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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25조 더 걷은 文정부가 긴축재정?…학계 '재정 논쟁' 촉발

중앙일보 2019.02.11 17:36
긴축재정 이미지 [중앙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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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씽크 탱크'서도 "文 정부, 재정 긴축 운영" 주장  
이제민 신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지난달 30일. 대통령의 경제 '씽크 탱크'를 이끄는 그는 "지난 2년간 의도치 않게 재정을 긴축 운영했다"며 "확장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초과 세수(세입 예산보다 더 걷은 세금)를 곳간에 쌓아두기보다 경기 부양에 써야 한다는 의미다. 몇몇 경제학자들도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재정 전문가 일각에선 "초과 세수가 생긴 것을 긴축재정으로 단정한 것도 잘못이지만,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재정을 더 풀어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세금주도 성장'을 위한 군불 때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나라 살림(재정) 운영 문제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초과 세수 규모였다.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세금으로 걷기로 약속한 세입예산(268조1000억원)보다 실제 세금을 25조4000억원 더 걷었다. 이를 이유로 경제학자 사이에서 정부의 재정 운용이 긴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초과세수=긴축?…기재부도 "확장 재정 기조 유지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물론 재정 전문가들도 '초과 세수 발생=긴축재정'으로 보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나라 살림이 들어오는 '입구'만 본 채 '출구'는 보지 못한 해석이란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저소득층 지원에 예산을 쓰는 등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며 "반도체 호황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예상치 못한 세수가 늘었다고 이를 긴축으로 보는 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두쇠도 아닌 사람이 예상치 못한 보너스로 주머니가 두둑해졌다고 해서 그를 구두쇠로 봐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긴축재정은 정부가 써야 할 돈(지출)을 줄여 나라 살림(재정)을 흑자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며 "세수가 초과한 것은 정부가 지출을 조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긴축재정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MB 정부 이후 관리재정수지 매년 적자…"긴축은 없었다"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를 판단할 때는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강조한다. 관리재정수지는 전체 나라 살림을 나타내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가 예산으로 활용할 수 없는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일종의 '순수 예산 통장' 내역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매년 '마이너스 통장' 상태였다. 노무현 정부에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재정 준칙'을 세웠다. 하지만 이 기준이 이명박 정부 들어 무너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 '마이너스 통장' 사용을 늘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지난해 -1.6%에서 2022년 -2.9% 수준에서 관리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2017년부터 향후 5년간 재정 지출 증가 속도를 경상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보다 높게 관리한다"는 현 정부 재정 운용 방침을 보더라도, 이를 긴축재정이라 해석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긴축 주장 배경엔 '재정 확대론'…'세금주도 성장' 지적도 
정부가 지난해 구두쇠처럼 재정을 운영했다는 '긴축재정론'이 나오는 배경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그러나 이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확대 기조로 운영하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당장의 경기 부양을 위해 미래 세대 부담을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 발상이란 것이다. 민간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해 초과 세수 발생을 최소화하기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 확대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세금주도 성장'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염두에 둔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노무현 정부도 재정 운용 준칙(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1% 이내 유지)을 세워 지켜왔다"며 "현 정부가 확고한 '재정 준칙'을 세우지 않는다면 재정 정책이 정치적 주장에 휘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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