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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회담 앞두고 美 눈치보는 日, 아베 '대북 압력' 표현 안써

중앙일보 2019.02.13 11:14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 내에서 ‘단계적 비핵화’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일본 도쿄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지난 10일 자민당 당대회에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연합뉴스]

지난 10일 자민당 당대회에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연합뉴스]

 
“지난해 6월 1차 회담 뒤 실질적인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북ㆍ미 양측이 비핵화 조치와 일정한 대가를 주고받는) 단계적 비핵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라고 한다.
 
신문은 특히 지난 9일 서울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 국장이 기자들과 만나 "먼저 일이 굴러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던 발언에 주목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연합뉴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가로 미국이 일부 대가를 제공하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일본 정부가 인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정부 내에선 “비핵화를 전부 동시에 하는 건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노 다로 외상)는 비슷한 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도쿄 신문의 보도다.
 
이는 이번 북·미 회담에서 일정한 성과를 도출하는 데 적극적인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배려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비핵화 실현 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일부 완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늘 ‘대북 압력’, ‘제재 유지’를 강조해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최근엔 그와 같은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닛케이는 “지난 1월 시정방침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대북 압력’이란 표현 대신 ‘미국, 한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계한다’는 말만 했다”며 “최근의 국회 답변에서도 압력이란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필요성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한 정도가 그나마 강한 언급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 ‘강경 일변도’였던 일본 정부가 태도 변화를 보이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이 아주 조금밖에 움직이지 않는데, 미국만 과도하게 큰 대가를 지급해선 안 된다"는 경계감이 여전하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6월 12일 북미 1차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12일 북미 1차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쿄신문은 “과거 북한은 6자회담에서 도출된 핵 포기 합의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했다”며 “이번에도 미국만 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은 핵을 계속 보유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일본에겐 최악의 사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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