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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핵 담판 2주 앞인데 불붙는 한·일 갈등

중앙일보 2019.02.11 17:49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의 고노 다로 외상이 이수훈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한 뒤 관련 내용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이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해 “발언을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문희상 의장이 8일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전쟁 범죄 주범의 아들”이라고 칭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문 의장은 이 인터뷰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방법을 질문받고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이 한마디 하면 된다”며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정말 죄송했다’고 말하면 이를 마지막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북ㆍ미 정상회담이 2주 남짓 후로 다가오는데 한ㆍ미ㆍ일 공조의 주요 축인 한ㆍ일 간의 갈등은 계속 번지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 국회부의장 시절엔 일본 특사로 파견된 적도 있다. [중앙포토]

문희상 국회의장. 국회부의장 시절엔 일본 특사로 파견된 적도 있다. [중앙포토]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6~8일 평양 실무 협의를 계기로 한ㆍ일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최소한 북핵 협상판이 돌아가는 동안 시한부로라도 양국 갈등을 확산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지난달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던 ‘외교적 협의’의 시한인 8일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일ㆍ미ㆍ한 3각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외교안보 부처 당국자도 “북한 비핵화 협상판이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에선 관련국들 사이의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외곽과 민간 전문가들의 발언이 계속 한국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의 반발은 공손하게 무시하면 끝이다”(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 산케이신문 4일 인터뷰), “한국은 내버려 둬도손해 볼 일이 없고, 관망하는 게 현명하다”(오마에 겐이치 슈칸포스트8일자 인터뷰) 등의 감정 섞인 비하 발언들이 이어졌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와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간에 날 선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기미야 교수가 “문 특보의 (기조연설) 논문을 읽고 일본 역할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자 문 특보가 “일본의 역할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맞받았다. 현장에 있던 니시노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11일 “거친 분위기의 설전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현재 한ㆍ일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우려가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분간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던 고노 외상도 문희상 의장의 발언에는 발끈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교수.가운데)가 9일 일본 도쿄 게이오(慶應)대 미타캠퍼스에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구상'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교수.가운데)가 9일 일본 도쿄 게이오(慶應)대 미타캠퍼스에서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구상'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금 한ㆍ일 관계는 양국의 ‘전략적 방치’로 악화일로”라며 “고노 외상도 이웃 국가의 국회의장에게 그런 발언은 적절치 않았고, 문 의장도 일반 일본 국민에게 ‘역린’인 일왕 문제를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한다”고 밝혔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1차관은 “양국이 전략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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