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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황교안 대표 되면 속 후련하겠지만 총선 필패”

중앙일보 2019.02.14 00:03 종합 12면 지면보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울 성수동 한 음식점에서 ‘황교안 vs 오세훈 vs 김진태’ 3파전으로 최종 확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나서며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울 성수동 한 음식점에서 ‘황교안 vs 오세훈 vs 김진태’ 3파전으로 최종 확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나서며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황교안 후보는 내년 총선의 필패 카드다.”
 
‘보이콧’ 카드를 철회하고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레이스로 돌아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날을 바짝 세웠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정조준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번 전당대회는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양강구도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오 전 시장 스스로 “추격자”라고 말할 정도로 황 전 총리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다. 더구나 지난 주말 전당대회 연기를 요구하면서 일정을 올스톱하는 바람에 ‘추격자’로서 시간 손해가 많았다.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오 전 시장은 “중요한 시간을 많이 까먹었다”며 절박한 심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질 것 같으면 나오지 않았다”며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다음은 오 전 시장과의 일문일답.
 
전당대회가 연기되지 않았는데 레이스에 복귀했다.
“일단 보이콧 논란부터 정리하자. 관철이 안되면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확실한 검증을 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였다. 그런 상황에서 5·18 망언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황 전 총리와 김 의원, 두 후보의 경쟁 구도로 흘러가도록 그냥 둬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점점 커졌다. 한 분은 태극기 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분이고 다른 한 분은 공안 검사의 경력을 갖고 있는데 스스로 말하는 업적이 통합진보당 해산일 정도로 한쪽으로 치우친 이념 지향적 인물이다. 이 두 분 중에 한 분이 당 대표가 되면 자유한국당은 그런(이념지향적) 정당이 된다.”
 
자신은 있나?
“자신 있으니까 뛰어들었다. 당을 살리기 위해서 오세훈이 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무능 때문에 분노지수가 올라가면서 당의 기류가 점점 우경화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수도권 중도층의 호감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황·김 두 분은 이념을 떠올리게 하지만 나는 개혁보수이고, 정통보수이며 민생을 떠오르게 하는 정치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이념적 정치인 vs 민생형 정치인의 대결이다.”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가.
“나는 천만 수도 서울시장을 5년간 하면서 생활행정을 했다. 아픈 곳을 보듬고 부족한 곳간을 채우고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왔다는 것이 강력한 브랜드다. 또 있다. 저를 보면 떠오르는 것이 정치자금 투명화를 가져온 일명 ‘오세훈 법’이다. 그 법을 추진할 당시 민정당 출신의 50~60대 정치인들이 우리 당의 주요 인사였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구태를 바꾸기 위해 나서면서 개혁보수라는 브랜드도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대상’으로 규정했는데.
“분명히 말하는데 박 전 대통령을 버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미래로 나아가려면 우리 당이 박근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직도 친박·비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국민에게도 답답한 노릇이고 과거지향적이고 퇴행적이다. 그런데 황교안·김진태 두 후보는 ‘박근혜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는 행보를 해왔다. 영남에 가서 말씀드린다. ‘황교안이나 김진태 같은 분이 당 대표가 되면 속은 후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은 집니다’ 그렇게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황 전 총리가 세를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신상품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 같은 심리다. ‘들어오면 좋겠다’ ‘왜 안 들어오지?’ 이런 심리가 몇 달 동안 반복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런데 그동안 행보를 보니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없다. 5·18 망언만 해도 그렇다. 이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니 ‘5·18의 의미가 국민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런 뜻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당의 대표가 되겠다는 인사가 할 발언이 아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답변이다.”
 
인터뷰 말미 2011년 무상급식 투표 무산과 서울시장직 사퇴 얘기가 나왔다. 8년이 지났지만 당 일각에선 여전히 오 전 시장에 대한 비판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강한 어투로 해명했다.
 
“우리 당 지지자들도 ‘민주당은 잘 싸우는데 우리는 못 싸운다’고 한탄한다. 그런데 한명숙 전 총리가 뇌물을 받아 실형을 받고 나서 출소하던 날의 사진을 기억하나. 한 전 총리 뒤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문희상 국회의장, 진선미 장관 등 정부·여당의 실세들이 ‘억울한 옥살이’라는 의미의 백합을 들고 서 있었다. 내가 뇌물을 받거나 법을 위반한 게 아니지 않나. 정치철학과 보수적 가치를 위해 싸우다가 쓰러졌는데 자꾸만 ‘무리하게 싸우다 당에 폐를 끼쳤다’며 사과하라고 하고 내치라고 하냐. 이러면 누구도 당의 가치를 위해 싸움터에 나서지 않는다. 우리가 국립묘지에 승리한 군인만 모시는 건 아니지 않나.”   
 
만난사람=신용호 정치국제에디터  
정리=유성운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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