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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옥 뛰어든 윤한덕·이국종

중앙일보 2019.02.12 00:26 종합 27면 지면보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설 연휴 근무 중 숨진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NMC) 중앙응급의료센터장과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은 ‘닮은꼴’ 의사다. 둘 다 환자 살리기에 ‘미쳤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2002년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에, 이 교수는 외상센터에 발을 들여놓은 뒤 한 우물을 팠다. 응급의료·외상센터는 의료계에서 비인기 분야다. 두 사람의 출신학교도 의료계를 좌지우지하는 소위 명문대가 아니다. 이런 소수파가 설움과 괄시를 돌파했기에 한국의 응급체계가 이 정도로 갖춰졌고, 외상센터가 13곳 들어섰다.
 
둘 다 한 달에 몇 번 집에 가는 독종이었다. 윤 센터장은 주말에도 안 갈 때가 많아 부인이 옷을 나르기도 했다. 윤 센터장은 이번 설 연휴에도 센터를 지켰고, 이 교수도 당직 근무하다 새벽에 사망 소식을 들었다. 이 교수는 저서 『골든아워』에서 어느 성탄절에 후배 집에 갔다가 “오랜만에 잘 차려진 음식을 먹었다. 병원 오는 길에 몇 년 만에 성탄절 자정 미사에 갔다”고 회고했다.
 
윤 센터장 집무실은 1958년 준공된 낡은 건물이다. 바닥이 삐걱대고 침대도 간이용이다. 이 교수의 연구실·행정실도 침대·다리미·햇반·빵·컵라면 등이 있는 생활 공간이다. 이 교수는 저서에서 “윤한덕이 2008년 응급실을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적절하게 치료받기 어려운 지옥 그 자체라고 봤지만 피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 교수도 외상센터를 지옥으로 봤다. 둘 다 돈키호테처럼 지옥으로 뛰어들었다.
 
둘은 의료계의 장벽, 견고한 관료주의에 부딪히며 돌파했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상처가 깊어지는 줄도 모른 채 나아갔다.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해봤지만 ‘지옥 현실’에 묻혔다. 윤 센터장은 센터장을 내려놓고 팀장을 원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사실상 정부 조직이다. NMC에 위탁한 것일 뿐. 복지부의 응급의료과장은 수없이 바뀌었다. 보건의료정책실 28개 과장 자리 중 그리 선호도가 높지 않은 탓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윤 센터장 같은 전문가가 절실했을 터다.
 
이 교수는 골든아워 ‘밥벌이의 이유’ 편에서 "밥 벌어 먹고살게 됐으면 돈 욕심은 더 내지 마라”는 어머니의 말을 소개한다. 그의 어머니는 밥벌이와 욕심의 경계로 ‘시장기를 스스로 없앨 정도’로 제시했다. 윤 센터장도 경계를 넘지 않은 듯하다. 두 의사가 있기에 오늘도 심장마비 환자나 공사장 추락 인부가 목숨을 건진다. 윤 센터장의 소망은 응급센터 리폼(reform·재구조화)이다. 무질서 응급실을 바로잡는 것이다. ‘윤한덕법’ 제정에 나설 때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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