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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회수 하루 지나 가족들에 알린 외교부

중앙일보 2019.02.19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시베드 컨스트럭터호가 17일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에서 회수한 항해기록저장장치. [연합뉴스]

시베드 컨스트럭터호가 17일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에서 회수한 항해기록저장장치. [연합뉴스]

외교부가 2년 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 일종의 블랙박스 회수 사실을 하루가 지나서야 실종 선원 가족에게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보도 접한 실종 선원 가족
“외교부에 묻자 3시간 뒤 문자 와”

실종 선원 문원준(22)씨의 아버지 승용씨는 18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8일 오전 7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해외 언론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선체 일부가 발견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외교부에 곧바로 문의했다”며 “그로부터 3시간이 지나서야 외교부가 ‘블랙박스를 회수했다’는 답변을 문자로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VDR을 회수한 사례는 세계 두 번째’라고 성과로 발표하면서 정작 가족은 뒷전이었다”며 “2년 동안 심해수색을 미뤄오던 정부가 블랙박스 회수 사실조차 가족의 요청이 있고서야 알려주는 등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초대형 광석 운반선인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선장과 기관사, 항해사 등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16명이 타고 있었다. 선원 2명이 구조돼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이 실종 상태로 남아 있다. 심해수색은 지난 2월 14일부터 이뤄졌다. 심해수색 3일 만에 블랙박스를 회수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실종자 가족 대표에게 수색 상황에 대해서 충실하게 정보 공유를 해왔고, 이번 블랙박스 발견 건에 대해서도 하루 전날 관련 내용을 먼저 전달했다”며 “사전 협의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가족에게 약간의 시차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추가 수색 과정에 있어서도 가족들에게 최우선적으로 먼저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블랙박스 회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블랙박스에는 날짜와 시간, 선박 위치, 속력, 방위, VHF 통신(선박 초음파 통신) 등의 자료가 저장돼 있다.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던 선교(브릿지)에서 선원들이 나눈 대화도 녹음돼 있다. 문씨는 “블랙박스 저장시간은 총 6시간으로 선원들이 사고 직전 나눈 대화를 모두 알 수 있다”며 “선박 침몰 원인을 선원들 간의 대화는 물론 여러 가지 기록을 분석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박스 분석에는 한 달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음질 상태가 좋지 않으면 수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 블랙박스 분석은 해경과 해양안전심판원이 맡는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스텔라데이지호에 장착된 또 하나의 블랙박스를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스텔라데이지호에는 선교(브릿지)와 기관실에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체를 발견해야 한다. 현재 선체의 일부인 선교만 발견된 상태다. 문씨는 “선체를 발견하면 3D 기술을 이용해 분리된 선체의 모습을 재현해 낼 수 있다”며 “분리된 위치와 분리된 단면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면 선박 침몰 원인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부산지검 해양·환경범죄전담부는 선박안전법 위반, 배임수재 혐의로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회장 등 선사 관계자 12명을 기소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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