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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몇 방울로 유전자 검사, 특정기업만 허용 논란

중앙일보 2019.02.13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집에서 유전자 검사 키트를 택배로 배송받아 각종 암 발병 확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바이오 업계에선 특정 기업에만 특혜를 허용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제1차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회를 열고 DTC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에 실증 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실증 특례란 제품 및 서비스의 안전성 등을 검증하기에 앞서 제한된 지역이나 특정한 기간 규제를 유예하는 제도다. 이에 앞서 중앙일보는 ‘미국 유전자 분석 키트 파는데, 한국선 검사 항목도 규제’라는 제목의 규제 OUT 시리즈 기사를 통해 소비자 의뢰 유전자 분석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앙일보 1월 18일 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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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안 가고 택배로 쉽게 검사
정부가 마크로젠 1곳만 선정하자
업계 “또다른 규제” 반발 움직임

이번에 실증 특례가 적용된 DTC (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는 소비자 직접 의뢰 검사로 불리는데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타액 몇 방울이면 손쉽게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DTC 유전자 검사는 12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허용했다. 반면 의료기관을 통한 DTC 유전자 검사는 120가지 항목에 대해서 허용되고 있다. 정부가 DTC 유전자 검사를 허용한 것도 불과 3년 전인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이번 실증 특례를 도입하면서 인천 송도 지역으로 DTC 유전자 검사 지역을 한정했다. 검사 대상도 송도 주민 2000명으로 제한했다. 송도가 낙점된 건 정부가 유전자 분석 기업인 마크로젠이 제안한 실증 특례만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증 특례에 한해 DTC 유전자 검사를 25가지로 늘렸다. 그동안 비의료 기관에서 가능한 DTC 검사는 혈당과 혈압 등 12가지 항목이었는데, 이번 실증 특례로 13가지 항목이 추가됐다.  
 
13가지 추가 항목에는 대장암과 위암 등 5가지 암이 포함됐다. 고혈압과 뇌졸중·관상동맥질환 등 만성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병 확률도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암 등에 대한 DTC 유전자 검사를 허용한 것은 관련 시장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실증 특례를 거친 후 최대 4년 이내에 규제를 정비한 뒤 정식허가를 내줄 예정이다. 하지만 바이오 업계에선 실증 특례 도입으로 또 다른 규제가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유전자 분석과 관련된 산업계 전체가 아닌 특정 기업에만 실증 특례를 허용해서다. DCT 유전자 검사 기업 5곳이 규제 샌드박스에 도전장을 냈으나 한 업체만 선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전자 검사 업체 대표는 “정부가 한 업체만 실증 특례로 선정함에 따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또 다른 규제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유전자 분석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특정 기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DTC 검사 항목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검사 비용도 저렴해지고 있다. 현재는 검사 항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5만~30만원이면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규제에 막혀 제자리걸음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유전자 분석을 통한 질병 예방과 정밀의료 세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해외 유전자 분석 기업에 대한 적당한 규제가 없다 보니 국내 기업이 여전히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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