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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표 코미디는 말맛'' 좀 부끄럽도고 감사한 표현이죠

중앙일보 2019.02.13 21:34
영화 '극한직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웃음이 홈런을 쳤다. '극한직업'이 설 연휴 직후 천만영화가 되더니, 개봉 3주만에 1300만 넘는 관객을 극장에 불러 모았다. 연출과 각색을 겸해 코미디 영화 사상 최고 흥행성적을 거둔 이병헌 감독은 “그저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함께 작업한 스탭 분들 배우 분들 얼굴이 하나하나 스치는데, 모두 즐거워하고 있어 행복하고, 무엇보다 관객 분들에게 감사하다.”   
 신파 없는 웃음으로 흥행 홈런
 관객 호응과 더불어 '극한직업'은 새로운 코미디의 강점을 뚜렷이 보여준 영화로 기록될 전망이다. '웃음+감동'이라는 기존 흥행코드에서 벗어나 신파를 일절 배제한 것부터 그렇다. 고반장(류승룡)의 경찰 퇴출 같은 대목도 신파로 가는 대신 코미디의 흐름 속에 녹여냈다.    

네 번째 장편영화 '극한직업'으로
1300만 관객 모은 이병헌 감독

영화 '극한직업'초반, 마약반 형사들이 치킨집에 잠복한 모습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초반, 마약반 형사들이 치킨집에 잠복한 모습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감동 코드란 텍스트 자체가 배제된 작품이었다" 며 "공감과 웃음, 통쾌함을 주는 영화이길 원했고, 감동 코드는 오히려 방해요소에 가까웠다"고 밝혔다. "눈물이 따라오게 하려면 그 감정에 맞는 이야기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 그만큼 코미디를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생기고 처음 의도에서 벗어나게 된다. 인물들에게 감정이입 되고 응원하게 만든다면 마지막에 주는 통쾌함이 감동의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생각했다."
 의외의 캐스팅이 코믹 앙상블로
 뜻밖의 연기 앙상블도 호평을 받는다. 코미디에 강한 류승룡이나 이동휘는 물론이고 티격태격하다 로맨스까지 이어지는 콤비 이하늬-진선규, 마약반 막내 역할의 공명 등 5인조의 활약이 고루 두드러진다. 감독은 이하늬·진선규 배우에 대해 "캐스팅만으로도 새롭겠다,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형사 다섯 명 중 유일한 여성인 장형사(이하늬)는 마약반의 허리 역할로 활약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형사 다섯 명 중 유일한 여성인 장형사(이하늬)는 마약반의 허리 역할로 활약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실 ‘장형사’라는 캐릭터가 시나리오 상에서 털털하고 걸걸하고 싸움 잘할 것 같고 덩치 좀 있고, 어떻게 보면 전형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하늬 배우가 캐스팅된 것만으로도 그런 전형성을 깨 준 것 같다. 너무 잘 소화해줘서 새로운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갈비집 아들인 마형사(진선규). 비법양녑을 활용해 왕갈비치킨을 만들어낸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갈비집 아들인 마형사(진선규). 비법양녑을 활용해 왕갈비치킨을 만들어낸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의 폭력배 역할로 유명해진 진선규 역시 허를 찌르는 캐스팅. "진선규라는 배우가 코미디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새롭게 느껴졌다. 어디서도 보여준 적이 없고 소비된 적이 없는 역할이어서 무언가를 만들어 주기보다 그냥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조건 새롭고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적중했던 것 같다." 
마약반 막내 형사 재훈(공명). 진지한 열정이 엉뚱한 계기로 폭발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마약반 막내 형사 재훈(공명). 진지한 열정이 엉뚱한 계기로 폭발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공명에 대해선 "형사팀의 막내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 캐릭터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대신 "공명 배우가 가지고 있는 어떤 특별한 귀여움"을 강조했다. "미쳐서 날뛰는 씬이 너무 귀엽다. 본인의 몫 이상을 해준 것 같다."
 ‘힘내세요 병헌씨’ 어느새 천만감독
 이병헌 감독의 장편 연출작은 이번이 네 번째. 한심한 영화감독 준비생 이병헌을 주인공 삼은 데뷔작 '힘내세요 병헌씨'(2012)와 300만 관객을 모은 청춘 코미디 '스물'(2015)은 각본도 직접 썼다. 앞서 '과속스캔들'(2008)을 각색을 시작으로 여러 영화의 각본·각색을 맡아온 작가이기도 하다. 
영화 '극한직업'초반, 마약반 형사들이 치킨집에 잠복한 모습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초반, 마약반 형사들이 치킨집에 잠복한 모습이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꾸준한 코미디 작업은 충무로에 "이병헌표 코미디는 말맛"이란 평가를 낳았다. 그는 "이병헌 표라는 말에 대해 아직 좀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말맛이 주요하단 평가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시각적인 표현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진 평범한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에 더 관심이 간다. 그런 영화를 해왔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했고, 수없이 수정하며 만든 대사들인지라 고마울 수밖에 없다."
 
 차기작은 30대 여성들의 로코
 감독으로서 그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공동작업"이라면서도 "이전 작업에서 모든 걸 통제하고 결정하려던 욕심이 좀 더 컸다면 '극한직업' 에선 보다 많이 열어놓고 많은 의견을 듣고 나눴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공동작업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요즘 그는 흥행의 기쁨을 만끽하기보다 연일 차기작 관련 회의에 바쁘다. JTBC가 하반기 방송할 16부작 미니시리즈 '멜로가 체질'의 촬영을 다음달 시작하기 때문. 영화 '스물'이 20대 세 남자의 얘기였다면 이번 드라마는 "30대 세 여자의 일과 연애를 소소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코미디 감독' 이병헌이 개인적으로 꼽는 '나를 웃겨준 코미디'는 뭘까. "기본적으로 블랙 코미디를 좋아한다. 우디 앨런, 노아 바움벡, 알렉산더 페인,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 등의 작품을 좋아한다. '미스 리틀 선샤인'처럼 차가운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지만 결국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도 좋아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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