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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떠나자 북한 장외 공세…“다음엔 제재해제 들고 오라” 메시지

중앙일보 2019.02.11 17:16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6~8일 평양에서 미국과 전초전을 치른 북한이 미국을 향한 장외 공세를 재개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10일과 11일 연이어 미국을 향해 ‘상응한 실천적 행동’을 요구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평양을 떠나 서울을 거쳐 워싱턴에 귀국하는 시점에 맞춰서다.
 비건 대표와의 협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미국에 ‘할 말’을 정했고 이를 관영 매체의 보도로 전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의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은 10일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가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또 11일엔 인터넷 선전 매체인 ‘메아리’를 통해 “(미국이)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종착점을 향해 능히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화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에서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모두 미국을 상대로 비핵화에 상응하는 ‘행동’을 요구했다.
6~8일 평양을 방문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진행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에게 방북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6~8일 평양을 방문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진행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9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에게 방북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협상에 불만이 있을 경우 한동안 아예 침묵한다”며 “이번엔 비건 대표와 협상 직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주문했다는 건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자는 회유 차원인 동시에 평양 실무 협상에서 미국에 뭔가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라는 압박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대외 선전 매체를 통해 이런 주장을 했다는 점이나 양측이 약 일주일 뒤 재회하기로 하고 헤어진 점을 고려하면 다음번 협상 때는 요구 사항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가져오라는 주문이 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실무회담을 가졌다. [사진 뉴스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평양을 방문해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실무회담을 가졌다. [사진 뉴스1]

 북한이 거듭 요구한 ‘실천적 행동’에 대해 대북제재 해제 요구라는 관측이 많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비건 대표가 이례적으로 평양에 들어가 담판을 벌였지만, 구체적으로 합의된 건 정상회담 장소(하노이)를 정한 것”이라며 “비건 대표가 말했던 ‘(방북이) 생산적이었다’는 표현은 외교 용어로 사용될 땐 아직 이견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간주된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선 평양 협상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 해제 여부와 범위를 놓고 첨예한 힘겨루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다수다. 비핵화가 완료된 뒤에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던 미국이 한 발 물러나 동시적·병행적 조치를 거론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완전한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계속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장외 압박을 가하면서도 과거의 저속한 표현 대신 ‘종착점’이나 ‘전진’이라는 표현을 한 건 일단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그럼에도 미국을 향해 ‘올바른 협상 자세’와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한 건 비건 대표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자, 대북 제재 해제를 놓고 전향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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