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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3인4각 경주의 결승선을 향하여

중앙일보 2019.02.13 00:08 종합 35면 지면보기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를 고리로 한반도 비핵평화라는 공동의 레일에 올라타 있다. 누구도 먼저 이탈하기 어려운 절묘한 구조다. 문재인-트럼프 조합(한미동맹) 및 문재인-김정은 조합(남북관계)이라는 이중의 2인3각 경주(二人三脚 競走)가 문재인을 고리로 문재인-트럼프-김정은 조합이라는 초유의 3인 4각(三人四脚) 경주로 바뀐 것이다. 3인4각 경주에서 북미적대는 북미대화로 바뀌었다.
 

문재인-트럼프-김정은 3인
4각 경주로 비핵평화 완주해야
우선 핵불능화 체제 달성한 뒤
핵 완전 폐기는 5년 시한 적절
한국은 중재자 넘어 당사자로서
역마셜플랜으로 영구 평화 견인

유례없는 3인4각 경주 형성의 원인과 목표는 각각 북핵과 비핵평화다. 특별히 김정은은 비핵화를 반복 약속하고 문재인-김정은 및 트럼프-김정은 이중레일에 올라탔기 때문에 이 공동레일을 먼저 이탈할 경우 고립과 봉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이례적인 3인4각 조합은, 끝내 중국의 참여와 함께,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된다.
 
궁극적 비핵평화를 향한 3인 4각 경주의 파국없는 결승선까지의 완주는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특별한 상황’에 대한 ‘특별한 해법’이어야 한다. 한반도의 특별한 예외 상황은 지속적, 구조적, 다층적이다.
 
첫째 한반도는 전후 세계 최장의 정전상태를 지속해왔다. 둘째 미국과 북한 사이는 전후 세계 최장의 적대상태를 지속해왔다. 미국은 러시아, 독일, 일본, 중국, 베트남과는 모두 전후 한 세대 내에 외교관계를 정상화하였다. 그러나 두 나라는 두 세대를 넘도록 적대상태이다.
 
셋째 중국과 북한이 유엔에 가입할 때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 때 맺은 유엔과의 정전상태를 종료하지 않는 것도 세계사에서 특별한 예외상황이다. 중국과 북한은 아직도 유엔과 정전상태인 것이다. 넷째, (셋째 요인으로 인해) 한반도에는 세계 최장의 유엔군사령부가 존재하고 있다. 다섯 째, 한반도에는 세계 최대 병력이, 세계 최첨단 무기를 갖춘 채, 세계 최장 기간 동안, 최근접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다.
 
박명림칼럼

박명림칼럼

이상의 복합적인 특별상황을 고려할 때 세계와 한국은 최적의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문재인-트럼프 시기의 단기목표와 장기목표의 분리를 통해, 잠정타협체제로서의 핵불능화체제·준(準)비핵체제의 우선적 실현을 말한다. 한국전쟁 상황과 전쟁상태를 중단한, 그리하여 소극적 평화를 정초한 준(準)평화체제가 정전체제였듯 북핵체제에 대해서도 당장 비핵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핵불능화체제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 핵불능화체제는, 정치적·외교적, 경제적, 군사적·기술적 불능 상황의 촘촘한 교직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과 사용이 전연 불가능한 감시·통제 상황을 말한다.
 
북한 비핵화는 대한민국과 세계의 움직일 수 없는 목표다. 그러나 궁극적 핵폐기에 걸릴 시간과 절차 때문에 북한 비핵화의 핵심과정을 분리한 뒤 다시 결합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북핵 완전 폐기는 올림픽 개최지 결정(2025년)을 앞 둔 2024년을 최종 시한으로 합의하면 좋을 것이다. 핵국가 북한과 전략적으로 대면하기 위해서는 문재인정부 임기 내와 임기 후의 비핵평화 단계를 분리하고 또 지속해야한다.
 
물론 핵불능화체제는 반드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완전한 비핵체제로 진화, 궁극적으로는 정전체제마저 평화체제로 전환하여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달성해야한다. 지금은 비핵평화 논의를 발단 삼아 끝내는 남북한과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 참여하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및 동북아 비핵지대, 그리고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전환할 발상과 경로개척이 필요한 특별한 국면인 것이다.
 
하나의 최선의 현실적 해법은 역(逆)마샬플랜에 있다. 모르겐타우 플랜을 대체한 마샬플랜의 핵심은 군사적 승리와 봉쇄를 계기로 경제 지원과 원조의 감행이었으나, 북핵문제는 거꾸로 접근해야한다. 즉 강력한 국제경제 제재체제의 지속을 바탕으로, 비핵화와 교환할 평화협정과 평화체제 구축논의를 시작해야한다.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실질적 해법과 논의 없이 비핵평화의 결승선을 향한 3인4각 경주의 완주는 쉽지 않다. 거기엔 비핵화와 북미수교의 교환이 포함된다. 역시 역마셜플랜이다.
 
중재자를 넘어 당사자로서 대한민국의 독자적 비핵평화구상을 갖고 북한과 미국을 결승선까지 견인할 최고의 지혜와 전략, 불퇴전의 각오와 결기, 최상의 수순과 방법이 절실한 때이다. 트럼프가 중국을 견제·압박하고, 북한을 대화와 제재로 절묘하게 견인해 내고 있는 지금의 국제조건에서조차 비핵평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향후 한반도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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