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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바비…휠체어·의족 바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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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맞은 바비…휠체어·의족 바비도 나왔다

중앙일보 2019.02.18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지난 12일(현지시간) 마텔사가 2019년 새롭게 선보인 ‘바비 패셔니스타 라인’에 휠체어를 탄 바비와 의족을 한 바비가 포함됐다. 성 평등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마텔사가 2019년 새롭게 선보인 ‘바비 패셔니스타 라인’에 휠체어를 탄 바비와 의족을 한 바비가 포함됐다. 성 평등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AP=연합뉴스]

‘바비(Barbie)인형 같다’는 말, 요즘도 비현실적인 미모를 칭찬하는 말로 쓰이곤 하지만 앞으론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1959년 탄생한 인형 바비가 올해로 60세가 됐다. ‘소녀들의 오랜 친구’ 바비의 환갑을 맞아 마텔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휠체어에 앉아있는 바비, 왼 다리에 의족을 한 바비 등 밝고 당당한 표정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CNN에 따르면 마텔사는 신제품 발표와 함께 내놓은 성명에서 “장애를 가진 바비를 인형 라인에 포함시킴으로써 아이들에게 아름다움과 패션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바비에게 씌워진 원죄(原罪)는 ‘미의 기준을 획일화한다’였다. 바비의 긴 팔다리와 잘록한 허리, 금발과 파란 눈이 아름다움의 표준으로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진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의 시대, 바비는 성 평등과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쪽으로 꾸준히 진화해왔다. 오늘날의 바비는 11가지의 피부톤과 22종의 머리색, 24가지의 헤어스타일, 23종류의 눈 색깔을 갖고 있다.
 
바비는 60년 전 3월 미국 뉴욕 장난감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마텔사의 공동창업자인 루스 핸들러가 어린 딸을 위해 만든 인형이었다. 키 11.5인치(약 29㎝)에, 인간으로 환산하면 가슴 36, 허리 18, 엉덩이 33인치라는 과한 굴곡의 몸매를 지녔다. 바비는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화제를 모아 첫해에만 35만 개가 팔려나갔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약 10억 개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1970년대에는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인정받아 200년 후 열어볼 타임캡슐에 담기기도 했다.
 
64년 바비는 대학생이 됐고, 86년 사업을 시작했다가, 92년에는 대통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한다. 켄이라는 남자친구도 있었다.(둘은 2004년 공식적으로 이별했다). 바비는 당대 여자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롤모델’이 됐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겼다. 러시아 모델 발레리아 루키아노바는 메이크업과 성형으로 바비와 흡사한 외모를 갖게 돼 ‘리빙 돌(Living Doll)’로 불렸다. 그러나 실제 여성이 바비와 같은 몸매를 가질 확률은 ‘10만 분의 1’. 외적 아름다움에 집착해 성형수술에 중독되거나 거식증 등을 앓는 증상을 일컫는 ‘바비 증후군(Barbie syndrome)’이란 말까지 생겼다. 2006년 영국 석세스 대 연구팀은 바비 인형을 갖고 논 아이들은 스스로의 신체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은 바비가 여자 아이들의 직업적 의욕을 저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까지 내놓았다. “바비를 가지고 놀수록 흔히 ‘남자의 직업’으로 규정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왼쪽부터 항공기조종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와 수학자 캐서린 존슨, 히잡 쓴 펜싱선수 이브티하즈 무함마드, 통통한 몸매의 커비 바비. [사진 마텔사]

왼쪽부터 항공기조종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와 수학자 캐서린 존슨, 히잡 쓴 펜싱선수 이브티하즈 무함마드, 통통한 몸매의 커비 바비. [사진 마텔사]

바비는 ‘이유 있는 변신’으로 대응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기 4년이나 전인 1965년, 바비는 이미 우주비행사가 됐다. ‘직업인 바비’ 시리즈는 현재까지 200여 종이 넘게 출시됐다. 외과 의사, 기자, 공군 조종사, 래퍼, 건축가, 게임개발자에 이어 지난해엔 로봇 공학자바비가 나왔다.
 
1968년 크리스티라는 이름의 첫 흑인 바비 인형이 나온 후, 아시안·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바비가 탄생했다. 2016년 마텔사는 창업 57년 만에 ‘키 크고 날씬한 바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마텔은 통통한 몸매의 ‘커비 바비(curvy Barbie)’, 키가 작은 ‘프티 바비(petite Barbie)’ 등 다양한 신체 비율을 가진 인형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문신을 한 바비가 등장했고, 지난해에는 ‘히잡을 쓴 바비’가 만들어졌다.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히잡을 쓴 채 경기에 나가 동메달을 딴 펜싱 선수 이브티하즈 무함마드를 모델로 한 인형이다. 마텔사는 이슬람계 소녀들에게 희망을 주려 ‘히잡 바비’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히잡이 여성 억압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남자친구 인형 켄의 경우도 비슷한 비판 속에서 변신을 계속했다. 현재 15가지가 넘는 스타일의 켄이 나왔다.
 
마텔사의 이런 노력이 판매 부진을 만회해보려는 상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들의 관심이 인형에서 정보기술(IT) 기기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2000년대 들어 바비의 판매는 계속 하락세다. 2017년 역시 전년 대비 판매가 6% 줄었다. 전세계적으로 바비 컬렉터는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마텔사의 다양한 신제품 출시는 결국 이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려는 행위일 뿐이란 의견이다.
 
한편으론 인형에까지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배우 커스티 앨리는 2016년 자신의 트위터에 “인형은 장난감일 뿐, 롤 모델이 아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여러 사람들이 “바비에게서 비현실적인 면을 덜어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바비가 아니다”라며 이 의견에 동조했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친 여러 연구는 ‘인형은 아이들의 학습 도구 역할을 하며, 따라서 인형의 생김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준다. 이번에 제작된 휠체어 바비와 의족 바비 역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커트 데커 미국 내셔널장애권네트워크 집행 이사는 휠체어 바비의 등장을 이렇게 환영했다. “바비와 같은 아이콘을 통해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접한 아이들은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할 것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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