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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아빠, 커피 타임 10분만에 대입제도 이해하기

중앙일보 2019.02.11 11:00
[더,오래]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16) 
수능시험이 있던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봉은사에 많은 학부모가 나와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 박헌정]

수능시험이 있던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봉은사에 많은 학부모가 나와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 박헌정]

 
곧 불어올 따뜻한 봄바람을 긴장된 마음으로 맞이할 사람들이 있다. 수험생과 그 부모들이다. 대학은 많고 학생은 적다면서도 입시문제는 언제나 냉랭한 분위기로 다가온다. 특히 직장인 아빠들은 복잡한 입시구조를 몰라 불안해한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영향도 있다. 옛날처럼 시험 봐서 가면 간단한데 왜 그리 복잡한지 모르겠다며 투덜댄다.
 
명문대 합격조건은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라면서 슬그머니 발 빼려는 남편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이건 아빠들의 직무유기다. 평소에 회사에서 보고서나 회의자료 들여다보던 실력이라면 10분 만에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게 대입제도다. 물론 개념 위주로 쉽고 설명해놓은 자료도 없다. 신문이나 입시설명회에서는 미시적인 부분만 언급하니 중간에 기초개념부터 묻기도 민망하다.
 
나 역시 큰아이 고3 때가 되어서야 하나둘씩 챙겼다. 처음에는 헷갈렸지만 머릿속에 개념을 정리해서 동료들에게 설명해주면 같은 부류끼리 눈높이가 맞아서인지 금방 알아듣곤 했다. 아빠의 힘으로 제도를 바꿀 수 없다면 입시문제에서 도망갈 생각 말고 최소한 이해라도 해보자. 지금부터 일반고 고3 학생을 위주로 가장 일반적인 개념을 간단히 설명해본다. 우선 키워드는 수시전형, 정시전형, 수학능력평가다.
 
수시전형
수시전형은 크게 다섯 가지다. 내신성적으로 뽑는 〈학생부교과전형〉, 내신/면접/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수능성적을 종합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수능 후 지원한 대학에 가서 마치 백일장 치르듯이 하는 〈논술전형〉, 예체능 등 특기생 대상의 〈실기전형〉, IQ 검사 같은 극소수의 〈적성전형〉이 있다. 여타 대중적이지 않은 특별전형은 생략.
 
4년제 대학에는 총 6회의 지원 기회가 있고 중복으로 합격하면 마음에 드는 곳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전문대는 6회 제한 없음). 중복합격자(일명 ‘최초합’)가 다른 학교를 선택해서 미달한 학교나 학과는 미리 정한 예비합격자 번호에 따라 추가합격자(’추합’)를 받는다.
 
일명 ‘스펙’이 좋은 사람은 중복합격이 잦으므로 최초에 합격하지 못해도 예비번호 앞자리 사람들은 끝까지 추합에 희망을 걸고 기다린다(전화 연락을 잘 받아야 함).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사관학교, 경찰대, 한예종, KAIST, GIST, DGIST, UNIST 등은 수시 6회 제한에서 제외되며 수시합격해도 정시지원이 가능하다.
 
정시
정시는 수시 불합격자와 수시 미지원자를 대상으로 하여, 지원자 가운데 ‘무조건 수능시험 성적에 따라’ 뽑는다. 따라서 수시모집과 수능시험이 다 끝난 후에 시작되며 대학별로 가군, 나군, 다군으로 나뉘기 때문에 세 번까지 지원할 수 있다.
 
해마다 11월이면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수능시험, 아빠로서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사진 박헌정]

해마다 11월이면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수능시험, 아빠로서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사진 박헌정]

 
수학능력평가
수학능력평가(수능) 성적은 등급과 점수로 나뉜다. 각 과목의 상위 4%에 해당하는 점수가 1등급, 11%까지 점수는 2등급, 23%까지는 3등급, 이렇게 9등급까지 있다. 단, 영어와 한국사는 절대평가라 기준점수로 등급이 정해진다(90점 이상 1등급, 80점 이상 2등급).
 
수시에는 등급이, 정시에는 점수가 적용된다. 가령 수시에서 비중이 가장 큰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 면접, 생활기록부도 중요하지만 학교마다 요구하는 최저학력기준을 맞춰야 한다.
 
가령 서울 중위권 대학이 〈3개 합6〉이라 하면 국어·영어·수학·탐구(2과목)의 수능시험 등급 중 3과목의 등급이 각각 3-2-1등급이든지, 4-1-1이든지, 2-1-2이든지, 어쨌든 합쳐서 6등급 이내여야 한다. 실제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 면접, 생활기록부가 다 훌륭한데 이 등급을 못 맞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논술 전형에서도 대부분 최저등급 기준이 있다.
 
수시에서는 수능점수 미반영 대학도 있다. 이런 곳에 일찌감치 합격한 녀석들은 수능을 안 봐도 되는데 기념 삼아 또는 수험표로 연말에 여기저기 수험생 할인받으려고 시험장에 가기도 한다.
 
수시에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정시에는 지원할 수 없고 지원하면 수시든 정시든 자동 불합격이다. 일명 ‘수시 납치’다(전문대 동일). 그러니 수능시험에 자신이 있다면 수시에는 지원을 하지 말거나 지원하더라도 최상위권 학교에 넣는 게 좋다. 수시에서 되면 좋고, 안 되면 정시에서 승부!
 
요즘 ‘수시전형은 금수저들 잔치’라는 말로 불신감을 표현하는 일이 많다. 학생의 주변 여건에 따라 유·불리가 결정되고 특히 ‘생활기록부’의 ‘스펙’이 소수에게 편중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2022학년도 대입(신학기 고1 대상)부터 정시 비율이 소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아빠들은 회의자료 형태의 ppt가 익숙할 것 같아 대입제도의 기본 개념을 한 페이지로 구성해보았다. [제작 박헌정]

직장인 아빠들은 회의자료 형태의 ppt가 익숙할 것 같아 대입제도의 기본 개념을 한 페이지로 구성해보았다. [제작 박헌정]

 
이상이 간단히 정리한 대입 구조다. 이미 여기까지 알고 있다면 일단 아빠로서의 최저등급 확보다. 이 윤곽만 기억해도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동료나 친척, 심지어 자기 자녀한테 황당한 뜬금포 날려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늘)’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이 대입에 기여하는 것도 노후준비의 큰 부분일 것 같다.
 
수험생을 치러보니 수시 준비는 미리 학교와 학과를 정해놓고 포트폴리오를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대학의 모집 요강에는 ‘우리 학교는 어떤 학생을 뽑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나와 있으니 예비수험생 부모는 밑줄 쳐가며 찬찬히 읽어보시는 게 좋다. 인터넷 카페로는 ‘수만휘(수능 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를 권해드린다.
 
박헌정 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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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정 박헌정 수필가 필진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 25년간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50세에 명퇴금 챙겨 조기 은퇴해서 책 읽고, 글 쓰고, 여행하는 건달이자 선비의 삶을 현실화했다. 은퇴 후 도시에 뿌리 박혀버린 중년의 반복적이고 무기력한 삶에 저항하기로 했다. 20대는 돈이 없어 못하고, 30-40대는 시간이 없어 못하고, 60대는 힘과 정보가 없어 못하던 일들, 꿈만 같지만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야 할 일들, 50대의 전성기인 그가 그 실험에 도전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인생 환승을 앞둔 선후배들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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