털 사이트 ‘다음’을 창업한 벤처신화의 주인공이다. 대통령과 백두산도 함께 올랐다. 대표적인 친정부 기업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오만하다”고 돌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지난주엔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도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모르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가장 중요한 수천만 택시 이용자가 빠졌는데 어느 국민이 수용하겠냐”며 “‘택시산업발전연구모임’이란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택시업계와도 정면 대응을 택했다. “신산업 업체를 그만 괴롭히라”며 “고발하신 분들을 업무 방해와 무고로 강력히 대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타다마저 막히면 사실상 승차 공유 산업은 대한민국에서 전멸이다. 일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무엇보다 택시업계에 질질 끌려다닌 주무부처 국토부의 책임이 크다. 택시업계는 새 승차 공유 업체가 등장하면 일단 지켜보다가 인기를 끌면 불법이라며 고발했다. 택시업계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국토부는 시대에 뒤떨어진 법과 규제를 들이대며 “법대로”만 외쳤다. 마차 시대의 법으로 자동차를 규제한 꼴이다. 콜버스·풀러스·럭시·차차크리에이션이 잘 나가던 사업을 접거나 팔거나 바꿔야 했다.
 
공유 경제를 제대로 키우려면 장관이 앞장서 규제를 풀고 법이 막으면 법을 바꿔서라도 새 산업을 허용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청와대나 여당도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런데 김현미 장관은 거꾸로 갔다. “우버 형태 카풀은 반대”라며 시대 정신을 거스르는 데 앞장섰다. 1년여 전 평창올림픽 때를 빼면 승차 공유 업체와 간담회 한 번 갖지 않았다. 업계에선 “정치인 출신이라 표에 민감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장관부터 꼬리를 내리니 부처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법 규정만 촘촘히 따진다. 웬만하면 금지다. “법에 없거나 모호하면 일단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는 남의 나라 얘기다. 공유경제가 활성화는커녕 질식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플랫폼 시대의 규제는 게이트키핑을 강조하던 규제 1.0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 규제로는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처음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이런 정도의 사업이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았다니 안타깝다”며 “적극 행정을 펼쳐달라”고 했다. 이낙연 총리도 “규제가 없거나 모호하다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국토부 장관은 대통령·총리와 다른 정부 사람인가. ‘소극 행정’ 국토부 덕에 택시업계엔 승리의 기억만 가득하다. 2014년 우버를 시작으로 수많은 승차 공유 업체가 그렇게 사라졌다. 이제 이재웅의 타다만 남았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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