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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봐도 세금은 떼간다"···증권 투자 '세금 모순' 손본다

중앙일보 2019.02.19 06:00
투자자 A씨가 두 개의 펀드에 돈을 맡겼다고 가정해 보자. B펀드에선 2000만원을 벌고, C펀드에선 3000만원을 잃었다.
 
A씨는 결과적으로 1000만원을 손해 봤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단순한 계산이지만, 세금을 매길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손해를 본 C펀드에는 세금이 없지만, 이익을 낸 B펀드에선 정부가 원천징수로 세금을 떼간다. A씨로선 투자 손실만으로도 속이 쓰린데 세금 부담까지 져야 하는 셈이다.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 설치한 전광판.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 설치한 전광판.

이르면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각종 금융투자 상품의 수익과 손실을 합쳐서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는 조만간 정부와 협의를 거쳐 증권 관련 세제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는 증권거래세(주식 매도대금의 0.3%)의 단계적 인하 또는 폐지, 금융투자 상품의 손익 통산 과세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특위 위원장인 최운열 의원은 지난해 말 소득세법 개정안과 증권거래세법 폐지안 등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최 의원은 "한국 자본시장이 외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외국보다 불리한 세금 체계는 개선해야 한다"며 "공정과세와 자금흐름 정상화의 두 가지 차원에서 이번 세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최대 1100조원으로 추산되는 부동 자금(떠도는 돈)의 일부가 생산적 금융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선구 기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변선구 기자

금융투자 업계는 펀드를 비롯한 금융투자 상품의 손익 통산 과세가 이뤄지면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전반적으로 낮아져 증권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대주주와 고액 투자자에게만 적용되는 주식 양도소득세는 모든 주주로 확대될 전망이다. 소액주주들도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내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이 제출한 법안대로 증권거래세가 단계적으로 폐지되면 손해를 본 투자자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반면 이익을 본 투자자는 오히려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투자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이 단계적으로 올라 2024년에는 최고 20%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식투자에서 1000만원을 벌면 최대 2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얘기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업계는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금융투자 수익의 이월 공제도 이번 세제 개편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올해는 이익을 보고 내년에는 손해를 봤다면 세금을 매길 때 합쳐서 계산해달라는 주장이다. 현재는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봤더라도 한 해라도 이익을 봤다면 세금을 떼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국ㆍ영국ㆍ독일 등은 무기한, 일본은 3년의 기간을 정해놓고 금융투자 수익의 이월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투자 관련 세제 개편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과제"라며 "장기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장기투자 특별 상품의 세제 혜택을 비롯한 과제도 관련 기관에 적극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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