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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판 도보다리' 있다…메리어트, 북미회담장 급부상

중앙일보 2019.02.11 14:35
 오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회담 장소로 JW메리어트 호텔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현지 외교 소식통이 11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는 오는 27~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담판을 벌일 회담장으로 메리어트 호텔을 고려하고 있다. 이 호텔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거론됐던 곳으로, 정상회담 장소가 발표되기 전후로 '예약 마감' 상태가 됐다. 
  
 JW 메리어트 호텔은 경호에 유리하다는 이점 때문에 각국 정상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호수를 끼고 있어 입구만 봉쇄하면 외부 차단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2017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찾았을 때 숙소로 사용했다. 지난해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이 호텔에 묵었다. 
 
특히 호텔 경내의 호수가엔 산책로도 구비하고 있어, 지난해 4월 판문점 정상회담을 비롯해 김 위원장이 즐기는 산책 정담을 나눌 요건을 갖춘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도보다리 정담'과 같은 깜짝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하노이 현지 특급 호텔 중 카펠라 호텔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갖췄다”고 전했다. 북한과 미국은 회담의 의제뿐만 아니라 의전과 장소와 관련해서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종의 기싸움인데,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정상회담 장소는 양 정상의 숙소가 아닌 '제3지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선호했던 다낭에서 하노이로 양보하는 대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를 찾아가는 것도 상정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이 정상회담 장소로 정해진다면 정상들의 숙소는 다른 곳이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JW 메리어트 호텔은 산책로에서 다양한 연출도 가능하다. [사진 JW 메리어트 호텔 하노이]

JW 메리어트 호텔은 산책로에서 다양한 연출도 가능하다. [사진 JW 메리어트 호텔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과 함께 베트남 국립컨벤션센터(VNCC)도 회담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이다. VNCC에서는 지난 2006년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 등 대형 행사들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 곳은 전시장 형태의 방들로 구성돼 있는 데다, 규모가 너무 크고 사방이 트여 있는 형태여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현지 소식통은 "양측이 내심 선호하는 장소를 정해놨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직전 북한과 미국의 경호 및 의전 담당자들이 현지 상황을 둘러본 뒤 최종확정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는 김 위원장의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현지를 방문해 미국측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평양에서 김창선 부장 급의 인사가 파견된 움직임은 현지에서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 회담장소로 거론되고 있는 베트남 국립컨벤션센터 내부 모습. [사진 국립컨벤션센터 홈페이지 캡처]

2차 북미 정상회담 회담장소로 거론되고 있는 베트남 국립컨벤션센터 내부 모습. [사진 국립컨벤션센터 홈페이지 캡처]

 김 위원장이 머물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특급 호텔들은 예약이 밀려 들며 이미 동이 난 상황이다. 북한 대사관 주변에 위치해 북한 고위 당국자들의 단골 숙소인 멜리아 하노이 호텔이 대표적이다.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장소를 하노이로 공개한 뒤 김 위원장이 이 곳에 '본부'를 차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 호텔의 일반 예약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베트남 주석궁 근처의 팬 퍼시픽 호텔이나 중세풍의 애프리콧 호텔 등도 25~28일 방이 모두 팔렸거나 '예약을 받지 않는 방'이라고 뜬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국빈 방문 형식을 취할 경우 2001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묵었던 주석궁의 영빈관에서 묵을 가능성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형평성이 고민거리일 수 있다. 두 정상 모두 국빈인데 김 위원장에게만 영빈관을 내줄 경우 미국 홀대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조감도. [연합뉴스=싱가포르 로이터 자료사진]

지난해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조감도. [연합뉴스=싱가포르 로이터 자료사진]

 현지 관광업계에선 정상회담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북미 정상회담장으로 낙점된 곳은 회담 준비와 경호를 위한 출입제한 등으로 한 동안 영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그러나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게돼 홍보효과는 극에 달한다. 관계자와 취재진이 몰리는 회담 전후 기간 다른 숙박시설들도 특수효과가 예상된다. 지난해 첫 1차 담판이 열렸던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묵은 샹그릴라 호텔, 김 위원장의 숙소였던 세인트 레지스 호텔도 유명세를 탔다. 싱가포르 정부는 정상회담 유치로 2000만 싱가포르 달러(162억원)를 사용하고, 최대 7억 6700만 달러(6196억원)의 홍보 효과를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6월 정상회담 기간 현지 음식점에 ‘트럼프ㆍ김정은 볶음밥’이 등장할 정도였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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