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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1만원인데 거래는 8000원…'국민 횟감' 광어의 눈물

중앙일보 2019.02.19 20:00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양식장에서 키워지고 있는 광어. 최충일 기자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양식장에서 키워지고 있는 광어. 최충일 기자

지난 19일 오전 10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광어(廣魚·넙치) 양식장. 어민들이 수조에서 이리저리 도망가는 광어를 연신 뜰채로 떠 올려 플라스틱 컨테이너로 옮긴다. 한 컨테이너에 보통 15~20kg의 살아있는 광어가 담겼다. 광어들은 산소공급기가 달린 활수조차에 담겨 산채로 다른 지역까지 배송된다. 
 
이렇게 광어를 팔았지만 어민의 표정은 밝지 않다. 광어값이 크게 떨어져 팔아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광어양식을 하는 이 양식장 대표 현지훈(48)씨는 “30년간 양식장을 운영했지만, IMF(외환위기)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1kg짜리 광어 한마리를 잘 키우는 데 전기료·사료값·인건비 등 1만1000원~1만2000원이 드는데 최근에는 8000원대까지 떨어져 팔 때마다 손해”라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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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양식장에서 광어 출하를 위해 뜰채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양식장에서 광어 출하를 위해 뜰채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어류양식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1kg에 1만2000원~1만3000원대로 안정세를 보여 왔던 제주양식 광어 값이 8월부터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최근 8600원대까지 폭락했다. 해양수산개발원(KMI)의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올해 1월 넙치(광어) 산지 가격은 ㎏당 7647원으로 10년 전인 2008년(9754원)보다 21.6% 하락했다. 산지 가격이 크게 떨어진 만큼 대형마트 광어값도 내렸다. 제주시 하나로마트는 지난 18일까지 kg당 2만7000원에 판매하던 광어를 2만3000원으로 14.8% 내렸다.  
 
지난 19일 제주도내 한 마트에서 썰어지고 있는 광어회. 최충일 기자

지난 19일 제주도내 한 마트에서 썰어지고 있는 광어회. 최충일 기자

광어의 판매 부진은 경기 위축과 함께 다른 대체 먹거리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노르웨이산 연어와 일본산 방어 등 경쟁 횟감의 수입이 증가했다. 2008년 2465t이었던 연어 수입량은 지난해 2만4058t으로 875.8%, 방어는 246t에서 1574t으로 538.7%나 급증했다. 연어와 방어 수입량 증가는 소비자 입맛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다. 유대훈(45·제주시 연동)씨는 “광어회를 좋아하지만 최근 다른 수입 생선들이 많아져 두세번에 한번은 다른 어종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잘 팔리지 않는데다 값까지 떨어진 상황이 이어지자 급기야 제주양식수협에서 수매를 통한 시장격리에 나섰다. 지역에서 양식수협은 자체 자금 37억5000만원을 투입해 활광어 400t을 5월말까지 사들인다. 군납용으로 300t을 수매하고, 어묵 가공용과 냉동용으로 100t을 수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광어 싱싱회(숙성회)와 어묵 등의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대학 축제와 박람회 등에 참가해 시식 홍보를 하고, 해외 판촉 행사와 언론 홍보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활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80억원을 투입해 광어 가공·유통센터를 건립한다. 직접 회를 뜨기 어려운 일반 소비자를 위해 머리와 아가미 껍질 등을 제거한 가공을 거친 광어회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제주시 오라동에 건립할 이 센터에는 가공 및 보관시설과 전문 음식점 등을 갖출 예정이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보다 낳은 양식장 환경 조성을 위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스마트 광어양식 기술개발 연구’를 추진한다. 최적의 어류 양식 환경을 모바일을 통해 자동으로 제어하는 지능형 양식시스템을 구축하는게 골자다. 해양수산부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총 69억원의 정부 출연금을 투입해 스마트 수산양식 기술개발과 전문 연구인력을 양성한다.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양식장에서 광어 출하를 위해 뜰채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의 한 양식장에서 광어 출하를 위해 뜰채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광어는 우리말로 넙치다. 몸이 넙적하고 눈이 왼쪽으로 몰려 있다. 육질이 단단하고 입에 달라붙는 느낌이 있어 횟감으로 가장 선호하는 어종이다. 제주도는 국내 양식 광어의 약 60%를 생산하는 최대 생산지다. 358곳의 양식장이 제주에서 운영 중이다. 나머지는 30%를 전남 완도에서, 다른 지역에서 그밖의 10%정도를 생산 중이다. 제주도보다 북쪽인 완도지역은 수온이 낮다. 이 때문에 양식기간이 제주도에 비해 3~4개월 정도 길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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