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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미·중 패권 다툼 ‘화웨이 전투’로 불꽃…영·독 경제도 흔들

중앙일보 2019.02.18 00:04 종합 24면 지면보기
어주는 전망 : 몰아치는 글로벌 퍼펙트스톰의 향방
중국발 세계 경제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베이징 특파원 케이스 브래드셔는 지난달 충칭(重慶)·광둥(廣東)·장수(江蘇) 등 중국 주요 지역의 경제 현황을 르포 기사로 실었다. 현장 체감경기는 지표로 드러난 수치 이상으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었다. 중국 내륙 충칭에 진출한 포드자동차의 공장 가동률은 급격히 떨어졌고, 대륙의 동쪽에 있는 장수에선 화학업체 수 백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황의 그림자는 중국 남쪽의 경제 신천지 광둥까지 뻗치면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핵심 엔진’인 유럽연합(EU)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경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의 맹주인 독일 경제마저 급속히 힘이 빠지고 있다. 7대 키워드를 통해 세계 경제의 맥을 짚어봤다.

트럼프, 화웨이 목 조르기 총력
시진핑도 ‘제조 2025’ 양보 못해

브렉시트는 갈수록 앞이 캄캄해
유로존 견인차 독일 경제도 휘청

미국 경제 흐름 호조세일지라도
어디서 ‘블랙스완’ 돌출할지 몰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역시 가장 큰 위험은 중국발 경제 쇼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세계 경제 성장률을 3.7%→3.5%로 재차 떨어뜨린 것도 중국 경제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했다. 경보음은 꼬리를 물고 있다. 돈 냄새를 잘 맡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지난달 “미국·유럽·중국에서 동시다발적인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어제 “중국 기업이 달러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채무불이행이 속출하고, 회사채 금리가 최근 7.8%까지 치솟아 1년 만에 2%포인트 상승했다”며 중국 경제의 급속한 하강을 속보로 전달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해 6.6% 성장은 의미 있는 수치”라면서 “중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불안감 잠재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무역전쟁·금융긴축·브렉시트·중국 리스크를 ‘세계 경제의 4대 먹구름’으로 꼽으며 “단 한 번의 번개로도 폭풍이 시작될 수 있다”고 비상벨을 울렸다. 폴 크루그먼 NYT 칼럼니스트도 “유로존은 이미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며 비관론에 가세할 만큼 세계 경제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미·중 패권전쟁은 불꽃을 뿜고 있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의 우려는 여전하다. 겉으로는 화해가 모색된다. 다음달 초 양국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15일에는 시진핑 주석과 미 재무장관 므누신의 면담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무역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90일 간의 미·중 무역전쟁 휴전이 연장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첨단 기술을 초강대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제조 2025’를 포기하기도 어려워 양국 다툼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오히려 ‘전투’는 격화되고 있다. 최대 격전지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로 도약한 중국 업체 화웨이(華爲)를 둘러싼 싸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일 그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캐나다가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孟晩舟)를 체포한 데 이어 미 법무부가 기술 도난 혐의로 직접 수사에 착수하면서 미·중 간 공방은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했다”며 호주·뉴질랜드·영국·이스라엘·일본 등 주요 동맹국에 ‘화웨이 보이콧’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또 미국은 기술 유출 우려를 이유로 중국의 이스라엘 기업 투자에 대한 조사에도 나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에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화웨이는 스파이가 아니다”며 “중국 내 어떤 법도 특정 기업에 의무적으로 백도어(해킹 장치)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미국은 군사기술과도 직결된 통신장비 강자가 된 화웨이가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하게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충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미 상무부가 “자동차 수입이 안보 위협 요인”이라며 수입차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길을 열어 놓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마저 흔들리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의 출구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전기차 시장 진출을 명분으로 본사를 싱가포르로 변경한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데드라인을 앞두고 있는 데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도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우려되면서 혼란을 피한 ‘영국 엑소더스’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테레사 메이 총리가 노동당을 설득해 탈퇴 합의안 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결과는 안갯속이다.
 
영국은 한국 등 주요국과 개별 협정을 논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여기에다 독일·이탈리아 등 유로존 핵심국가까지 흔들리면서 유로존의 올 성장률 전망치는 1.9→1.3%로 급격히 낮춰졌다. 무엇보다 ‘유럽 경제의 전차군단’ 독일 경제가 급속도로 약화하고 있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든 하르츠개혁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4차 산업혁명 대응 부족으로 생산성이 급격히 둔화한 탓이다. 독일의 성장률은 올 1.1%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이탈리아는 극심한 재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듯 퍼펙트스톰이 스멀거리자 글로벌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GM·포드를 비롯한 자동차 기업들은 줄줄이 인력 감원에 나섰다. 또 씨티그룹은 지난해 4분기부터 수익이 급락하자 직원 인건비 3억 달러를 삭감했다. 존 거스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부정적인 시장 분위기와 통화정책에 대한 공포가 은행 산업을 짓누르고 있다”며 “거친 비즈니스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세계 IT시장을 선도하는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4형제는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중에서도 TV·영화관을 뚫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 넷플릭스의 약진이 주목된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구독자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구독자가 늘어나면서 연초 들어 주가도 급격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프로그램을 늘리면서 더욱 공세적으로 지구촌 독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증권사들의 주가 전망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국내 미디어사업자들도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확정하는 등 ‘넷플릭스의 침공’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경제에 한가지 다행스러운 소식은 반도체 경기가 우려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 전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2017~2018년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수퍼사이클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올 들어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기본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도 연초 25% 이상 반등했다. 언제 블랙스완(갑작스런 악재 등장)이 나타날지 모르고 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는 여전하지만 장밋빛 전망도, 과도한 비관도 금물이라는 얘기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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