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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고소득층 비율 46%, 다른 대학 2배…의대는 더 높다

중앙일보 2019.02.14 00:10 종합 4면 지면보기
무너진 교육사다리 <하> 
대한민국 상위 0.1%의 입시 현실을 그린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한서진(염정아·오른쪽 둘째)은 딸을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오른쪽)에게 매달린다. 드라마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떻게 자녀의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밀도있게 그렸다. [사진 JTBC]

대한민국 상위 0.1%의 입시 현실을 그린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한서진(염정아·오른쪽 둘째)은 딸을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오른쪽)에게 매달린다. 드라마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떻게 자녀의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밀도있게 그렸다. [사진 JTBC]

연세대 2학년인 A씨는 대학 입학 후 한 번도 아르바이트를 쉬어 본 적이 없다. 다행히 국가장학금의 혜택을 받아 등록금 부담은 적다. 매학기 30만원 정도만 더 내면 된다. 그러나 월 50만~60만원씩 들어가는 생활비 때문에 ‘알바’는 필수다. 현재 주점에서 직접 음식도 만들고 서빙도 하며 월 50만원 정도를 번다.
 
A씨는 “처음 입학했을 때는 잘사는 친구들이 많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주변에는 10만원이 넘는 술값을 아무렇지 않게 계산하고, 한 달 용돈을 100만원씩 쓰는 친구들도 있어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다 보니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편히 용돈 받아 쓰며 공부하는 사람과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소위 SKY(서울·고려·연세) 대학에서는 요즘 어려운 환경에서도 공부를 잘해 명문대에 입학한, 소위 ‘개천에서 용 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3학년 B씨는 “학기 초에는 교재 구매하는 데만 10만~20만원이 든다”며 “돈 걱정 없이 편하게 공부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변 학생들의 3분의 2는 강남이나 특목고 출신에 잘사는 집 아이들”이라며 “지방 학생은 숫자도 적고, 있다 해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 용돈 받아 해외여행 가는 친구들을 보며 허탈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두 사람의 말처럼 SKY 대학에는 다른 곳에 비해 잘사는 집안의 자녀가 많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139만 명) 소득분위 분석 자료(2018년 1학기)에 따르면 SKY 재학생의 절반가량이 고소득층 자녀였다. 이 비율은 비SKY 대학의 2배 가까이 됐다.
 
SKY 대학 고소득층 자녀 비율

SKY 대학 고소득층 자녀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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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2012년부터 신청자를 대상으로 부모의 수입과 재산평가액을 월소득으로 환산해 국가장학금을 지급해 왔다. 기초·차상위 계층뿐 아니라 부모 소득을 1~10분위로 분류해 8분위까지 장학금을 준다. 여기서 장학금을 못 받는 9·10분위는 부모가 고소득자인 소위 ‘잘사는 계층’이다. 9분위의 월소득 인정액 하한선은 903만원, 10분위는 월 1356만원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SKY 대학생 중 장학금 신청자는 2만4455명으로 전체 재학생(5만6755명)의 43%다. 나머지 57%는 이미 다른 장학금을 받고 있거나 어차피 못 받을 것을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청하지 않는 등의 경우다.
 
장학금 신청자를 대상으로 소득분위를 나눴더니 9·10분위는 무려 46%에 달했다. 그것도 더욱 잘사는 10분위(30%)가 9분위(16%)의 2배가량 됐다. SKY 중에서도 서울대가 9분위 16%, 10분위 32%로 고소득층 비율이 가장 높았다. 고려대는 9·10분위가 각각 16%, 29%, 연세대는 각각 15%, 14%였다.
 
반면에 SKY 대학을 제외한 전체 학생 중 9·10분위의 비율은 각각 13%, 12%였다. 고소득층 비율이 SKY 대학의 절반 정도(25%)에 그쳤다. 김해영 의원은 “부유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국가장학금 신청률이 낮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 고소득층 자녀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의 SKY 졸업생들은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고소득층 비율이 이 정도로 높진 않았다고 말한다. 1990년대 후반 고려대를 다닌 김재우(41)씨는 “친구들의 절반 이상이 지방 출신이었고, 잘사는 가정도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연세대를 다닌 서모(41)씨도 “형편이 넉넉지 않아 과외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 쓰는 친구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현재는 정반대다. 최상위권 학생만 진학하는 의대로 범위를 좁히면 이런 추세는 더욱 심해진다. 김 의원이 서울의 8개 의대 재학생 중 국가장학금 신청자 1843명을 분석했더니 9·10분위는 절반을 넘는 1012명(55%)이었다. 이는 SKY 장학금 신청자의 고소득층 비율(46%)보다 높은 수치다. 구체적으로 9분위는 17%, 10분위는 38%였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의대를 졸업한 김모(30)씨는 “동기들 대부분이 잘사는 집안 출신이었고, 부모님의 직업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독 한 친구가 여유가 많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지가 고위 공무원이었다”며 “다른 친구들이 워낙 잘 살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 친구의 경제적 수준이 높진 않았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최근엔 이 같은 상황이 더 심해졌다고 말한다. 수능 위주인 정시보다 학생부가 중심인 수시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수능이 중심이었는데, 요즘 입시는 스펙의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혼자만 공부해선 합격이 쉽지 않다”며 “‘SKY캐슬’처럼 많은 돈을 들여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박남기 교수는 “모든 입시는 부모의 지원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수능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학부모나 기타 다른 배경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시험과 스펙만으로 한 줄 세워 입학생을 선발하는 현재의 입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입시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교육이 더는 계층 이동의 희망사다리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가장학금
2012년부터 국가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 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 성적 기준(B학점 또는 80점 이상)을 충족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소득 8분위까지 경제적 형편에 따라 차등 지원한다. 올해 국가장학금 예산은 3조6050억원이고, 전체 대학생(약 219만명)의 3분의 1 정도가 ‘반값 등록금’ 혜택을 본다. 별도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학도 많아 과거에 비해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는 학생들이 크게 늘었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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