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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보자기, 루이뷔통 태극기코트…한국에 빠진 명품

중앙일보 2019.02.13 00:04 종합 2면 지면보기
지난 1월 루이뷔통 남성 컬렉션에 등장한 태극기. 다양성·통합을 의미하는 10여 개 국기 중 하나였다. [사진 루이뷔통]

지난 1월 루이뷔통 남성 컬렉션에 등장한 태극기. 다양성·통합을 의미하는 10여 개 국기 중 하나였다. [사진 루이뷔통]

“한국을 들여라.” 최근 럭셔리 브랜드마다 한국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는 올봄 스카프 신제품을 내놓으며 ‘보자기의 예술(L’artdu Bojagi)’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에르메스는 매 시즌 독특한 패턴과 색감으로 브랜드를 대표하는데, 이번엔 한국 전통 소품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실제 보자기 사이즈처럼 넉넉한 가로·세로 140㎝의 숄 형태로, 무늬 역시 보자기의 특징을 그대로 살렸다. 천이 삼각·사각으로 다양하게 접히는 모양을 패턴으로 삼고 보자기 매듭 그대로 담아냈다. 에르메스 측은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인 피에르 알렉시 뒤마가 한국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한 스카프 제작을 제안했고, 제작팀이 그 뜻을 살려 제작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파리 본사 디자인팀이 한국 자수 박물관을 방문해 소장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제품에 반영하기도 했다. 에르메스 코리아 관계자는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2015년부터 문화재청과 진행 중인 한국 문화유산 보존 작업에 후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봄·여름 에르메스 스카프는 한국 전통 보자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진 에르메스]

올봄·여름 에르메스 스카프는 한국 전통 보자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진 에르메스]

이에 앞서 루이뷔통은 지난 1월 남성복 컬렉션에서 다양한 국기를 트렌치코트·스카프·가방 등에 사용하면서 태극기도 포함시켰다. 미국·영국·이탈리아·가나 등 10여 개 나라 중 유일한 아시아 국가였다. 셔츠 상단인 어깨와 가슴에 태극 문양과 건곤감리가 쓰였고, 가방 정중앙엔 태극기 그림이 프린트돼 있다. 지난해 루이뷔통의 첫 흑인 디자이너로 발탁된 버질 아블로가 국가와 사회의 다양성·통합성을 상징하는 의미로 패치워크 방식의 국기를 내걸었는데, 루이뷔통 측은 “그가 이끄는 스튜디오 팀원들의 국적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의 컬렉션에 선보인 한글 타이.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 일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의 컬렉션에 선보인 한글 타이.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에는 한글을 그대로 사용하는 브랜드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는 2018 봄·여름 컬렉션에서‘아메리카’라는 한글이 들어간 30만원대 티셔츠를 공개한 바 있다. 그는 한 시즌 전 아디다스·이스트팩과 만든 가방에선 ‘자연이 빚은 상주곶감’ ‘삼도 농협’이란 한글이 들어간 보자기 원단을 포인트로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패션쇼에서도 모델이 농부의 작업복처럼 스카프가 달린 모자나 고무장화를 착용하자 당시 업계에선 “한국 농촌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 밖에도 일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는 2018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적힌 넥타이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고, 런던 듀오 디자이너 브랜드 ‘프린 바이 손튼 브레가치’도 같은 시즌 컬렉션에서 한국 해녀를 ‘독창적인 환경 페미니스트’로 칭하면서 해녀 잠수복과 어망·부표 등 소품을 현대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라프 시몬스가 이스트팩과 협업한 가방. 상주곶감 글자를 프린트로 이용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라프 시몬스가 이스트팩과 협업한 가방. 상주곶감 글자를 프린트로 이용했다. [중앙포토]

이전에도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을 모티브로 한 제품을 내놓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패션쇼·전시 등 대형 행사가 벌어지거나 플래그십이 문 열면서 이를 기념하는 한정판 형태가 주를 이뤄왔다. 이에 반해 최근 한국 모티브 디자인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처럼 ‘한국을 들이는’ 행보가 이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매출이 작은 시장이지만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감각 있는 트렌드 세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전 세계 럭셔리 패션시장에서 매출 32%를 차지하는 큰손이다.  
 
한양대 럭셔리 연구소장인 박정근(경영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내 스트리트 패션이 감각적인 옷차림으로 호평받는 데다 K팝으로 해외 젊은 소비자에게 호감도를 높여왔다”고 분석했다. 실제 방탄소년단·엑소 등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선호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 문화나 글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낯선 이름·색깔·문자가 지니는 새로움이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시아 국가에서도 중국·일본·태국 등의 전통 이미지가 이미 다양하게 소비된 것과 달리 희소성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패션 컨설팅 전문업체 ‘트렌드랩506’ 이정민 대표는 “‘예쁘다’ ‘보다’ ‘재미있다’에 지갑을 여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는 디자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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