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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개·고양이 가족이 장애 극복할 수 있게 휠체어·의족 만들어요

중앙일보 2019.02.11 09:00
차연수(왼쪽)·손채은(오른쪽) 학생기자와 차연재(가운데) 학생모델이 강아지 인형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인형들은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있다.

차연수(왼쪽)·손채은(오른쪽) 학생기자와 차연재(가운데) 학생모델이 강아지 인형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인형들은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있다.

만약 가족 중 한 사람이 사고를 당해 팔·다리를 다쳤거나 장애를 갖게 돼 움직이기 힘들어졌다면 어떨까요. 분명 마음이 아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게 될 거예요. 그 가족이 반려동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동물을 위한 휠체어나 목발, 의족·의수(발·손이 없는 사람에게 인공으로 만들어 붙이는 발·손) 등은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사람을 위한 보조기(인체 기능을 보조하거나 교정하는 장치)에 비해 연구가 덜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아프고 힘든 동물들을 위해 보조기를 제작하기 시작한 회사가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펫츠오앤피’. 손채은·차연수·차연재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곳에서 국내 최초 동물재활공학사 김정현 펫츠오앤피 대표를 만났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강아지 모습의 인형들과 온갖 보조기구들이 들어찬 진열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동물용 휠체어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어요. 김 대표는 소중 학생기자단의 여러 가지 궁금증에 답했습니다.  
 
김정현(맨 왼쪽) 대표는 반려동물의 신체구조와 관련해 보조기구가 작용하는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김정현(맨 왼쪽) 대표는 반려동물의 신체구조와 관련해 보조기구가 작용하는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연재) 반려동물이 갖는 질환의 대부분은 사람 때문에 생긴다는 말을 들었어요. 보호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동물들이 자연에서 살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질환들이 많아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반려동물이 집 안에서 많이 생활하기 때문에 실내 안전사고나 부주의에 의한 사고들이 많이 발생하죠. 긴 발톱이나 발바닥 털 때문에 뛰다가 미끄러진다든지, 소파·침대 같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뼈나 근육, 인대가 손상되는 경우 등입니다. 만약 바닥이 흙이라면 미끄러지지 않겠지만 실내에서는 주의해야 합니다. 강아지에게 신발을 신기는 것은 추천하지 않아요. 움직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제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고무풍선처럼 생긴 신발이 그나마 괜찮습니다. 신겼을 때 반려견 몸의 균형에 영향을 덜 주거든요. 또 반려동물을 안을 때 자세도 신경 쓰는 것이 좋은데요. 자연 상태에서 네 발로 다니는 동물은 몸 구조도 그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몸이 접히도록 포개 안거나 세워서 안는 것은 좋지 않아요. 본래의 자연스러운 자세를 최대한 유지하도록, 허리는 펼 수 있게 하고 다리가 포개지지 않게 안아주세요. 두 발로 일어서는 자세를 반복하는 것도 관절에 좋지 않습니다.”
 
(채은) 반려동물에게 보조기를 제작해주는 일이 아직은 생소한데요.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은 없나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한 건 6년 전이었어요. 그때는 반려견이 아니라 ‘애완견’이라고 불렀죠. 강아지를 장난감이나 놀이 상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컸어요. 그렇다 보니 ‘굳이 값비싼 보조기까지 살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고요. 동물병원의 수의사들도 보조기의 필요성을 잘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반려견·반려묘’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반려동물이 우리와 인생을 같이 살아가는 가족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반려동물이 아프게 되면 가격을 생각하기보다 가족에게 해준다는 마음으로 보조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죠.”  
 
국내 1호 동물재활공학사인 김정현 펫츠오앤피 대표.

국내 1호 동물재활공학사인 김정현 펫츠오앤피 대표.

(연수) 보조기가 실제로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나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거나 사고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된 경우 치료의 목적보다는 움직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보조기를 사용해요. 장기적으로 재활 장치를 계속 착용해야 하는 경우죠. 반면 단기적인 질환일 때에는 일정 기간 보조기를 착용함으로써 빨리 회복되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예를 들어, 반려견들은 무릎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보조기를 쓰면 무릎 부위의 뼈가 밀려나지 않게 하면서 주변의 근육은 강화시켜서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요. 다만, 부작용을 겪지 않으려면 질환에 대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각 동물의 특징에 맞게 제작된 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무엇보다 함께 생활하는 보호자가 보조기에 대해 잘 이해하고 세심하게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연재) 동물재활공학 분야가 우리나라에서 늦게 시작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반려동물에 대한,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이에요. 옛날에는 개를 잡아먹기 위해서 키우는 일도 많았죠. 6년 전만 해도 동물들을 위해 보조기를 제작하는 회사는 해외에서조차 드물었어요. 그래도 미국은 오래전부터 반려견을 키우는 문화였고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먼저 동물재활공학 분야도 발달했어요. 저도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왔습니다. 일본도 우리보다 먼저 이 분야가 발전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단계예요.”
 
