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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천 부장판사 꼬장꼬장…양승태가 쉽지 않겠구먼”

중앙일보 2019.02.13 00:04 종합 10면 지면보기
박남천

박남천

“아, 그 친구 좀 꼬장꼬장(심지가 곧고 결백하다)한 스타일인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쉽지 않겠구먼.”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박남천(52·26기) 부장판사가 맡게 됐다는 소식을 접한 한 부장판사가 한 말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2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에 배당했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사건도 함께다. 법원은 “관계되는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연고관계,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한 뒤 나머지 재판부 중 무작위 전산 추첨을 통해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연수원 24년 후배가 재판장을 맡은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게 됐다.
 
배당 결과가 알려지자 법조계 안팎의 관심은 박 부장판사로 쏠렸다. 전남 해남 출신의 박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7년 광주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한 그는 법원행정처나 대법원 근무경험 없이 재판 업무만 맡아왔다.
 
그는 ‘칼 같은 판결’을 내리기로 유명하다.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이던 2016년  ‘수락산 60대 여성 등산객 살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2017년엔 베트남 출신 며느리를 살해한 80대 시아버지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017년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1년 6월을 판결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반드시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 밝혔다.
 
박 부장판사가 형사합의 35부 재판장을 맡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을 대비해 형사합의 34·35·36부가 신설됐지만 35부의 김도현 부장판사가 개인 사정으로 변경을 요청해 박 부장판사가 그 자리에 오게 됐다. 한 판사는 “박 부장판사가 주로 일반 민·형사 사건을 많이 맡았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과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 기소와 관련, 사법부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수사결과 발표에 즈음하여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1600자 분량의 글엔 헌정 사상 처음인 전직 사법부 수장의 구속기소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추가 조치들이 담겼다.
 
우선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대표해 다시 한번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한 뒤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를 확인한 다음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징계 청구와 재판 업무배제의 범위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추가징계를 시사한 것이다.
 
“취임 후 사법부 자체조사 및 검찰 수사 협조에 이르기까지 항상 국민께 사법부의 민낯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준엄한 평가를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단 한 번도 일선 법원의 재판 진행과 결과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노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법원 내부의 의견은 엇갈렸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누군가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하지 않느냐”며 입장문에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노력을 평가한 부분에 대해선 “과도한 공치사”란 반응이 나왔다. 지법의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법관 추가 징계를 시사한 데 대해 “검찰 수사 결과에 맞춰서 비중을 두고 쓴 건 적절치 않다. 연루 판사들에 대해 유죄를 전제하고 글을 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을 두고 정치권의 반발이 잇따르는 데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양승태 사법부’는 과거의 위협이지만 정치권의 사법부 공세는 현존하는 위협”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세력에 대해 직을 걸고 막겠다는 각오를 밝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기정·박사라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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