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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저출산 쇼크 맞춘 천재소설가 “일본, 한국에 뒤처질 것”

중앙일보 2019.02.13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사카이야

사카이야

“인구 감소 문제에 손을 쓰지 않고 10년을 더 흘려보내면 비참한 현실을 맞게 된다. 한국이나 싱가포르 등에 뒤처져 1인당 소득이 세계 50위가 될 것이다.”
 
지난 8일 향년 83세로 별세한 일본의 경제관료 출신 천재 작가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가 마지막으로 구상하던 미래소설에는 이같은 내용이 들어갈 예정이었다고 TV아사히가 12일 보도했다. ‘단카이(團塊)세대’ ‘헤이세이(平成)30년’ 등의 소설에서 일본의 미래를 족집게처럼 예측해온 사카이야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예언인 셈이다. TV아사히는 “예언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전했다.
 
사카이야는 어떤 인물이고, 그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했길래 일본 사회가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일본 언론들이 묘사하는 사카이야는 ‘천재의 전형’이다. 오사카 출신인 그는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1960년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에 들어갔다. 28세였던 1970년 오사카 국제박람회의 기획을 맞았고, ‘미래 사회’를 주제로 박람회를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75년 작가로 변신한 뒤 이듬해 내놓은 소설 ‘단카이(團塊)세대’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인 1947~1949년 출생자들이 일본 사회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 내용이다. ‘덩어리처럼 잘 뭉친다’는 뜻에서 유래한 ‘단카이 세대’라는 용어는 이후 일본 사회에서 일반명사가 됐다.
 
그의 기발한 예측력이 특히 돋보인 소설은 97년에 연재한 ‘헤이세이 30년’이다. 헤이세이는 89년부터 일본의 연호로, 그가 소설을 연재한 97년은 헤이세이 9년이었다. 소설은 21년 뒤인 헤이세이 30년(2018년)까지 일본의 변화를 주로 예측하는 내용이다. 소설 속에서 그는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헤이세이 28년(2016년) 일본 정부의 절박함과 달리 출생자 수는 처음으로 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썼다. 또 평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인 ‘생애미혼율’에 대해 “남성의 경우 그 비율이 23.3%에 도달했다”고 썼다. 그의 예언대로 2016년 일본의 출생자 수는 98만 명을 기록했다. 현재 일본 남성의 생애미혼율은 23.4%, 사카이야의 예측과 거의 일치한다.
 
소설에서 사카이야는 “TV를 볼 수 있고, 디지털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있으며, 전자수첩 기능을 겸비한 얇은 휴대전화를 들고 다닌다” "인터넷 편의점에서 2만 종류 이상의 물품을 주문했다. 3시간 내에 배달을 받을 수 있다”고 적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쇼핑의 시대를 예측한 것이다.
 
다장기부전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사카이야는 저출산 문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예측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차기 출판을 의논해온 편집자에 따르면 사카이야는 “인구가 점점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는 상태가 10년 정도 지속되면, 현재 20위권대 초반인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 순위가 한국(현재 30위권)과 싱가포르 등에 뒤처진 50위로 밀려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것이다. 이 ‘천재 작가 사카이야의 마지막 예언’에 일본 사회가 들썩거리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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