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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네수엘라 '플랜 B' 착수…과이도 정권과 물밑 접촉

중앙일보 2019.02.13 12:01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좌)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AFP=연합뉴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좌)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AFP=연합뉴스]

 
 중국이 좌파 이념 동맹을 벗어나 베네수엘라 내 경제적 손익 계산에 본격 착수했다. 베네수엘라 신진 쿠데타 세력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측과 채권 및 원유 투자에 관련한 비공식 대화를 시작하면서다. 기존 동맹이었던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의 퇴진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외교관들이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과이도 의장 측 인사들과 만나 베네수엘라가 중국에 진 부채 환수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진행 중인 원유 프로젝트의 향후 진행 방향과 이미 200억달러(약 2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베네수엘라의 대중 부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게 이 사안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중국은 지난 2007년 베네수엘라와 석유 합작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2년간 베네수엘라가 원유 개발과 관련해 중국에 빌린 돈만 50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한다. WSJ는 “중국 상무부 추산에 따르면 이 중 약 200억 달러 가량을 여전히 회수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자칫 잘못하다간 이 투자금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 중국 정부가 기존 동맹과 별개로 이른바 ‘플랜 B’를 조용히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남미 중국 관계 전문가인 미 육군대학원 R.에반 엘리스 교수는 “중국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 위기가 커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잠재적인 새 정권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중국)이 안정성을 원하기 때문에 달걀을 다른 바구니에도 넣어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로 긴급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로이터=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사태'로 긴급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기류는 중국 외교부의 공식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언론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해 모든 (베네수엘라) 정치 세력과 다양한 방법으로 밀접한 접촉을 이어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중국과 베네수엘라 간 협력이 평가절하돼서는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행여 마두로 정권이 퇴진하더라도 새 정부와 경제적 협력을 이어가겠단 의미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한다.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일찍이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이미 사업이 크게 둔화했다. WSJ는 “지난해를 통틀어 중국 및 러시아와는 단 한 건의 계약만이 체결됐다”는 베네수엘라 현지 사업가의 말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중국 및 러시아 국영 기업에 원유 채굴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2인 대통령 체제에 들어선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은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군부를 상대로 자신을 지지해달란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맞서 최근 국영 석유회사 PDVSA의 결제 계좌를 러시아 은행으로 옮겼다. 장기전을 염두에 둔 조치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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