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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하다] 350억짜리 다빈치의 노트…빌 게이츠는 왜 그를 찾나
탐사하다

350억짜리 다빈치의 노트…빌 게이츠는 왜 그를 찾나

중앙일보 2019.02.15 09:00
다빈치 서거 500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서른 남짓의 청년이 구직용 자기소개서를 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쓴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 전기 작가로 유명

지금 왜 다빈치인가
“예술·과학·인문학 교차점에 선
창조적 천재들의 정점에 선 인물
초인적 정신의 천재는 아냐”

다시 다빈치 나올까
“한 분야 전문가 되어야 한다지만
테크놀로지에 창조성 연결해야”

“교전 중에 다리를 놓을 수 있고 터널을 뚫을 수도 있다. 무기도 만들 수 있다. 평시엔 건축도 할 수 있다.”
 
10여 가지를 나열한 후엔 이런 말도 덧붙였다. “또한 그림도 그릴 수 있다.”
 
그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그린 이다(‘모나리자’). 어쩌면 두 번째로 유명한 그림(‘최후의 만찬’)도였다. 그는 해부학·광학·지질학·식물학·수리학 등도 넘나들며 당대의 광범위한 지식을 쌓았다. 7200쪽이 넘는 분량의 노트가 현존하는데 그 중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드로잉도 포함됐다(‘비트루비우스 인간’).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오는 5월 2일이면 그가 숨진 지 500주기이다. 이에 맞춰 세계 곳곳에서 전시가 열리고 출판이 이어지고 있다. 르네상스적 인간이라고 하면 그를 떠올릴 정도로, 500년 후에도 그는 여전히 영감을 주는 인물로 남아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영웅으로 꼽았고, 빌 게이츠는 그의 72쪽 분량 노트를 사는데 3080만 달러를 들였다(‘코덱스 레스터’). 왜일까. 근래 다빈치 관련 저작을 낸 세계적 학자, 작가와 연쇄 인터뷰를 두 차례 걸쳐 게재한다.
 
월터 아이작슨. [사진 Courtesy of The Aspen Institute]

월터 아이작슨. [사진 Courtesy of The Aspen Institute]

우선 월터 아이작슨이다. 근래 스티브 잡스의 전기 작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헨리 키신저, 벤저민 프랭클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도 썼다. 그러다 2014년 『이노베이터』를 통해선 세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알려진 1800년대 영국 여성과학자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최근까지 과학기술(IT) 혁명을 이끈 이들의 세대를 뛰어넘는 집단적 기여에 대해 다뤘다. 서문에서 그는 “전기를 쓰는 일로부터 물러나고 싶었다. 전기는 비범한 개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7년 다시 전기를 들고 돌아왔는데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빌 게이츠가 독후감을 공유하기도 했다.
 
 
전기를 쓰는 일로부터 물러나고 싶다고 했는데 500년 전 인물인 다빈치에 관해 썼다.
“다빈치는 내가 그간 써왔던, 예술과 과학, 인문학이 교차하는 곳에 선 창조적 천재들의 정점에 있다. 그는 알 수 있는 법한 모든 것을 배우는데 흥미를 느꼈다. 모든 분야를 이해하려는 열망은 창조를 가로지르는 패턴을 볼 수 있게 도왔다. 이는 예술과 해부학, 수학을 통해 자연에 깊숙이 내재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내가 그에 관해 쓴 건 이런 호기심을 기리고 독자들에게 이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아이작슨은 e메일 인터뷰에서 호기심을 강조했다. 그는 “다빈치의 호기심은 인간적인 것”이라며 “이는 우리도 열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과학·인문학의 교차점과 관련해서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를 할 때 ‘LIBERAL ARTS(교양 학문)’과 ‘TECHNOLOGY(기술)’이란 표지판이 교차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삼곤 한 데 대해 잡스는 “창의성이 발생하는 건 교차점이다. 다빈치는 그것의 궁극(ultimate)이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다빈치를 일종의 사회 부적응자라고 봤고 그의 천재성은 인간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왼손잡이였고 동성애자이자 채식주의자였고 사생아였으며 (다른 일에) 주의를 빼앗기곤 했다. 또 국외자로서 세상을 봤다. 하지만 그는 피렌체에서도 밀라노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이는 관용의 가치를 보여준다. 수학이나 과학 이론에서 그는 초인간적 정신의 천재는 아니었다. 그는 매우 호기심이 강했고 관찰력이 있었다. 그런 건 우리가 되고자 열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발표회 때 배경으로 했던 장면. 교양 학문과 기술이 교차하는 곳에서 창조성이 나온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발표회 때 배경으로 했던 장면. 교양 학문과 기술이 교차하는 곳에서 창조성이 나온다는 걸 강조하는 의미다.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우리 모두 어린이일 때 모두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왜 하늘은 파랗지, 연못엔 왜 물결이 일까 물었다. 나이 들면서 관찰하길 그만둔다. 장성한 사람들이라면 어리석다고 할 만한 질문들을 더는 하지 않는다. 레오나르도의 위대한 재능은 그는 어린아이와 같은 궁금증, 호기심, 그리고 관찰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오늘날엔 다빈치와 같은 르네상스적 인간이 되기 불가능한 게 아닌가.
“우린 ‘사일로(분야·부문·전공 등 구획)’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은 공학 못지않게 미(美)도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미래엔 테크놀로지에 창조성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성공적일 것이다.”
 
그간 여러 명의 전기를 썼다. 이중 누가 당신을 가장 바꿔놓았는가.
“레오나르도다. 매일 매 순간 우리 세계 일상의 경이에 대해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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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