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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보석 청구…"피고인 방어권 보장돼야"

중앙일보 2019.02.19 19:43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법원에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19일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박남천)에 보석을 청구했다.
 
변호인단은 보석 청구서를 통해 “현재 구속영장 제도는 일종의 징벌로서 무죄추정 원칙,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이 무시된 채 일종의 보복 감정의 충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면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거의 실시간으로 수사 상황이 언론을 통해 보도돼 피고인은 제대로 해명할 기회도 없이 마치 이미 유죄로 인정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에게 충분한 방어권 보장돼야"  
 
이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단 측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보석제도란 기소 이전에 인신이 구속됐다 해도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방해받지 말아야 할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피고인은 증거 인멸, 도주의 우려가 없으며 피해자들에게 신체적·재산적 해를 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검찰은 본건에 검사 등 수사인력 100여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8개월이 넘는 장기간 수사를 진행했고, 알려진 기록의 양만 20만 페이지가 넘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며 “피고인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는 피고인에게도 사실관계 파악, 수사기록 및 변론 방향의 검토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불구속 상태가 아니라는 점도 양 전 대법원장이 풀려나야 하는 사유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과 공동피고인의 각 지위와 대부분의 공소사실이 동일한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거나 일부는 범죄 성립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판단한 점, 이미 대부분의 증거가 수집되었다고 인정한 점 등은 이 사건 보석허가 청구에도 참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석 청구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그렇고 양 전 대법원장도 본인들이 사건 당사자이자 ‘법관’이기에 스스로를 가장 잘 변호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구속 상태에서는 사건 기록조차 제대로 받아보지 못해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결정은 재판 절차가 시작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일러도 3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구속의 적법성을 다투는 구속적부심이 아니라 '피고인'으로서 자신의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보석을 신청한 것"이라며 "법원이 구속 결정을 내렸지만, 보석 청구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법의 한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취지는 이해하나,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을 허가하면 임 전 차장도 풀려나야 할 것”이라며 “검찰에서 판사들에 대한 추가 기소도 염두에 두는 만큼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에 예단 갖게 할 내용 공소장에 포함돼 위법"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임전 차장 측도 검찰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기한 주요 혐의에 대해 지적하며 “공소장에는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사유를 나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행정처 심의관 등으로 하여금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등 대부분의 공소 사실이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기타 사정을 무분별하게 나열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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