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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재료로 만든 김밥· 비법소스도 특허낼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9.02.14 11:00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17)
방송가에서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과 '독특한 맛집' 소재가 인기다. 음식과 요리도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 [중앙포토]

방송가에서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식욕을 자극하는 '먹방'과 '독특한 맛집' 소재가 인기다. 음식과 요리도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 [중앙포토]

 
이미 수년 전부터 방송가를 장악한 이른바 ‘먹방’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오래전부터 ‘3B’라고 불리는 아이(Baby), 동물(Beast), 미인(Beauty)을 내세우거나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식욕이나 성욕을 자극하면 방송은 큰 노력 없이도 시청자를 흡인한다.
 
자동차에 주유하듯이 몸에 에너지를 채운다는 생각으로 대부분의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는 습관을 갖고 있기에 ‘먹방’에 별 관심이 없다. 일부 인터넷 개인 방송에서 편의점에서 사 온 각종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거나, 때로는 엄청난 양의 라면을 먹기만 해도 시청자는 ‘좋아요’를 누른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공중파나 종편에선 주로 대대로 전수되는 비법 소스를 보유하고 있거나 특별한 조리법이 있는 맛집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알려진 음식이지만 생각하지 못한 재료를 이용하는 식당이 방송을 타곤 한다. 그런데 이런 음식도 특허를 받을 수 있을까.
 
음식이나 요리도 특허 대상
이미 알려진 식재료 자체는 특허를 받을 수는 없지만, 식재료를 독특하게 조합한다면 물건 발명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이미 알려진 식재료 자체는 특허를 받을 수는 없지만, 식재료를 독특하게 조합한다면 물건 발명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식이나 요리도 특허의 대상이 된다. 특허법에서 보호하는 발명은 물건·방법·제법 세 가지로 구분되며 물건 발명은 물품과 물질 발명으로 나뉜다. 음식물 자체는 물건 발명(물질 또는 물품)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고, 일명 레시피(recipe)라고 하는 음식 조리법은 제법 발명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다.
 
발명을 이루는 요소를 구성이라고 하는데, 물건 발명으로서의 음식은 사용된 재료가 일차적인 구성 요소다. 식재료 그 자체는 대부분 이미 알려진 것이므로 식재료 자체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는 없지만, 복수의 식재료를 조합하면서 진보성(창작의 비용이성)이 인정된다면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귀찜에 자장 소스 또는 카레 소스를 추가하는 식이다.
 
주의할 점은 고추장이나 간장처럼 아귀찜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를 추가하는 것은 특허를 받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허를 받기 위해 추가되는 재료는 그 음식에서는 일반적으로 사용된 적이 없어야 한다. 또 조합된 식재료의 종류가 많을수록 특허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만약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의 맛이 썩 좋지 못하다면 어떻게 될까. 맛이 없으니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맛이라는 것은 주관적 개념이기 때문에 조합된 재료에 의한 효과(맛, 영양 등)가 특허 명세서에 설득력 있게 기술되어 있다면 특허를 받을 수 있다.
 
특별한 식재료가 아니라도 나만의 고유한 조리법이 있다면 제법 발명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특별한 식재료가 아니라도 나만의 고유한 조리법이 있다면 제법 발명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그러나 음식에 사용된 재료가 사회 일반의 도덕적 관념에 반하거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특허법 제32조에서의 공서 양속 또는 공중의 위생을 해할 우려가 있는 발명으로 인정돼 거절될 수 있다. 식품 첨가물로 사용된 철분의 함량이 50%에 달하는 식품에 대해 대법원은 과도한 철분의 섭취로 인해 인체에 유해할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이유로 특허를 인정하지 않았다.
 
음식의 맛은 음식에 사용된 재료뿐만 아니라, 조리법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동일한 재료라 해도 다양한 조리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된 식재료가 그다지 새롭지 않다고 해도 나만의 고유한 조리법이 있다면 제법 발명으로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물건 발명보다는 제법 발명이 특허 심사를 통과하기가 좀 더 수월한 면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음식의 경우에도 특허 출원을 할 때 음식물 자체에 대한 물건 발명과 해당 음식물의 조리법인 제법 발명을 함께 특허 명세서에 기재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다만 조리법에 대한 특허의 경우 특허권자가 침해 행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음식의 조리는 주방에서 이루어지므로 특허권자가 이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조리된 후 제공되는 음식을 통해 어떠한 조리법이 사용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 조리 노하우는 특허 명세서에 기재하지 말아야
딸기가 들어간 찹쌀 모찌처럼 음식물의 재료가 쉽게 확인된다면 특허권자는 침해자를 비교적 쉽게 제재할 수 있다. [중앙포토]

딸기가 들어간 찹쌀 모찌처럼 음식물의 재료가 쉽게 확인된다면 특허권자는 침해자를 비교적 쉽게 제재할 수 있다. [중앙포토]

 
제법 특허가 갖는 이러한 한계 때문에 특허권자는 자신만의 조리법에서의 핵심 노하우는 특허 명세서에 기재하지 않고 특허를 출원하는 방법으로 제삼자가 특허 공보를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좋다.
 
비법 소스와 같은 음식물 자체에 대한 물질 특허의 경우 침해자가 모방한 소스의 성분을 특허권자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이때도 비법 소스의 핵심 재료 및 그 혼합 비율을 특허 명세서에 기재하지 않고 특허 출원을 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초콜릿이 코팅된 딸기가 들어간 찹쌀 모찌처럼 해당 음식물의 재료가 맨눈으로 쉽게 확인되는 경우라면 특허권자는 침해자를 비교적 쉽게 제재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록 조리법에 대한 특허, 비법 소스 등의 물질 특허는 특허권자의 권리행사가 어려운 측면이 일부 있다. 하지만 특허권을 홍보하거나 잠재적 모방자를 심리적으로 억제하는 등의 특허권의 다양한 기능을 고려할 때 특허 취득에 소극적일 필요는 없다.
 
완성된 상태에서 구성 재료가 쉽게 확인되는 음식인 경우라면 특허권자가 침해자를 비교적 쉽게 제재할 수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특허를 취득할 필요가 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나만의 재료가 있다면 김밥도 특허를 받을 수 있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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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필진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 15년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지적재산권 창출, 보호, 활용을 도운 변리사. 변리사 연수원에서 변리사 대상 특허 실무를 지도했다. 지적재산은 특허로 내놓으면 평생 도움이 되는 소중한 노후자금이자, 내 가족을 위한 자산이 된다. 직장과 일상에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특허로 내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특허를 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아이디어 많으신 분들 특허부자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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