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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 아리공주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 오아린. [사진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 아리공주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 오아린. [사진 SBS]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을 보는 것은 적잖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우선 평일 미니시리즈로는 드물게 48부작인 것도 모자라 최근 4부 연장을 발표해 52부작에 달하는 시간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는 황제 이혁(신성록)을 둘러싼 극성스러운 여자들을 전적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통상 한 드라마에서 발암을 유발하는 캐릭터는 한두명이거늘 이 황실에서는 태후 강씨(신은경)를비롯 수석 비서 민유라(이엘리야), 아리공주의 유모이자 친모인 서강희(윤소이)까지 돌아가며 악행을 일삼는 관계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극을 끌고 오던 남자주인공 나왕식(최진혁)이 연장을 앞두고 하차하는 등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황후의 품격’서 아리공주 열연 오아린
신은경ㆍ이엘리야ㆍ윤소이와 기싸움
눈물연기부터 더빙실력까지 화제 모아
김순옥 작가가 2연속 선택한 실력파

잠깐 한눈팔면 뒤통수 맞기 일쑤인 살벌한 궁이지만 숨 쉴 구멍은 있다. 바로 아리공주 오아린(8)이 등장할 때다. 애기씨에서 공주를 거쳐 황태녀에 등극한 아리는 권력 갈등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지만 귀여움으로 무장, 극을 이완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극 초반에는 “없는 것들은 조금만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니까” “다른 사람에게 고개 숙이지 말라 배웠습니다” 등 싸가지 없는 말투로 분노를 사기도 했지만, 황후 오써니(장나라)를 만나 점차 아이다움을 되찾은 덕분이다. 매일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릴 때면 영어ㆍ중국어ㆍ일본어로 국제 정세를 논하던 그는 떡볶이의 맛을 알게 되고 고무줄놀이도 배우며 아이의 덕목을 갖춰나간다. 
 
아리공주는 ‘황후의 품격’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사진 SBS]

아리공주는 ‘황후의 품격’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사진 SBS]

아리공주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권력 다툼하랴 두뇌 싸움하랴 바쁜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척척 해낸다. 특히 어른들을 향해 사이다 발언을 날릴 때면 그간 쌓인 체증이 쑥 내려간다. 도무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태후를 향해서는 “할마마마,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지적하는 것은 기본, 수석 비서를 향해 “하급 궁인이 감히 황후마마의 말을 어겨?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게야?”라고 호되게 꾸짖으며 대리 복수를 하기도 한다. 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인 엿듣기에도 능하다. 귀엽기만 한 아역 배우가 아니라 황후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해결의 단서를 제공하는 믿을 만한 조력자로 힘을 합치는 동료 배우로 보일 정도다.  
 
덕분에 아리공주가 등장하는 영상 클립은 2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자랑한다. 비록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서 후보에 오른 청소년 연기상 부문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내 마음속 연기대상 아리공주’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후속 영상도 쏟아지고 있다. 제작진은 이를 반영해 37~38회에서 태후 신은경의 회상 장면에 아리공주 오아린의 대사를 입혀 더빙하는 것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말도 안 돼! 고작 이 엿장수 그림 하나가 내 꺼란말이에요?” 등 태후의 대사를 능청맞게 읊는 아리공주의 모습은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데도 성공했다. 한번 보면 멈출 수 없어 ‘마약 영상’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김순옥 작가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일찌감치 오아린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전작 ‘언니는 살아있다’(2017)를 통해 호흡을 맞추면서 아린 양을 눈여겨본 것. 극 중 양달희(다솜)의 동생인 진홍시 역할을 맡은 오아린은 다섯 살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절절한 눈물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내의 유혹’에서 잔망의 끝을 보여준 정니노(정윤석)를 시작으로 ‘왔다! 장보리’에서 ‘비단 앓이’를 하게 한 장비단(김지영), ‘내 딸, 금사월’에서 어린 시절 오혜상(이나윤)의 싹수 있는 악역까지 아역 캐릭터에 공을 들여온 김 작가의 눈썰미가 적중한 것이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진홍시 역할로 눈도장을 찍었다. [사진 SBS]

김순옥 작가의 전작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진홍시 역할로 눈도장을 찍었다. [사진 SBS]

이처럼 탄력을 받은 오아린의 필모그래프는 웬만한 성인 배우못지않다. 2015년 유제품 웰키즈 CF 모델로 데뷔 이후 이듬해 드라마 ‘38사기동대’와 영화 ‘트릭’으로 동시에 연기 신고식을 치렀다. ‘도깨비’ ‘화유기’ ‘키스 먼저 할까요?’ 등 화제작으로 채워져 있을뿐더러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킹덤’의 덕이 동생이나 ‘라이프 온 마스’의 살인 용의자 딸 등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지만,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만한 신스틸러다. 지난해 싸이더스HQ에서 전속 계약 체결 당시 “떡잎부터 완성형”이란 칭찬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촬영장에서 불꽃 튀는 연기 경쟁을 온몸으로 흡수했을 그가 차기작에서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지금대로의 페이스라면 롤모델로 꼽은 박신혜를 비롯 현재 브라운관을 점령한 김유정·여진구·이세영 등 잘 자란 아역배우의 뒤를 잇는 스타로 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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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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