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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올인? 독일 목수는 대기업맨 안 부럽다”

중앙일보 2019.02.13 00:04 종합 5면 지면보기
무너진 교육사다리 <상> 
독일 학생들은 초등학교 졸업 시 담임교사의 조언에 따라 일반고와 직업계고 중에 선택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 독일 트리어의 암브로지우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독일 학생들은 초등학교 졸업 시 담임교사의 조언에 따라 일반고와 직업계고 중에 선택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 독일 트리어의 암브로지우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까지 독일에 거주했던 이모(37·서울 동대문구)씨는 어릴 때부터 적성과 진로를 찾아주는 독일의 교육제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담임교사의 조언에 따라 일반고(김나지움)와 실업학교(하우프트슐레)에 진학해서다. 이씨는 “독일에서는 대학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며 “실업학교를 졸업하고 목수로 일해도 임금이나 삶의 질이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4년 프랑스로 갔다가 지난해 돌아온 김모(53·서울 동작구)씨는 프랑스의 진로교육이 인상 깊었다. 당시 중학생 딸이 일주일 동안 자신의 관심 분야를 경험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딸은 프랑스 유치원에서 보조교사를 했다. 하루 5시간씩 직접 아이를 가르치고, 간식을 먹이는 등 정규 교사와 똑같이 일했다. 김씨는 “평소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가 인턴십 후엔 오히려 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인턴십 덕분에 자신의 적성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독일·프랑스 같은 선진국과 한국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진로·직업교육이다. 이들 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1등부터 꼴등까지 모두가 대입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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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대학 진학률을 봐도 알 수 있다. 2017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6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1위다. OECD의 평균 대학 진학률(44.5%)은 물론 미국(47.8%), 프랑스(43.3%), 핀란드(41.3%), 독일(31.3%)보다 월등히 높다.
 
이렇게 모두가 대학에 ‘올인’하는 구조는 지나친 입시 경쟁과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선진국처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게 돕고, 아이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에서도 2016년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시작했다. 한 학기나 두 학기 동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참여형 수업이나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체험 활동이 피상적이고 진학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있다. 중학생 자녀가 자유학기제를 통해 제과제빵사라는 꿈을 갖더라도 일반고가 아닌 직업학교에 보낼 부모는 많지 않다.
 
한국은 왜 독일과 다를까. 명문대 진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보상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부터 크다.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 대비 1997년 77.3%에서 2017년 55.8%로 악화했다. 2015년 기준 일본은 77.9%, 미국과 영국은 76.0%, 독일은 73.9%였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들이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이유는 질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 때문”이라며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한 A와 고교를 나와 목수로 일하는 B가 비슷한 임금을 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를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뿐 아니라 경제·고용·복지 등 사회 전반의 노력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는 “대학·고교 서열화 같은 사회문제는 고용·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이를 교육정책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니 계속 부작용이 생긴다”며 “고용과 임금 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교육 사다리를 바로 세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대입 제도에만 매달리다 보니 사교육이 줄기는커녕 더 늘었다”며 “이제라도 국가교육회의 같은 기구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교육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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