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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돌아와 또 도우미""잡히면 안돼" 불체자 두모습

중앙일보 2019.02.19 14:03
박진호 기자

박진호 기자

"한 달 동안 (노래방 도우미로)일하고 베트남 돌아갔다가 다시 오면 돼요." 불법체류자 취재 중 지난달 경기도 시흥의 한 노래방에서 만난 20대 베트남 여성이 한 말이다. 그가 던진 이 말에서는 그동안 만난 외국인 노동자에게서 느껴지는 절실함은 없었다. 쉽게 돈을 벌려는 ‘한탕주의’가 느껴졌다.

 
 강원도 양구의 한 농촌 마을에서 만난 30대 태국 여성은 “(단속반에)절대 잡히면 안 된다”고 했다. 태국에서 교사였던 그녀는 “태국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두 아이를 키울 수 없어 한국 행을 결심했다.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지만, 지금은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항상 몸에 작은 가방을 품고 다닌다. 그 안에는 그동안 받은 임금과 여권 등이 들어있다. 단속이 나올 경우 곧바로 도주하기 위해서다.
 
두 여성이 한국에 온 목적은 같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의 온도 차는 상당히 컸다. 주민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시흥에서 만난 주민들이 노래방 도우미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양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제 마을엔 젊은 사람이 오지 않는다. 불법체류자마저 없으면 마을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들에게 고마움까지 표현했다.
 
한류열풍 바람을 타고 한국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외국인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국내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말 기준 35만명을 넘었다. 1년 새 10만명이나 급증했다. 상당수는 불법유흥업소로 흘러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불법유흥업소 등은 강력하게 단속하고 농어촌 마을로 흘러 들어간 불법체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혜경 배재대 공공인재학부 교수(한국인구학회 회장)는 “불법체류자가 많은 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농어촌 인력난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며 “법에 따라 불법체류자들을 돌려보내고 고용허가제 쿼터와 계절근로자 제도 등을 현실에 맞게 확대해 돌아갔던 불법체류자들이 합법적으로 다시 들어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우리 농어촌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로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관리가 어려운 불법체류자가 국내 산업의 한축을 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급증하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정부가 단속과 합법화라는 ‘투트랙 전략’을 펼쳐야 할 때다.
 
박진호 내셔널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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