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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어업서 취업자 10만명 늘어난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9.02.19 05:00
지난해 정부 예산이 투입된 분야의 일자리는 늘었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분야의 일자리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일자리의 부진을 세금을 쓰는 공공 부문에서 메꾸는 상황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마중물’ 효과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18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산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다. 전년보다 12만5000명이나 취업자가 증가했다. 정부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거나, 세금과 기금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공공 일자리로 분류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두 번째로 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난 산업은 ‘농림어업’이었다. 취업자 수가 6만1000명 늘었다. 각종 영농정착지원금 등 귀농ㆍ귀어 지원 사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각종 창업 지원이 활발한 정보통신업이 5만4000명, 정부가 일자리 예산을 꾸준히 투입한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이 5만2000명 늘었다. 건설업은 4만6000명 늘었지만 전년(11만9000명)과 비교하면 절반에 못 미친다.  
 
반면 대표적인 민간부문에서는 취업자 수가 많이 감소했다. 자영업자가 많은 ‘도매 및 소매업’은 경기 부진과 온라인 쇼핑 증가,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7만2000명 줄었다.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이어 경비원, 빌딩 청소원 등 취약 계층이 속한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가 6만3000명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원 폐업 등으로 ‘교육 서비스업’ 취업자가 6만명 줄었고, 조선ㆍ자동차 등에서의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에서 5만6000명 줄었다. 역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으로 분류되는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취업자 수가 4만5000명 감소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고용 위기는 경기적 요인과 경제ㆍ인구 구조의 변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 여기에 정책적 요인이 결합하여 나타난 복합적인 현상”이라며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일자리 확대에 나서 충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민간 일자리 공백을 세금을 풀어 메우는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에서는 취업자가 지난해 1월보다 17만명이나 줄었다. 주요 산업 중 가장 많이 줄었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고 조선ㆍ자동차의 구조조정 영향이 지속한 여파를 받았다. 최저임금에 민감한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7만6000명), 도매 및 소매업(-6만8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4만명) 등에서도 취업자가 감소했다.  
 
이와 달리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신규 취업자는 17만8000명으로, 1월 기준으로는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농림어업 취업자도 10만7000명이나 증가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 비교가 가능한 2005년 이후 농림어업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실 전체 취업자 수가 109만명(1월 기준)인 농림어업에서 10만명 이상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은 미스터리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하며 전체 고용을 갉아먹다가, 2017년 6월부터 20개월 연속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귀농ㆍ귀촌 현상과 각종 정부 보조금을 감안해도 이렇게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정부도 이에 대한 명쾌한 원인 분석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60대 이상 장년층과 은퇴자들의 농촌으로 돌아가면서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줄어들면 나타나는 현상으로 경기 침체를 알리는 안 좋은 신호”라며 “한국에서도 98년 외환위기 당시 농림어업 분야 취업자 수가 11만명 증가한 적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투자와 생산을 늘려 제조ㆍ서비스업에서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농림어업 취업이 급증한다는 것은 이런 고용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고용 참사에 이어 지난 1월에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만9000명에 불과했는데, 정부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가 아니었다면 취업자 수 증가 폭은 마이너스(-)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고용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계속 공공일자리 조기공급, 공공 부문 채용 확대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 2만3000명 신규 채용 계획은 착실하게 추진하고 추가로 2000명 이상을 더 채용하겠다”며 “이와 더불어 공공기관 시설안전 및 재난 예방 등 안전분야 필수인력을 다음 달까지 우선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이른바 ‘세금 일자리’의 약발이 언제까지 지속할 것이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일자리 확대로 고용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고용난 타개를 위해서는 민간의 활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올해도 50만명이 넘는 졸업생이  노동시장으로 진출한다”며 “지난해 기저효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더 작아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고용률ㆍ실업률 등 다른 고용지표가 나빠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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