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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 맴돈 명동성당...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미사

중앙일보 2019.02.16 17:58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미사가 열린 명동대성당. 김정연 기자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미사가 열린 명동대성당. 김정연 기자

 
‘우리 시대의 목자’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선종 10주기 추모 미사가 16일 오후 2시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명동 성당 앞은 미사에 참석하려는 신자들로 북적였다.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발치에는 ‘#김수환추기경 #선종 10주년 #바보의 나눔’이 쓰인 기념물이 세워졌다. 신도들은 저마다 함께 온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김 추기경의 뜻을 기렸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미사를 앞두고 성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시민들. 김정연 기자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미사를 앞두고 성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시민들. 김정연 기자

 
오전 10시쯤 입장 시작, 1시에 1000여석 꽉 차
소성전에 모인 신도들. 오후 1시부터 이미 150석 규모의 홀이 꽉 찼다. 김정연 기자
소성전에 모인 신도들. 오후 1시부터 이미 150석 규모의 홀이 꽉 찼다. 김정연 기자
명동대성당 꼬스트홀. 김 추기경의 10주기 추모미사를 보려는 신도들로 가득 찼다. 김정연 기자
명동대성당 꼬스트홀. 김 추기경의 10주기 추모미사를 보려는 신도들로 가득 찼다. 김정연 기자
실내에 들어가지 못한 신도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야외에 앉아 추모 미사를 지켜봤다. 김정연 기자
실내에 들어가지 못한 신도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야외에 앉아 추모 미사를 지켜봤다. 김정연 기자
 
 명동대성당 측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성전 내에 마련된 일반신자석 390여석의 입장권을 나눠주기 시작했고, 낮 12시쯤 동이 났다. 이 때문에 “10시부터 표를 나눠주는지도 몰랐네”라며 발을 동동 구르는 신도들도 많았다.

 
 명동대성당에서는 대성전 외에도 옆 건물에 있는 꼬스트홀과 소성전, 지하성전 등을 합쳐 약 700석이 넘는 실내석을 준비했으나 오후 1시가 되자 자리가 다 찼다. 성당 측은 급히 꼬스트홀 내 복도에 임시 의자를 50여개 펴기도 했다. 실내에 앉지 못한 신도들은 대성전 옆에 위치한 성모동산에 마련된 400석 규모의 야외석도 다 채웠다. 추운 날씨에도 신도들은 화면으로나마 김 추기경의 10주기 미사를 보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꼬스트홀에서 미사를 기다리던 조도미니카(65)씨는 "나랑 남편 모두 김 추기경님께 직접 견진성사도 받고, 생전에 자주 뵀다"며 "지금도 많이 그립고, 생전 영상 보면서도 찡하고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송용헌(55)씨도 "선종 전부터 흠모했지만 지방에 있어 선종 때도 뵙지 못했다. 이번엔 10주기인데다 서울에 살고 있어서 왔다"면서 "신자들은 추기경님 사진이나 영상만 봐도 뭉클하고 신앙도 더 깊어진다"고 밝혔다. 이헬레나(48)씨는 "김 추기경 선종 때 여러 매체에서 그분의 행적을 보고 감화되어 신앙을 갖고, 세례를 받아서 10주기 미사에 참석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 김수환 추기경 생전 모습 회고 
3시부터 이어진 추모식에서 김 추기경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고 있다. 김정연 기자

3시부터 이어진 추모식에서 김 추기경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고 있다. 김정연 기자

 
 추모 미사는 오후 2시에 시작됐다. 염수정 추기경은 10여분간의 강론을 통해 “김 추기경님은 1968년부터 1998년 은퇴까지 30년 동안 혼란한 시대에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민족의 등불로서 빛을 밝혀 주셨다”며 “김 추기경님이 남겨주신 사랑의 가르침을 우리의 삶에서도 본받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 미사에 이어 오후 3시부터 이어진 추모식은 김 추기경의 생전 목소리가 담긴 영상으로 시작됐다. 김 추기경은 영상에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정말 많은 시련과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에 비해 여러 가지 의미로 행복한 일생을 살아왔다”며 “본래는 다른 길을 가려다 주님과 어머니, 여러분이 알려줘 사제의 길을 살아온 나는 백 배 이상 받은 삶을 살았다”고 자신의 생애를 회고했다.

 
약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편..."김 추기경처럼 빛을 뿌리는 존재가 되자"
이어진 추모사에서 김 추기경의 마지막 말씀인 '고맙습니다, 사랑하세요'가 반복됐다. 주한 교황 대사인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추모사를 통해 “교황님은 김 추기경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많다. 김 추기경은 가난한 이, 병들고 도움이 필요한 이, 연약한 이를 도운 타고난 목자였다”고 밝혔다. 그는 “김 추기경이 목자로 남겨주신 영적‧사회적 유산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한국 교회의 사명을 지속적으로 밝혀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용삼 문화체육부 1차관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김 추기경은 변함없이 약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의지할 곳 없는 철거민, 외국인 노동자, 사형수들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셨다”며 “1987년 ‘먼저 나를 밟고 넘어가라’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쟁쟁하다. 독재정권의 탄압 속 무리한 권력에 맞선 젊은이들을 보호하고, 인권과 정의를 지킨 최후의 보루였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이 곧 국가고, 국민이 국가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늘 가슴에 새긴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손희송 총대리주교는 “지금 사회에는 사랑의 빛, 희망의 빛을 갈구하는 이는 많지만 빛을 뿌리는 사람은 너무 적다. 이 미사가 ‘빛을 뿌리는 존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며 미사를 맺었다.

 
"행복했다" "10년 전 생각에 감회가 깊었다" 1000여명 신도들 벅찬 얼굴 
 2시간여에 걸친 미사 내내 자리를 지킨 신도들은 성당을 빠져나왔다. 10년 전 김 추기경의 선종 당시 봉사자로 김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직접 봤다는 이모(69)씨는 “미사 내내 10년 전 당시 생각이 나서 감회가 깊었다. 봉사하면서 김 추기경님을 직접 뵙기도 했는데 그때 모습이 계속 생각난다”고 말했다. 신자 홍일란(83)씨는 딸 우재신(46)씨와 함께 미사를 보고 나오는 길에 “선종 때 정말 큰 별 하나가 떨어진 기분이었고, 축일마다 울적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도 “젊을 때부터 항상 먼발치에서 뵈었고, 선종 때도 큰길에 줄 서서 직접 뵀는데 그래도 10주기 미사를 직접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명동대성당에선 23일까지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기념 사진전이 열린다. 17일 오후 5시에는 ‘내 기억 속의 김수환 추기경’ 토크 콘서트와 18일 저녁 8시엔 ‘선종 10주기 기념음악회’가 이어진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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