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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청년창업 발목…총리 책임지고 챙겨라”

중앙일보 2019.02.19 00:48 종합 1면 지면보기
정부가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대해 국내 규제개혁·정보기술 정책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규제학회·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등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4차 산업혁명기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과 신산업을 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기업들에 불합리한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해 주는 제도다. 참석자들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만 의존하면 규제와 관련한 과거 정책을 답습해 ‘규제개혁 블랙홀’이 만들어진다”며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포용할 수 있게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혁신성장과 규제개혁 대토론회' 모습. [사진 벤처기업협회]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혁신성장과 규제개혁 대토론회' 모습. [사진 벤처기업협회]

곽노성(과학기술정책학) 한양대 특임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이 동일한 제도를 운용하면 부처는 비대해지고 책임 소재만 모호해져 사업자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정부 부처를 찾아다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는 산업 분야는 산업부가, 정보통신 분야는 과기부가 접수를 받고 허용 여부도 부처별로 심사를 따로 하고 있다. 
 
<규제개혁 토론회 주요 참석자 발언>
-곽노성 한양대 특임교수

"규제 샌드박스 제도 과거 실패 답습 가능성…국무총리가 직접 챙겨야"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 특유 규제 환경이 규제개혁 실패로 만들어…규제에 대한 과학적 분석 필요"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
"규제가 혁신 스타트업 성장 가로막아…외국에 디지털 주권 뺏기지 않는 정책을"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전 규제조정실장)
"규제개혁 목표는 민간주도경제 실현…규개위 공정위급으로 격상시켜야"

 

-송보희 청년정책학회 회장
"국내 규제 담당자 역량·전문성 태부족…청년들이 혁신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환경"

 

-이은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과학기술계가 관련 규제 혁신과 관련해 진전 이루지 못하고 있어"

곽 교수는 대신 국무총리가 직접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신청 창구와 심의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또 정부가 규제 정보 공개를 기피하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공무원조차 규제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정부의 규제 이력을 모두가 알 수 있게 미국처럼 수요자 중심의 규제 정보 공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을 지낸 강영철 한양대 특임 교수는 “대통령 직속 기구지만 실질 권한이 없는 규제개혁위원회를 공정거래위원회처럼 격상시켜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산업 규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보기술 분야 전문 변호사인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금융·운수·의료산업 등 인허가 제도가 보편화한 산업군에서는 우버·카카오모빌리티 등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서비스) 기업들이 전통산업과 부닥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철학이 없다 보니 현재와 같은 상황을 방치하며 수수방관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규제 정책이 국가 전체의 활력을 죽이고, 나아가 미래 성장 동력인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송보희 청년정책학회 회장은 “국내에서 혁신의 시곗바늘이 유독 느려 블록체인·카풀 등에 도전하려던 청년들은 결국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규제개혁 10대 과제>
-규제개혁위원회를 공정위 수준으로 끌어올리자

-위헌 소지가 큰 고시 등 하위 행정규정을 법령화  

-진입장벽 만들고 시장 경제 왜곡하는 진흥법 폐기
-규제 이력 확인 가능한 정보 공개 시스템 구축  
-과잉 법률 막기 위해 기업·분야별 규제 총영향평가 제도 도입  
-금지 규정의 예외 조항을 전체 법령에서 삭제를
-안전·재난에 대해 과학적 연구해 실효성 있는 규제를

-모든 부문에서 '사전 허용 후 규제 검토' 도입 원칙 적용

-규제 비용·편익 합리적으로 바꿀 인공지능 규제영향평가 도입

-우리 기업만 차별하는 갈라파고스 규제 전면 폐기하자

자료: 한국규제학회

 
토론회에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KCERN) 이사장 겸 KAIST 교수는 패널 의견을 종합해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10대 과제’를 선언했다. ▶공정위 수준으로 규개위 위상을 높이고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각종 진흥법을 폐기하며 ▶‘기타, 그 밖의, 등’과 같은 예외조항 문구를 법령에서 삭제하고 ▶모든 부문에서 ‘사전 허용 후 규제 검토’ 도입 원칙을 적용하는 등의 내용이 망라됐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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