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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 피해자' 유우성, 국정원 수사관·검사 등 고소

중앙일보 2019.02.13 14:44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간첩조작 범행 국정원 수사관 및 검사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간첩조작 범행 국정원 수사관 및 검사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39) 씨가 인권침해와 증거조작을 저지른 당시 국가정보원 수사관과 검사들을 고소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증거조작 정황이 상당 부분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유씨와 변호인단은 13일 불법감금, 가혹 행위, 증거위조 등을 통해 간첩 조작을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 국정원법 위반 등)로 국정원 수사관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국정원에 돈을 받고 유씨를 북한에서 봤다고 허위 증언한 탈북자 1명과 당시 수사·공판을 맡은 검사 2명도 국정원의 '간첩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 제출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연 유씨는 "처음 증거조작이 밝혀졌을 때 검찰에서 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검찰 과거사위의) 재조사가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간첩이 조작되지 않는 제도를 만들고 가해자들을 처벌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첩조작 사건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가 없었다"며 "가해자를 찾아내도 구실을 대고 빠져나갔는데 더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씨와 변호인단은 그간 검찰에 고소·고발을 했는데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유씨는 앞서 한 차례 자신의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을 고소했으나 검찰은 '담당 검사가 증거를 조작한 국정원 수사관들에게 속은 것'이라며 혐의 없음 처분을 한 바 있다.  
 
유씨 측은 검사들이 국정원의 증거조작에 가담한 대표적 사례로 '사진 위치정보 왜곡 건'을 제시했다. 당시 담당 검사는 밀입북을 입증하기 위해 유씨 노트북에서 복구한 사진 4장을 재판부에 제출하며 유씨가 북한 회령집에서 찍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사진의 GPS 정보는 중국 옌지(延吉)인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검사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에서 GPS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검찰 과거사위는 "검사와 국정원이 사진 위치정보를 파악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장경욱 변호사는 "검사가 단순히 증거 검증을 소홀히 한 게 아니라 조작에 공모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검찰총장은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닌 전면적 재조사를 하고, 이 사건에 가담한 검사들을 일벌백계하는 조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유씨는 화교 출신으로 2004년 탈북했다.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동생 유가려 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가려 씨 진술을 근거로 유씨를 기소했으나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그의 북한-중국 국경 출입기록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대법원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가려 씨는 6개월 동안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조사받았으며 폭언·폭행 등 가혹 행위를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수사·공판검사가 검사로서 인권보장 의무와 객관 의무를 방기함으로써 국정원의 인권침해 행위와 증거조작을 방치했고 계속된 증거조작을 시도할 기회를 국정원에 제공했다"며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장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에게 검찰총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최근 권고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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