반려동물 재활을 위한 보조기 제작실의 모습. 재봉틀과 다양한 크기의 바퀴, 온갖 나사 등이 즐비하다. 위층의 다른 공간에서는 석고로 틀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반려동물 재활을 위한 보조기 제작실의 모습. 재봉틀과 다양한 크기의 바퀴, 온갖 나사 등이 즐비하다. 위층의 다른 공간에서는 석고로 틀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채은)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신가요.  
“회사를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났던 골든리트리버 ‘동순이’가 기억에 남아요. 동순이가 홍역에 걸리자 보호자가 동물병원에 버리고 갔죠. 안락사의 위기에서 동물보호단체가 구해줬어요. 보조기를 제작해서 장애를 극복하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됐죠. 이후 좋은 보호자에게 입양돼 잘살고 있어요. 저도 이때 인연으로 보호단체를 통해 유기견 ‘초롱이’를 입양해서 같이 살고 있답니다. 일반적으로 개와 고양이가 많이 찾아오는데, 개보다 예민한 성격을 가진 고양이가 더 다루기 어려워요. 특수한 동물로는 염소·토끼·닭·고슴도치 등을 만나봤어요. 이런 동물들은 아무래도 더 세심하게 보조기를 제작해야 하죠. 어떤 동물이든 그에 맞는 보조기 제작이 가능해요.”
 
(연수) 여기 보면 짐볼이 있는데 이것도 동물들을 위한 건가요.  
“맞아요. 동물들의 재활운동을 위한 건데 곧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내놓으려고 해요. 반려견들이 밖에 나가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고 실내에서 지내다 보니 운동이 부족하고 근육이 약해져 있어요. 반려견이 짐볼 위에 서 있도록 간식을 이용해 같이 놀아주면 균형을 잡기 위해 근육을 사용하게 됩니다. 짐볼에 난 돌기들을 발바닥을 자극해서 혈액순환을 자극하고요. 반려동물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이 해외에선 이미 인기를 얻고 있죠. 이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3D 프린터로 더 정교한 보조기를 제작하는 방법을 개발하려고 해요.”
 
반려동물을 위한 척추 보조기(왼쪽)와 안과 질환을 앓는 동물을 위한 안면보호용품 및 발목 아대.

반려동물을 위한 척추 보조기(왼쪽)와 안과 질환을 앓는 동물을 위한 안면보호용품 및 발목 아대.

(채은) 동물재활공학 분야에서 일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그다음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죠. 수의학을 배우면 도움이 되지만 수의사가 목표가 아니라면 필수적인 건 아니에요. 수의학만 배워서 되는 게 아니고 공학적인 측면도 공부해야 하거든요. 사실 ‘동물재활공학사’라는 명칭은 제가 붙인 거예요. 사람들이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원래는 ‘의지·보조기 기사’라고 하죠. 사람을 위해 의지·보조기를 만드는 기술에 대한 자격증이 있어요. 이 자격증을 따거나 저처럼 미국에서 전문 교육과정을 밟는 것도 방법입니다. 관련 학과로는 의료재활과학과·의지보조기학과·의료공학과 등이 있어요. 모두 사람을 위한 재활공학 교육이고, 아직 동물을 위한 의지·보조기 전문 교육과정은 없어요.
 
사실 이 분야는 사고를 당한 뒤에야 관심을 갖게 됩니다. 평소 건강할 땐 우리 반려동물과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하게 돼요. 하지만 사고는 언제나 갑자기 찾아오죠. 반려동물이 다치면 이런저런 치료를 다 해보고도 방법이 없을 때, 치료가 잘되지 않을 때 저희에게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거듭된 실망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오는 거죠. ‘반려동물에게 날개를’이라는 저희 슬로건처럼 반려동물과 보호자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를 만나 잘 걷게 된 동물을 볼 때 정말 행복해요.”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손채은(서울 원효초 5)·차연수(경기도 청심국제중 1) 학생기자, 차연재(서울 도성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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