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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공모", "~와 함께" ‘공소장 살생부’에 오른 판사들

중앙일보 2019.02.13 12:07
양승태 공소장에 8명 공모 적시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권순일 대법관(60)과 차한성 전 대법관(65),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60),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7) 등 4명을 공범이라고 적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은 검찰의 전·현직 판사 기소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살생부’라고도 불린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검찰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최승식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검찰 차량으로 걸어가고 있다. 최승식 기자

공소장에는 “~와 공모하여”, “~와 함께”와 같은 표현이 나온다. 검찰이 전·현직 판사들의 혐의 가담 정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민걸 전 기조실장, 윤성원 전 사법지원실장, 신광렬·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 4명도 양 전 대법원장 등과 함께 범죄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표현이 다르긴 하지만 둘 사이에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 8명을 비롯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변호사)을 이달 말 전·현직 법관을 추가로 재판에 넘길 때 기소 대상으로 우선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유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 관련 문건을 유출한 혐의 등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한 후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상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장이 공개되기 전부터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의 법원 관계자들 중 가담 정도가 큰 10여명만 기소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변호를 맡고 있는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기소 한 상황에서 밑에 있던 판사들에 대한 기소까지 무더기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고등법원 부장 정도의 직급이 기준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직 대법관도 공범…"'판사 블랙리스트' 혐의, 중하진 않다"
공범으로 기재된 권순일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이 기소될 경우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대법관 수는 4명으로 는다. 권 대법관은 현직 대법관이 기소된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이들이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공모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사진 왼쪽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연합뉴스]

권 대법관과 차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정책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에 포함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됐다. 이들은 노회찬 전 의원과 친분이 있는 마은혁 판사에 대해 “노동자 편향적 관점을 갖고 있고 외부 인사와 활발히 교류한다”는 이유로 문책성 인사조치를 검토했다. 강형주 전 차장은 같은 혐의로 공범이라 지목됐다. 그는 박병대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공범으로 기록된 바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권순일 대법관이 개입한 2012~2013년 당시 ‘물의야기 법관’ 문건 작성은 실제 부당 인사까지 이어지지 않아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2017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학술대회를 열어 사법개혁을 논의하려 하자 소속 판사들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탈퇴를 유도한 혐의에도 공모했다고 한다. 그는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동향과 비공개 정보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수부 부부장들까지 윤석열과 회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수시로 회의를 하면서 전·현직 판사들의 기소 범위를 논의하고 있다. 검찰이 이달 중에 사법부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기고 대법원에 비위 통보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소 대상을 추리는 데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후에도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신봉수 특수1부장, 양석조 특수3부장 등 특수부 부장 및 부부장 10여명과 함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만나 3시간여 얘기를 나눴다. 수사팀 핵심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전·현직 판사들의 기소 범위가 논의됐다고 한다.
 
검찰은 아직 기소 명단을 완전히 추리지는 못 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 범위 결정 외에도 할 얘기가 많아 회의가 길어졌다"며 "공모 관계가 있더라도 혐의의 중대성이 다른 만큼 신중히 검토하는 중이다"고 밝혔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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