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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잠긴 학교…안동호 부교 위에 놓인 풍금 한 대

중앙일보 2019.02.16 13:00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42)
“예안국민학교. 1909년 4월 이인화(李仁和)가 후진 양성을 통한 국권 회복을 목적으로 사재를 투입해 사립선명학교로 설립했다. 설립 당시 수업 연한 3년에 수신‧국어‧한문‧산술‧창가‧도화‧체조 등을 가르쳤다. 1912년 제1회 졸업생 6명을 배출했다….”
 
안동댐의 상류. 댐에 갇힌 낙동강은 호수로 불린다. 안동호(安東湖)다. 호수 가운데 물속에 잠긴 학교의 내력을 새긴 작은 조형물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경북도‧안동시가 최근 안동시 도산면 퇴계로 한국국학진흥원 앞 안동호를 가로질러 월천서당 쪽으로 설치한 길이 1.4㎞ 부교(浮橋) 위다. 설명은 이어진다.
 
안동호 부교 위에 만들어진 수몰된 예안국민학교의 기념 조형물. [사진 송의호]

안동호 부교 위에 만들어진 수몰된 예안국민학교의 기념 조형물. [사진 송의호]

 
“1912년 4월 공립으로 개편해 교명을 예안공립보통학교로 개칭하고 수업 연한도 4년으로 변경했다. 그 뒤 1941년 예안공립국민학교로 이름을 고쳤다가 광복 후 예안국민학교로 다시 개칭했다. 1974년 안동댐을 만들면서 수몰 지구가 된 마을과 함께 이곳에 있던 예안국민학교가 현재의 한국국학진흥원 옆에 자리 잡았지만, 학생이 없어 다시 폐교됐다.”
 
본래 학교는 물속으로 사라지고 높은 지대로 이전한 학교도 학생이 없어 다시 폐교된 것이다. 학교 소개 옆에는 물속에 잠기기 전 학교와 학생들 모습이 사진 9장으로 남아 있다. 운동장에 줄 서 있는 학생은 100명이 넘어 보인다. 아이들이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고 안간힘을 쓰며 달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사진 옆에는 교가 악보와 학교 마크가 그려져 있다, 금방이라도 합창을 끌어낼 듯 풍금도 놓여 있다. 책상과 걸상도 보인다.
 
부교 아래에 위치해 있던 수몰 전 예안국민학교의 모습과 학생들. [사진 송의호]

부교 아래에 위치해 있던 수몰 전 예안국민학교의 모습과 학생들. [사진 송의호]

 
이 학교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뭉클할 공간이다. 동창회를 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겨울 이른 아침 부교 위엔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자그락 소리가 난다. 물속에 잠긴 100년 학교를 만나면서 안동댐 건설로 사라진 문화유산이 떠올랐다. 안동댐은 준공된 지 43년이 지났다. 안동댐은 소양강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건설된 대규모 다목적댐이다. 안동댐은 개발연대 우리 경제발전의 원천이었다.
 
정부는 1970년대 낙동강 중‧하류를 중심으로 구미(1973년)와 창원(1974), 울산(1976) 등 대규모 공업 도시를 조성했다. 이들 도시가 자리 잡는 데 필요한 게 풍부한 용수였다. 안동댐이 공업 도시를 키운 초석이 된 것이다. 그러나 댐 건설로 반대급부도 생겨났다. 3030여 가구 1만9600여 명의 수몰민이 양산됐고 숱한 인문 자산이 물속에 잠겼다. 인문 자산은 특히 개발 우선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댐 건설로 도산서원 인근 전통마을 6곳이 물에 잠겼다. 사진은 도산면에 위치한 안동호반자연휴양림의 전통가옥. [사진 안동호반자연휴양림 홈페이지]

댐 건설로 도산서원 인근 전통마을 6곳이 물에 잠겼다. 사진은 도산면에 위치한 안동호반자연휴양림의 전통가옥. [사진 안동호반자연휴양림 홈페이지]

 
댐 건설로 도산서원 인근 낙동강 변 전통마을 6곳이 물에 잠겼다. 오천‧부포‧부네‧의인‧하계‧원촌이다. 도산구곡의 무대로 전통문화 1번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농암 이현보의 17대 종손인 이성원(66) 씨는 “댐이 들어서면서 하회마을 같은 곳이 6개나 사라진 것”이라며 “댐 수위를 1m만 낮췄어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아쉬워한다.
 
안동호반자연휴양림에서 안동호까지 이어지는 1.4㎞ 부교인 ‘선성수상길’과 안동호의 일출 사진. 선성(宣城)은 예안의 옛 명칭이다. [사진 송의호]

안동호반자연휴양림에서 안동호까지 이어지는 1.4㎞ 부교인 ‘선성수상길’과 안동호의 일출 사진. 선성(宣城)은 예안의 옛 명칭이다. [사진 송의호]

 
물에 잠긴 6개 마을은 늦었지만, 미니어처라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부교 위에 꾸민 예안국민학교의 작은 조형물을 보니 그 생각이 간절하다. 오전 7시 30분 안동호 위로 해가 솟아올랐다. 호반의 일출이 장관이다. 부교가 시작되는 곳에 경상북도 산림자원개발원(원장 이경기)이 지은 안동호반자연휴양림이 오는 18일 개장한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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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호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ㆍ중앙일보 객원기자 필진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 은퇴하면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문중 일도 있다. 회갑을 지나면 가장을 넘어 누구나 한 집안의 어른이자 문중을 이끄는 역할을 준다. 바쁜 현직에 매이느라 한동안 밀쳐 둔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한다. 우리의 근본부터 전통문화, 관혼상제 등에 담긴 아름다운 정신, 잘못 알고 있는 상식 등을 그때그때 사례별로 정리할 예정이다. 또 영국의 신사, 일본의 사무라이에 견줄 만한 우리 문화의 정수인 선비의 정신세계와 그들의 삶을 한 사람씩 들여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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