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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와 등지나... 문체부 장·차관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 10년만에 불참

중앙일보 2019.02.11 17:00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앞줄 오른쪽)과 신치용 신임 선수촌장(앞줄 오른쪽 네번째)이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앞줄 오른쪽)과 신치용 신임 선수촌장(앞줄 오른쪽 네번째)이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의 가치를 국위 선양에 두지 않겠다."
 
지난달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방안을 발표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체육계에서 불거진 성폭력, 폭력 등 각종 부조리 관련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엘리트 체육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소년체전을 폐지하는 대신 전국체전 고등부와 통합해 엘리트와 일반 학생이 모두 참가하는 학생 체육축제 형식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국가대표 선수촌을 개방해 생활체육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눈에 띄었다. 엘리트 체육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들에 정부가 손을 대기로 하자 체육계 반발이 이어졌다.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양궁 이우석(앞줄 오른쪽부터)과 사이클 나아름이 선수대표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양궁 이우석(앞줄 오른쪽부터)과 사이클 나아름이 선수대표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선 정부를 향한 체육계의 불편한 시선이 드러났다. 이날 대한민국 국가대표지도자연합,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등 5개 단체 등은 체육인 자정결의 및 체육 현안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최근 발표한 비리 근절대책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면서도 "소년체전 폐지와 대한체육회 내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대책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체육계는 소년체전 폐지가 어린 선수들의 육성을 막는다는 이유로, 체육회와 KOC의 분리가 두 단체가 동시에 운영되는 데 따라 관련 사업, 인력, 예산의 중복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체육 단체들은 "이 대책안들은 정부가 목표로 하는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상생보다는 대한민국 스포츠 환경을 황폐화하는 대책이다.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저해할까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서 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노동조합원들이 '소년체전 폐지 반대' 'KOC 분리 반대'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도 펼쳤다.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선수들이 2018 보람과 영광의 순간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서 선수들이 2018 보람과 영광의 순간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로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신치용 신임 진천선수촌장은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소년체전은 한국 스포츠의 근간이다. 좀 더 살펴봐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소년체전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합숙 훈련 폐지에 대해서도 "합숙이란 단어가 억압하는 어감을 많이 갖고 있어 마음에 들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신체조건이 경쟁 상대에 밀리는 만큼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 팀워크를 위해선 적정 수준의 합동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리는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 앞서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노동조합원들이 소년체전 폐지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대한체육회 분리 방침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리는 2019년도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 앞서 대한체육회 경기단체연합회 노동조합원들이 소년체전 폐지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대한체육회 분리 방침에 반대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은 지난달 17일 '선수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다가 선수촌장 선임 이후로 연기됐고 이날 열렸다. 이날 행사에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존에 잡힌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훈련 개시식이 당초보다 늦어져 올해는 체육회 자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육 업무를 총괄하는 노태강 문체부 2차관도 이날 오후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 회의 참석을 이유로 훈련 개시식에 불참했다. 체육회는 문체부 장·차관 인사말 시간을 행사에 포함했으나 두 사람이 불참하면서 취소했다.
 
문체부 장·차관이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에 모두 불참한 건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2009년 당시 체육회와 KOC의 통합 등 구조조정 등을 놓고 체육계와 문체부가 갈등했고, 장·차관 모두 훈련 개시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2010~16년에는 문체부 장관이, 17~18년에는 문체부 2차관이 참석했다.
 
진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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