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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무섭군…월세 숨고 전세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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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ahnjw@joongang.co.kr

세금이 무섭군…월세 숨고 전세 부활

중앙일보 2019.02.20 00:54 경제 1면 지면보기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전세 비율이 73%를 넘기며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세 계약이 늘어도 전세 물량이 넉넉해 전셋값은 내림세다. 서울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매와 전세 매물 안내판이 붙어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전세 비율이 73%를 넘기며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세 계약이 늘어도 전세 물량이 넉넉해 전셋값은 내림세다. 서울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매와 전세 매물 안내판이 붙어있다. [뉴스1]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19일까지 신고된 올해 1~2월 전·월세 거래가 67건이다. 이중 전세가 58%인 39건. 2년 전인 2017년 1~2월 163건의 전·월세 계약이 이뤄졌고 이중 전세는 절반이 안 되는 79건(48.5%)이었다.  
 
강서구 마곡동 일대 아파트 전·월세 계약에선 전세 비중이 2017년 1~2월 76.4%에서 올해 1~2월 89.2%로 커졌다.  
 
전세의 귀환. 저금리 덕에 득세하던 월세에 밀려 한때 ‘종말’ 전망까지 나온 전세가 되살아났다. 지난해 급등한 서울 집값이 올해 급락 양상을 보이며 주택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 등장한 전세의 부활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월세 거래 현황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1만7798건이다. 전세가 1만3014건으로 73.1%를 차지했다. 1월 기준으로 2013년(79.5%) 이후 가장 높다. 강서·은평구 등은 80%대로 올라섰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임대차 시장에서 기세가 꺾인 전세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전세는 연간 단위로 2011년 임대차 계약 10건 중 9건 정도(84.6%)를 차지했다가 2016년 65.7%까지 비중이 줄었다가 다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11~16년 월세가 늘던 시장 환경이 지금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 집값이 약세로 주택 수요가 임대로 쏠렸다. 전셋값이 급등한 임대인 우위의 시장에서 기준금리가 1.25%까지 내려간 저금리여서 주인들은 이율이 훨씬 높은 월세를 선호했다. 전셋값이 뛰자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준전세)가 급증했다. 2011년 불과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 3.5%에 불과하던 반전세 비율이 2016년 16.8%까지 올라갔다. 2016년 상반기만 해도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바꾸는 데 적용하는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이 4%대 중반이었다. 당시 은행 예금 금리가 1%대였다.  
 
2017년 이후 전세보증금을 끼고 구매하는 ‘갭 투자’가 늘며 매수자가 전세를 선호했다. 전세여야 추가 자금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지난해엔 내리기까지 하면서 월세로 돌릴 만한 보증금 인상분이 적어졌다. 금리는 오르고 전·월세 전환율이 떨어지면서 월세 매력이 줄었다. 강남권은 4%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11월 기준 송파구는 3.6%다. 지난달 전세보증금 13억3000만원에 계약된 리센츠 전용 124㎡가 월세로는 보증금 6억원, 월 165만원에도 신고됐다. 전·월세 전환율이 2.7%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과세도 전세가 유리하다. 전세보증금은 채무인 셈이어서 임대소득세가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월세 전환율이 낮은 데다 월세 소득세를 내면 주인 입장에서 남는 게 많지 않아 월세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전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 물량이 넘쳐나면서 주인보다 세입자가 주도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KB부동산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85.5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첫째 주(77.6)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수요와 공급이 비슷한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전·월세 거래량 증가에서 보이듯 임대 수요가 늘고 있지만, 임대차 매물 중 전세가 많아지고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전셋집 초과 공급 상황이다. 2013~17년 5년간 연평균 입주물량(2만7000여 가구)의 1.3배인 3만6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지난해 들어선 데 이어 이보다 더 많은 4만3000여 가구가 올해, 4만여 가구가 내년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락한 전세 수요가 많이 늘더라도 당분간 전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계약 때보다 전셋값이 더 떨어진 ‘역전세’가 전세 증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역전세를 우려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보증금을 줄이고 나머지를 월세로 할 수 있다.  
 
약세를 보이며 늘어난 전세는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매수 수요가 전세로 돌아서는 데 전셋값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 증가가 갭 투자의 지렛대가 되기도 힘들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지난달 59.4%로 최근 1년 새 10%포인트 내리며 201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0%대로 하락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부활이 매매시장과 임대시장 불안요인을 덜어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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