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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경제에 ‘긴 겨울’은 오는가

중앙일보 2019.02.13 00:16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역사는 지평선 저 너머 어디에선가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으며, 최근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 신호는 예상치 못한 사태의 악화에 대비하는 대응이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다. (중략) 만약 우리가 다가오는 세계 경제 침체를 예상하고 그 충격을 완화하고자 한다면, 각국은 지금 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비드 립튼 수석부총재가 1월 17일자 IMF 블로그에 발표한 논평의 일부이다. 그가 세계 경제의 침체 흐름이 악화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먼저 무역 분쟁, 기후 변화, 국제난민 등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21세기의 새로운 과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40여년간 세계 경제의 성장과 번영을 주도해왔던 세계 경제 질서와 핵심 시스템이 약화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정치가 대중영합(포퓰리즘)적인 선거에 의해 주도됨에 따라 정책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 대응 수단인 금융정책과 재정정책도 유효성을 잃고 있어 경기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다는 점도 중대한 문제다.
 
IMF는 201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작년 10월 전망치 3.7%에서 최근 3.5%로 낮췄다. 뿐만 아니라 ‘더 큰 하향조정의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오는 4월 추가 하향조정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1년 전에 보였던 장밋빛 낙관론이 사라졌고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속에 1월 25일 폐막했다.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한 공통된 인식은 경기순환 차원을 떠나서 세계 경제의 구조적인 틀이 비관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최근의 세계 경제 전망 변화는 한국 경제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은행은 IMF의 세계 성장률 하향조정을 외면하지 못해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0.1% 포인트 낮췄다. 물론 2019년 성장률이 2.6%로 낮아질 것이라고 해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세계 경제의 구조변화가 한국경제에 장기적으로 불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경쟁력 강화정책이 절실하다는 사실이다.
 
시론

시론

IMF가 발표한 2018~2023년 각국 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중국은 6.6%에서 5.6%로, 미국은 2.9%에서 1.4%로, 일본은 1.1%에서 0.3%로, 유럽연합(EU)은 2.2%에서 1.6%로 지속적인 하향 흐름을 전망하고 있다. 이 전망치는 2018년 실적으로 한국 수출의 54%를 차지하는 주요 무역상대국들의 경제가 최소한 2023년까지는 회복의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국의 수출도 호전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IMF의 성장률 전망 기간을 2029년까지 연장하더라도 회복의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한마디로 세계 경제에 ‘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경제에 1998년 IMF 외환위기보다 더 엄중한 장기불황이 올 것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환위기는 외채를 갚아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다가오는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는 단기간의 이벤트로 끝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출 환경이 악화한다면, 내수 주도로 적정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인가. 2018년 한국경제는 2.7% 성장률을 보였다. 재정의 성장률 기여도가 0.9%를 넘는 사례는 지난 30년을 돌아봐도 1990년과 2006년 두 번뿐이었다. 더구나  성장률의 3분의 1을 재정이 차지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
 
앞으로 수출이 부진하면 재정의 성장 기여도가 더 커지는 상황이 불가피하고, 그 결과 한국 경제는 소득주도가 아니라 재정주도 성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재정주도 성장정책은 한국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 건전성마저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세계 경제의 전환점에서 정부 정책은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 경제의 긴 겨울에 대비해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2019년에도 구조개혁의 변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면, 2020년부터는 갈수록 악화하는 경제 상황으로 인해 구조개혁을 감당할 여력이 약화해 장기침체 대응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곧 한국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성장동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동시에 디지털 경제시대로 가는 세기적 전환기에 국가 간의 경쟁에서 낙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2019년 한국 경제의 선택은 엄중하다. 기업과 국민 개인들에게도 2019년의 선택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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