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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 먼일인줄···벌써 70대"

중앙일보 2019.02.14 00:03 종합 23면 지면보기
울릉도 이장희 서울 나들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나 그대에게’ 투어를 여는 이장희. [사진 PRM]

‘나 그대에게’ 투어를 여는 이장희. [사진 PRM]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난 그땐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할까~”
 
어느덧 일흔하고도 두 살이 된 가수 이장희가 요즘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다. 스물일곱 살이던 1974년 고려대 축제에 초청받아 2시간 만에 만들곤 묵혀 뒀던 이 노래는 2010년 MBC 예능 ‘무릎팍도사’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황혼의 찬가로 거듭났다. 다음 달 8~9일 서울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광주·부산·대구 등 6년 만에 전국투어에 나서는 그가 13일 기자들과 만나 가장 먼저 들려준 곡도 바로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였다.
 
2004년부터 울릉도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그는 울릉도 홍보대사답게 대자연 예찬론으로 운을 뗐다. “사람들이 보통 산이나 바다를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울릉도는 평지 없이 전체가 산이고 눈을 돌리면 바다”라며 “미국에서 35년간 살면서 은퇴하면 알래스카나 하와이 가서 살려고 했는데 96년 첫 방문 때 그 풍광에 반해 여태까지 살고 있다”고 우렁차게 말했다. 8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88년 한인 최초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코리아 설립 이후 2003년까지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해 5월엔 자택 앞뜰에 아예 150석 규모의 소극장 울릉천국 아트센터를 개관했다. 2011년 울릉군의 제안으로 1652㎡(약 500평)를 기증해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당초 5~9월 매주 화·목·토 주 3회 공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섬 특성상 불규칙해질 수밖에 없었다. 배가 못 들어오면 공연이 취소되기도 하고, 또 배가 못 나가면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울릉도는 2박 3일 단체관광으로 많이 옵니다. 번화가에서도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데 찾아와 주는 분들이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죠. 71년 데뷔해 제대로 노래한 건 딱 4년밖에 안 되거든요. 대마초 파동에 연루되는 바람에. 그 후 40년을 노래하지 않고 살았는데, 여기서 노래를 하다 보니 노래가 더 좋아졌어요. 내가 정말 노래를 좋아했구나 싶더라고요. 대학도 그만두고 음악만 했으니까. 팔십까지는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울릉도에서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는 동방의 빛 출신 기타리스트 강근식(72)과 베이시스트 조원익(73) 등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세 사람은 20대에 처음 만나 영화 ‘별들의 고향’(1974) OST를 함께 작업한 사이. 이장희의 서울고 선배인 최인호 소설가와 이장호 감독의 부탁으로 맡은 앨범은 한국 영화 OST의 효시가 됐다. 이장희가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강근식은 브라보콘 등 광고 음악으로 명성을 떨쳤고, 조원익은 서울음반과 하나뮤직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음악 하는 친구들은 딱히 대화가 필요 없는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정서를 교류할 수 있으니까. 공연 끝나고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술 한잔하는 기쁨도 그렇고. 붉게 타오르는 황혼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쓸쓸한 것도 사실이에요. 허무하기도 하고. 복잡다단하죠. 이런 안온한 마음을 담아 노래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요. 공연을 찾는 관객들에게도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란 마음으로 임하려고요. 그 시절 향수와 지금의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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